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도 자고 아내도 잠든 밤에 비디오를 봤다. 낮에 아파트 앞 비디오 가게에서 빌렸는데, 갈 때마다 머쓱하다. 신작 한 편 빌리고 500원짜리 동전 하나 달랑 건내려니, 빌려가면서도 미안하다. 요즘 콩나물도 한 봉지에 1,000원이다.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울어봤다. 주먹이 우는 게 아니라 내가 운다.
이런 상황이 정말 싫다. 둘이 싸우면 내가 응원해야 할 사람이 있어야할 게 아닌가. 어느 누구도 편들 수 없다. 속으로 욕이 나온다. 젠장, 왜 없는 놈들끼리 저리도 처절하게 싸우는가.
이혼'당하고' 술에 취한 최민식에게 천호진이 말했다. "세상에 사연 있는 사람 너 하나 뿐이 아니다"
아버지 영정 앞에서 류승범이 말한다. "아버지처럼 안 산다. (...) 아, 씨발, 못 이기면 어떡하지?"
영화가 현실에 가까울수록 마음은 불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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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결론이 어떻게 날까 궁금했다. 제발 어느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말기를 바랐다. 가슴이 너무 아플 것 같았다. 이게 내 상상력의 한계다.
피터지게 싸우고, 결국은 어느 하나가 지는 싸움이었지만, 그러나 슬프지 않다.
유성환(류승범)은 이겨서 이루었고, 강태식(최민식)은 져도 이루었다. 이겼지만 울고, 져도 웃는 저 모습. 일단은 해피 엔딩이다. 영화가 현실과 다소 거리를 둘 때 내 맘은 오히려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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