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생물 이야기 - 상상을 초월하고 예측을 불허하는 이상한 생물 이야기
하야가와 이쿠오 지음, 데라니시 아키라 그림, 김동성 감수, 황혜숙 옮김 / 황금부엉이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재미있는 책 한 권 읽었습니다. 재미있다고 해야할지 희한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읽고 있던 다른 책을 마저 다 읽은 다음 보려고 했었는데, 잠깐 몇 장 펼쳐보다보니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원래 읽던 책의 주제가 무겁고 또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했었는데 - 친일파를 다룬 책이었습니다 - '불쾌' 모드에서 '유쾌' 모드로 기분 전환이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20만 부 이상 팔렸다는 《이상한 생물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말 그대로 '이상한 생물' 도감입니다. 처음 이 책을 훑어볼 때는 생물 도감에서 좀 특이한 놈들을 골라 만든 것 정도로 생각했는데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크기가 50 미크론에 불과하지만 섭씨 150도의 고열과 절대 영도(영하 273도), 진공 상태에서도 끄덕 없는 초생명체 '완보동물'로부터 몸 길이 10 미터가 넘으면서도 고작 하는 짓이라고는 크게 입벌리고 지나가는 플랑크톤이나 걸러 먹는 일명 '바보 상어'로 불리는 '돌묵상어'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도 사는 방식도 모두 제각각입니다.
이름부터 웃기는 '복서게'는 말미잘을 손에 꽉 쥐고 이리저리 흔들면서 마치 치어리더처럼 수술을 들고 응원하듯 먹이를 유혹하거나 쫓아냅니다. 이 놈은 오로지 말미잘을 한 손에 꽉 쥘 수 있도록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왔습니다. 그런가하면 '하늘소갯민숭이'나 '네혹뿔매미'같은 놈들과 같이 다윈의 진화론을 정면에서 비웃는 놈들도 있습니다. '네혹뿔매미'는 도대체 아무리 봐도 쓰임새를 알 수 없는 거추장스러운 혹을 달고 다닙니다.

이와 같이 생물도감에 없는 놈들도 꽤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 생물도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와 '감동'이 있었습니다. '○○과에 속하는 동물로서 ○○○에 주로 서식하며 섭씨 ○○도에서 ○○도 사이 환경에서 잘 자란다. 어쩌구 저쩌구'하는 딱딱한 도감식 이야기가 아닙니다.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작가의 언변에 책 읽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유쾌하고 감동적인 책읽기였습니다.

'감동'이라는 말이 과장된 표현이라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생물들이 워낙 특이하여 그냥 '엽기 생물'이라고 단순 정의하여 재미로만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오히려 세상이 반듯하게 생긴 것들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수많은 종류의 생명체가 산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한 데 모아놓고 보니 재미를 넘어 생명에 대한 경외감마저 들었습니다. 어찌보면 단순한 그림책을 보면서 저의 감정은 진화를 거듭합니다.
재미있다, 징그럽다, 웃긴다, 신기하다, 신비롭다. 경외롭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조용히 들여다보면 세상을 구성하는 그 무엇 하나 놀랍지 아니한 것이 없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