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리처드 파인만 시리즈 4
리처드 파인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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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분명히 '좋은 책'인 것 같은데 '지금의 나'와는 맞지 않는 것이 가끔 있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이야기를 다룬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가 그렇습니다.
이럴 때는 다른 누구보다 저 스스로 안타깝습니다. 스폰지처럼 모든 것을 다 빨아들여도 모자랄 판에,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폭과 깊이가 너무나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절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도 그저 한때이겠거니 그렇게 좋게~좋게~ 생각하면서 쓸데 없는 속상함에서는 벗어나려 합니다.

일단 읽기에는 부담이 없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리처드 파인만의  자유로움과 열정에 흠뻑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제가 이해하려고 해도 모르는 얘기들이 중간에 불쑥불쑥 튀어 나옵니다. 그가 물리학자이니 당연히 물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때 저는 절망(^^)합니다. 얘기의 흐름상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아 약간 건너뛰고 넘어가다보면 그런 얘기가 또 나옵니다. 이것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책의 반은 그냥 건너뛰게 되는 꼴이 되었습니다.

다 읽고 다시 훑어보니 실제로 전문적인 이야기를 다룬 곳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몇 부분 되지 않는데도 책 읽는 내내 마음에 걸렸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니, 다름 아닌 책 읽는 '조급함' 때문이었습니다. 출퇴근 시간 - 이 금쪽같은 시간을 할애해서 책을 읽다가 보니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이내 조급해졌던 것입니다. '왜' 읽는지에 대한 물음은 사라지고 그저 '빨리' 읽고 싶은 마음 뿐이었으니, 천재 물리학자의 삶을 엿보는 재미는 온데간데 없고 나의 편협한 과학적 지식을 원망만 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는 다 표현하지 않았으나 스스로 충분히 반성했으니^^ 각설하고 책 얘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이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권으로 하기에는 조금 많고 두 권으로 나누기에도 좀 그런, 애매한 분량입니다. 출판사 측의 상술이 작용한 면도 없지 않겠으나,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라는 배려이기도 할 것입니다.
참 이 책의 저자는 리처드 파인만이 아닙니다. 책 표지에 저자가 리처드 파인만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그의 친구 랄프 레이튼이 파인만과 함께 지내면서 보고 들은 것을 마치 파인만이 얘기하듯이 썼습니다. 그런데 왜 저자를 리처드 파인만으로만 표기했는지, 이것도 분명히 책을 팔기 위한 상술일 거라 생각합니다. ('상술'이라는 표현은 나쁜 뜻으로 쓴 것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만약 '마케팅 차원에서'라고 썼다면 같은 의미이지만 어감이 좀 달랐겠죠^^)

듬성듬성 읽었으니 제대로 된 리뷰는 쓸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파인만은 대단한 독서가였다는 것. 어려서부터 책 읽기가 취미였고, 게다가 깊이 몰두하여 생각하는 습관까지 갖추었다는 것입니다. 이름 난 모든 과학자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둘째는,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에서는 다소 상상하기 힘든 '열린' 교육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하루는 베이더 선생이 수업이 끝난 뒤에 나에게 말했다.
"파인만, 너는 너무 말이 많아. 너무 시끄럽단 말이야. 나는 이유를 알지. 너는 따분한 거야. 그래서 내가 책 한 권을 주겠어. 너는 저 뒤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서 이 책을 공부해. 네가 이 책의 모든 것을 안다면, 다시 떠들어도 좋아."
그래서 나는 물리 시간마다 파스칼의 법칙이고 뭐고 신경쓰지 않고 뒤쪽으로 가서 이 책을 공부했다.

우리나라 입시 교육 체제 하에서는 정신이 퍼뜩 들도록 몇 대 맞거나, 아니면 물리를 어느 정도 통달했으니, 그 시간에 국/영/수 공부를 더 했어야할텐데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삶' 자체를 즐겼습니다. 일을 즐기고 일에 미친 정도를 뛰어 넘어 그는 삶 자체를 '재미로' 산 것 같습니다. 그것이 열정으로 표현되고 자유로운 정신으로 비치고, 결과적으로 '파인만 다이어그램'이라는 양자전기역학 이론을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1권 뒷부분에 보면, 파인만이 로스앨러모스에서 원자폭탄을 만들 당시 새로 들여놓은 금고를 열기 위해 책까지 사서 연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렇게 하여 드디어 남들 앞에서 순식간에 금고를 열어버립니다. 이 상황을 그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것은 완전한 행운이었다. 이제 나는 금고털이로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는 데는 1년 반이 걸렸다(물론 그동안 나는 원자폭탄을 만드는 일도 했다!).

