얼마 전 퇴근 후 친구녀석 문병을 갔다 왔다.    
작년 1차수술 후의 재수술.        
가뜩이나 큰 키에 평소에도 말랐던 녀석은 더욱 비쩍 말라 있었다.  
정은누나가 곁을 지키고 있었다.      
누나결혼식때 보곤 첨이니 4년여만의 만남이다.    
이게 누구야, 정말 오랜만이네 하며 반갑게 맞으신다.    
어젠 혈관을 찾느라 생쇼를 했단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의 손목은 온통 멍투성이다.    
대장을 절제하고 이제는 평생을 인공항문을 달고 살아야 하는 녀석.  
녀석도 나도 별 말이 없다.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도 사실, 모르겠다.  
손바닥 좀 마사지해달란다.        
녀석의 손을 마사지하면서 녀석과 나는 서로의 얼굴만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이런저런 얘길 누나와 나누다 누나의 가족이니까 이렇게 해주지하는 말에  
그런 얘기 함부로 하지마하는 녀석의 대답에 순간, 당황한 나.  
놀라 누나를 봤다. 누나의 눈에 언뜻 눈물이 비치는 모습이 보인다.  
2시간여를 그렇게 있었나보다.      
가야지하는 누나의 말에 그래야죠,하며 일어선다.    
조만간 퇴원할 것 같다니 그때 다시보자하고 일어서는 날 배웅하러 따라일어서는 누나.
녀석의 너도 건강조심하라는 말이 절실하게 와 닿는다.    
           
잠깐 얘기 좀 하자며 벤취에 앉았다.      
그때부터 봇물터지듯 쏟아지는 누나의 얘기들.    
그동안의 가족들의 힘들었던 얘기며      
녀석이 자신이 그렇게 된 걸 어머니 탓으로 돌린다며 어머니는 오시지도  
못하게 해서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 하신다는 것,    
그래서 누나가 대신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자신도 결혼생활이 있는데 누가 그런 누나를 이해해주겠냐고..  
사랑하는 동생이니까 지금은 와 있지만 퇴원하면 안 그럴거란다.  
뭐라고 위로를 해줘야 할지, 애궂은 하늘만 본다.    
지금은 녀석의 고통이 더 커서 다른 게 안 보여 그런 것 뿐이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예요.      
부모님은 지금 당장 어떻게 되실지도 모르는데 나중에 그 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누나가 또 울려고 한다. 막막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 말. 가족중에서도 큰언니 말곤 모른다는 그 사실을.  
누나는 왜, 나에게 했을까.        
내가 니가 편하네보다, 이런 얘길 너한테 하는 걸 보면 하던 누나의  그 말이
더 막막하게 한다.        
이런저런 얽히고 설킨 생각들이 제 갈길을 못 찾고 헤맨다.    
들어가봐야겠다, 조금만 안 보여도 찾거든하고 누나가 일어선다  
일어서서 누나 내가 누나 한번 안아줄게요, 하고 안아주면서  
그래도 녀석 옆에 누나가 있어서 안심이 되요라는 말을 건넸다.  
누나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위로는 그말밖엔 없었다.    
전철 안, 누나에게서 문자가 왔다.      
얘기들어줘서 고맙고 문병와줘서 고맙고 조심히 잘 들어가고 시간남  
한잔하자는...          
           
< 이해는 가장 잘한 오해, 오해는 가장 적나라한 이해 >    
분명, 녀석의 지금 모습이 잘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내가 알 수 없는 녀석만의 고통과 아픔이 또 있겠기에 지금은  
입밖에까지 나오는 말을 해줄 수는 없다.      
오로지 시간만이, 녀석의 아픔을 치료해주고 위로해줄 수 있겠지하는 희망외엔.
이해와 오해의 그 간격, 그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누나가 내게 한 그 얘긴.        
안 들으니 못했다, 어디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쳐보기라도 하고싶은.
가장 가깝다는 가족간에도 이럴진데      
사람과 사람사이에 일어나는 이해와, 오해사이엔 더 무수히 많은  
이해와 오해가 존재하겠구나 하는 생각.      
4월의 중반인데 벌써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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