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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을 만나다 - 항소이유서에서 소셜 리버럴리스트가 되기까지, 지승호의 인물 탐구 1
지승호 지음 / 북라인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올 초에 지승호의 인터뷰집 《마주치다 눈뜨다》를 읽으면서, 인터뷰집도 단행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오히려 논리적 글쓰기를 통해 완성된 책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묻고 대답하는 것 자체가 이미 현장감을 담고 있어, 저자의 화려한 수사修辭를 보태지 않더라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책 만드는 수고가 홀로 글쓰기하는 것보다 덜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시간만 놓고 보더라도 이 책이 나오기까지 4년 정도 소요된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지승호의 인물 탐구 1〉이라는 시리즈명으로 미루어 보아 앞으로도 ‘한’ 인물의 집중적인 인터뷰를 통해 책으로 엮는 작업이 더 있을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 한 두 번의 가벼운 인터뷰 내용을 옮겨 적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 책에는 유시민과의 4년에 걸친 여섯 번의 인터뷰 결과와 정혜신, 한홍구, 김정란, 유시춘의 유시민을 바라보는 생각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이를 통해 유시민의 ‘말’의 변천 과정을 알 수 있습니다. 유시민을 바라보는 다양한 - 물론 매우 우호적인 사람들의 입을 빌었지만 - 시선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결과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뷰 전문 작가로서의 직업 의식과 성실함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위에서 말의 변천 과정이라고 표현했으나, 아직 유시민은 말 바꾸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여기서 ‘말’이란 비교적 무거운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제 생각에, 유시민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결코 스물 여섯 청년의 가슴으로 쓴 〈항소이유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돌려 읽은 이 구체적인 물증(?)은 유시민을 유시민‘답게’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것입니다. 과거의 신념을 헌 신짝 버리듯 하는 사람도 많지만, 유시민을 아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듯, 그는 결코 그럴만한 성격의 위인이 못 됩니다. 강준만 교수의 우려처럼 “선한 의지가 지나쳐 부끄러움을 느낄 능력조차 없는 멸사봉공 정신 중독자”인 그의 진실성에 대해서는 조금의 의심도 없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은 부록으로 〈스물 여섯 청년 유시민의 항소 이유서〉를 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 봤습니다. 누나 유시춘의 말처럼 ‘26세의 청년이 영어의 몸이 된 처지에서 참고 문헌 하나 없이 써내려간 글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돈된 미문’입니다. 역시 마지막 문장에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순투성이이기 때문에 더욱더 내 나라를 사랑하는 본 피고인은 불의가 횡행하는 시대라면 언제 어디서나 타당한 격언인 네그라소프의 시구로 이 보잘것없는 독백을 마치고자 합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이것이 바로, 아직까지 그가 ‘싸가지 없다’는 욕을 들으면서까지 분노하고, 아래 위 구분하지 아니하고 날선 소리를 내뱉는 까닭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승호의 우려처럼, 현실 정치의 각박함 탓인지, 점점 잃어가고 있는 듯한 예전의 유머와 여유를 되찾기를 바랍니다. 운동가이자 지식인 유시민에 대한 존경에서 시작하여 현재의 정치인 유시민을 아끼고 지지하는 한 사람의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