원자폭탄을 개발하면서, 사상적으로 혼란스럽고 육체적으로도 무척 괴로웠음에도 불구하고, 원자폭탄을 만드는 일이 마치 뒷전인 것처럼 말합니다. 마치 극한 상황에서 농담 한마디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미국식 영화처럼 말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면 이야기를 극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과장이었든 간에, 저는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리처드 파인만처럼, 그리고 미국 영화의 어느 주인공처럼..

오늘은 어떤 즐거운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반신욕으로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회사로 출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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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는 다른 누구보다 저 스스로 안타깝습니다. 스폰지처럼 모든 것을 다 빨아들여도 모자랄 판에,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폭과 깊이가 너무나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절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도 그저 한때이겠거니 그렇게 좋게~좋게~ 생각하면서 쓸데 없는 속상함에서는 벗어나려 합니다.

일단 읽기에는 부담이 없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리처드 파인만의  자유로움과 열정에 흠뻑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제가 이해하려고 해도 모르는 얘기들이 중간에 불쑥불쑥 튀어 나옵니다. 그가 물리학자이니 당연히 물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때 저는 절망(^^)합니다. 얘기의 흐름상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아 약간 건너뛰고 넘어가다보면 그런 얘기가 또 나옵니다. 이것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책의 반은 그냥 건너뛰게 되는 꼴이 되었습니다.

다 읽고 다시 훑어보니 실제로 전문적인 이야기를 다룬 곳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몇 부분 되지 않는데도 책 읽는 내내 마음에 걸렸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니, 다름 아닌 책 읽는 '조급함' 때문이었습니다. 출퇴근 시간 - 이 금쪽같은 시간을 할애해서 책을 읽다가 보니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이내 조급해졌던 것입니다. '왜' 읽는지에 대한 물음은 사라지고 그저 '빨리' 읽고 싶은 마음 뿐이었으니, 천재 물리학자의 삶을 엿보는 재미는 온데간데 없고 나의 편협한 과학적 지식을 원망만 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는 다 표현하지 않았으나 스스로 충분히 반성했으니^^ 각설하고 책 얘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이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권으로 하기에는 조금 많고 두 권으로 나누기에도 좀 그런, 애매한 분량입니다. 출판사 측의 상술이 작용한 면도 없지 않겠으나,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라는 배려이기도 할 것입니다.
참 이 책의 저자는 리처드 파인만이 아닙니다. 책 표지에 저자가 리처드 파인만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그의 친구 랄프 레이튼이 파인만과 함께 지내면서 보고 들은 것을 마치 파인만이 얘기하듯이 썼습니다. 그런데 왜 저자를 리처드 파인만으로만 표기했는지, 이것도 분명히 책을 팔기 위한 상술일 거라 생각합니다. ('상술'이라는 표현은 나쁜 뜻으로 쓴 것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만약 '마케팅 차원에서'라고 썼다면 같은 의미이지만 어감이 좀 달랐겠죠^^)

듬성듬성 읽었으니 제대로 된 리뷰는 쓸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파인만은 대단한 독서가였다는 것. 어려서부터 책 읽기가 취미였고, 게다가 깊이 몰두하여 생각하는 습관까지 갖추었다는 것입니다. 이름 난 모든 과학자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둘째는,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에서는 다소 상상하기 힘든 '열린' 교육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하루는 베이더 선생이 수업이 끝난 뒤에 나에게 말했다.
"파인만, 너는 너무 말이 많아. 너무 시끄럽단 말이야. 나는 이유를 알지. 너는 따분한 거야. 그래서 내가 책 한 권을 주겠어. 너는 저 뒤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서 이 책을 공부해. 네가 이 책의 모든 것을 안다면, 다시 떠들어도 좋아."
그래서 나는 물리 시간마다 파스칼의 법칙이고 뭐고 신경쓰지 않고 뒤쪽으로 가서 이 책을 공부했다.

우리나라 입시 교육 체제 하에서는 정신이 퍼뜩 들도록 몇 대 맞거나, 아니면 물리를 어느 정도 통달했으니, 그 시간에 국/영/수 공부를 더 했어야할텐데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삶' 자체를 즐겼습니다. 일을 즐기고 일에 미친 정도를 뛰어 넘어 그는 삶 자체를 '재미로' 산 것 같습니다. 그것이 열정으로 표현되고 자유로운 정신으로 비치고, 결과적으로 '파인만 다이어그램'이라는 양자전기역학 이론을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1권 뒷부분에 보면, 파인만이 로스앨러모스에서 원자폭탄을 만들 당시 새로 들여놓은 금고를 열기 위해 책까지 사서 연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렇게 하여 드디어 남들 앞에서 순식간에 금고를 열어버립니다. 이 상황을 그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것은 완전한 행운이었다. 이제 나는 금고털이로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는 데는 1년 반이 걸렸다(물론 그동안 나는 원자폭탄을 만드는 일도 했다!).

원자폭탄을 개발하면서, 사상적으로 혼란스럽고 육체적으로도 무척 괴로웠음에도 불구하고, 원자폭탄을 만드는 일이 마치 뒷전인 것처럼 말합니다. 마치 극한 상황에서 농담 한마디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미국식 영화처럼 말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면 이야기를 극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과장이었든 간에, 저는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리처드 파인만처럼, 그리고 미국 영화의 어느 주인공처럼..

오늘은 어떤 즐거운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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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는 다른 누구보다 저 스스로 안타깝습니다. 스폰지처럼 모든 것을 다 빨아들여도 모자랄 판에,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폭과 깊이가 너무나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절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도 그저 한때이겠거니 그렇게 좋게~좋게~ 생각하면서 쓸데 없는 속상함에서는 벗어나려 합니다.

일단 읽기에는 부담이 없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리처드 파인만의  자유로움과 열정에 흠뻑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제가 이해하려고 해도 모르는 얘기들이 중간에 불쑥불쑥 튀어 나옵니다. 그가 물리학자이니 당연히 물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때 저는 절망(^^)합니다. 얘기의 흐름상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아 약간 건너뛰고 넘어가다보면 그런 얘기가 또 나옵니다. 이것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책의 반은 그냥 건너뛰게 되는 꼴이 되었습니다.

다 읽고 다시 훑어보니 실제로 전문적인 이야기를 다룬 곳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몇 부분 되지 않는데도 책 읽는 내내 마음에 걸렸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니, 다름 아닌 책 읽는 '조급함' 때문이었습니다. 출퇴근 시간 - 이 금쪽같은 시간을 할애해서 책을 읽다가 보니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이내 조급해졌던 것입니다. '왜' 읽는지에 대한 물음은 사라지고 그저 '빨리' 읽고 싶은 마음 뿐이었으니, 천재 물리학자의 삶을 엿보는 재미는 온데간데 없고 나의 편협한 과학적 지식을 원망만 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는 다 표현하지 않았으나 스스로 충분히 반성했으니^^ 각설하고 책 얘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이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권으로 하기에는 조금 많고 두 권으로 나누기에도 좀 그런, 애매한 분량입니다. 출판사 측의 상술이 작용한 면도 없지 않겠으나,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라는 배려이기도 할 것입니다.
참 이 책의 저자는 리처드 파인만이 아닙니다. 책 표지에 저자가 리처드 파인만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그의 친구 랄프 레이튼이 파인만과 함께 지내면서 보고 들은 것을 마치 파인만이 얘기하듯이 썼습니다. 그런데 왜 저자를 리처드 파인만으로만 표기했는지, 이것도 분명히 책을 팔기 위한 상술일 거라 생각합니다. ('상술'이라는 표현은 나쁜 뜻으로 쓴 것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만약 '마케팅 차원에서'라고 썼다면 같은 의미이지만 어감이 좀 달랐겠죠^^)

듬성듬성 읽었으니 제대로 된 리뷰는 쓸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파인만은 대단한 독서가였다는 것. 어려서부터 책 읽기가 취미였고, 게다가 깊이 몰두하여 생각하는 습관까지 갖추었다는 것입니다. 이름 난 모든 과학자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둘째는,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에서는 다소 상상하기 힘든 '열린' 교육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하루는 베이더 선생이 수업이 끝난 뒤에 나에게 말했다.
"파인만, 너는 너무 말이 많아. 너무 시끄럽단 말이야. 나는 이유를 알지. 너는 따분한 거야. 그래서 내가 책 한 권을 주겠어. 너는 저 뒤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서 이 책을 공부해. 네가 이 책의 모든 것을 안다면, 다시 떠들어도 좋아."
그래서 나는 물리 시간마다 파스칼의 법칙이고 뭐고 신경쓰지 않고 뒤쪽으로 가서 이 책을 공부했다.

우리나라 입시 교육 체제 하에서는 정신이 퍼뜩 들도록 몇 대 맞거나, 아니면 물리를 어느 정도 통달했으니, 그 시간에 국/영/수 공부를 더 했어야할텐데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삶' 자체를 즐겼습니다. 일을 즐기고 일에 미친 정도를 뛰어 넘어 그는 삶 자체를 '재미로' 산 것 같습니다. 그것이 열정으로 표현되고 자유로운 정신으로 비치고, 결과적으로 '파인만 다이어그램'이라는 양자전기역학 이론을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1권 뒷부분에 보면, 파인만이 로스앨러모스에서 원자폭탄을 만들 당시 새로 들여놓은 금고를 열기 위해 책까지 사서 연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렇게 하여 드디어 남들 앞에서 순식간에 금고를 열어버립니다. 이 상황을 그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것은 완전한 행운이었다. 이제 나는 금고털이로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는 데는 1년 반이 걸렸다(물론 그동안 나는 원자폭탄을 만드는 일도 했다!).

원자폭탄을 개발하면서, 사상적으로 혼란스럽고 육체적으로도 무척 괴로웠음에도 불구하고, 원자폭탄을 만드는 일이 마치 뒷전인 것처럼 말합니다. 마치 극한 상황에서 농담 한마디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미국식 영화처럼 말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면 이야기를 극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과장이었든 간에, 저는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리처드 파인만처럼, 그리고 미국 영화의 어느 주인공처럼..

오늘은 어떤 즐거운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반신욕으로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회사로 출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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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는 다른 누구보다 저 스스로 안타깝습니다. 스폰지처럼 모든 것을 다 빨아들여도 모자랄 판에,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폭과 깊이가 너무나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절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도 그저 한때이겠거니 그렇게 좋게~좋게~ 생각하면서 쓸데 없는 속상함에서는 벗어나려 합니다.

일단 읽기에는 부담이 없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리처드 파인만의  자유로움과 열정에 흠뻑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제가 이해하려고 해도 모르는 얘기들이 중간에 불쑥불쑥 튀어 나옵니다. 그가 물리학자이니 당연히 물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때 저는 절망(^^)합니다. 얘기의 흐름상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아 약간 건너뛰고 넘어가다보면 그런 얘기가 또 나옵니다. 이것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책의 반은 그냥 건너뛰게 되는 꼴이 되었습니다.

다 읽고 다시 훑어보니 실제로 전문적인 이야기를 다룬 곳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몇 부분 되지 않는데도 책 읽는 내내 마음에 걸렸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니, 다름 아닌 책 읽는 '조급함' 때문이었습니다. 출퇴근 시간 - 이 금쪽같은 시간을 할애해서 책을 읽다가 보니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이내 조급해졌던 것입니다. '왜' 읽는지에 대한 물음은 사라지고 그저 '빨리' 읽고 싶은 마음 뿐이었으니, 천재 물리학자의 삶을 엿보는 재미는 온데간데 없고 나의 편협한 과학적 지식을 원망만 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는 다 표현하지 않았으나 스스로 충분히 반성했으니^^ 각설하고 책 얘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이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권으로 하기에는 조금 많고 두 권으로 나누기에도 좀 그런, 애매한 분량입니다. 출판사 측의 상술이 작용한 면도 없지 않겠으나,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라는 배려이기도 할 것입니다.
참 이 책의 저자는 리처드 파인만이 아닙니다. 책 표지에 저자가 리처드 파인만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그의 친구 랄프 레이튼이 파인만과 함께 지내면서 보고 들은 것을 마치 파인만이 얘기하듯이 썼습니다. 그런데 왜 저자를 리처드 파인만으로만 표기했는지, 이것도 분명히 책을 팔기 위한 상술일 거라 생각합니다. ('상술'이라는 표현은 나쁜 뜻으로 쓴 것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만약 '마케팅 차원에서'라고 썼다면 같은 의미이지만 어감이 좀 달랐겠죠^^)

듬성듬성 읽었으니 제대로 된 리뷰는 쓸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파인만은 대단한 독서가였다는 것. 어려서부터 책 읽기가 취미였고, 게다가 깊이 몰두하여 생각하는 습관까지 갖추었다는 것입니다. 이름 난 모든 과학자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둘째는,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에서는 다소 상상하기 힘든 '열린' 교육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하루는 베이더 선생이 수업이 끝난 뒤에 나에게 말했다.
"파인만, 너는 너무 말이 많아. 너무 시끄럽단 말이야. 나는 이유를 알지. 너는 따분한 거야. 그래서 내가 책 한 권을 주겠어. 너는 저 뒤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서 이 책을 공부해. 네가 이 책의 모든 것을 안다면, 다시 떠들어도 좋아."
그래서 나는 물리 시간마다 파스칼의 법칙이고 뭐고 신경쓰지 않고 뒤쪽으로 가서 이 책을 공부했다.

우리나라 입시 교육 체제 하에서는 정신이 퍼뜩 들도록 몇 대 맞거나, 아니면 물리를 어느 정도 통달했으니, 그 시간에 국/영/수 공부를 더 했어야할텐데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삶' 자체를 즐겼습니다. 일을 즐기고 일에 미친 정도를 뛰어 넘어 그는 삶 자체를 '재미로' 산 것 같습니다. 그것이 열정으로 표현되고 자유로운 정신으로 비치고, 결과적으로 '파인만 다이어그램'이라는 양자전기역학 이론을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1권 뒷부분에 보면, 파인만이 로스앨러모스에서 원자폭탄을 만들 당시 새로 들여놓은 금고를 열기 위해 책까지 사서 연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렇게 하여 드디어 남들 앞에서 순식간에 금고를 열어버립니다. 이 상황을 그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것은 완전한 행운이었다. 이제 나는 금고털이로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는 데는 1년 반이 걸렸다(물론 그동안 나는 원자폭탄을 만드는 일도 했다!).

원자폭탄을 개발하면서, 사상적으로 혼란스럽고 육체적으로도 무척 괴로웠음에도 불구하고, 원자폭탄을 만드는 일이 마치 뒷전인 것처럼 말합니다. 마치 극한 상황에서 농담 한마디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미국식 영화처럼 말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면 이야기를 극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과장이었든 간에, 저는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리처드 파인만처럼, 그리고 미국 영화의 어느 주인공처럼..

오늘은 어떤 즐거운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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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처럼 회의하라
김영한 외 지음 / 청년정신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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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제목이 참 중요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저처럼 책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책을 살 때 제목이 미치는 영향이 아마 50%는 족히 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순전히 제목만 보고 산 경우입니다. '회의 방법론'에 관해서는 익히 널리 알려진 원칙들이 있으므로 굳이 책으로까지 사서 볼 생각이 없었지만, 순전히 '삼성처럼'이라는 말에 혹시나~ 싶어서 샀던 것입니다.

역시 별 다른 내용은 없습니다. 이 책의 목차만 보아도 내용의 반 이상은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니다.
삼성은 준비 없이 회의하지 않는다 / 회의를 기획하라 / 회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 / 회의를 사전에 공지하라 / 참가자를 선정하라 / 회의 자료를 미리 배포하라 / 시간을 분배하라 / 회의 비용을 명시하라 / 회의장을 준비하라... 등이 이 책의 목차에 나오는 소제목입니다. 본문에서는 여기에 약간의 살만 붙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별 내용 없다'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이 책의 내용이 우리의 삶과 너무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매우 당연한 원칙들이지만, 실천을 하지 않음으로 해서 매일같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회의에 대한 원칙을 다시 세우고, 나름대로의 회의 방법론을 정하여 실천에 옮김으로써, 차제에 더이상 회의(懷疑)적인 회의가 아니라 생산적인 회의를 할 수 있도록 바꾸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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