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공소시효 - 한민족의 지혜
김학렬 지음 / 기원전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참으로 특이한 책을 읽었습니다. 아는 분의 권유로 읽었는데,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봐도 나오지 않아 구하기도 만만찮은 책입니다. 그렇다고 오래 전에 나와 절판된 것은 아니고, 참으로 특이한 주제를 담고 있어 아마 소량 출판한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역시 아는 분의 권유가 아니었다면, 비록 이 책이 서점에서 눈에 쉽게 띄는 장소에 있다고 해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책이 다루는 주제도 특이하거니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범인凡人이 보기에 생뚱맞기까지 합니다.
저자의 바람은 유태인의 <탈무드>에 비견할만한 한민족의 교육서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자가 그 첫 단추를 낄테니 독자 제현의 참여로 함께 만들어 보자고 합니다.

저자가 이 책의 초안을 만든 지가 근 3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자연과학과 수학과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은 저자가 재오삼수再悟三修의 과정을 거쳐 깨달은 바를 널리 알리기 위해 자신의 수고로움을 뒤로 하고 기어이 책으로 엮은 속 사정을 알기에, 저의 리뷰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리뷰를 썼다 지웠다하기를 벌써 두 시간. 제 자신이 아직 천학비재淺學菲才하여 천오舛誤함이 있음을 알기에, 얕은 지식으로 논리를 분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책의 제목은 <신의 공소시효>입니다. 그 뜻인 즉, 인간의 법과는 다르게 신의 법(자연이 이치)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왜? 만약 그렇다면 너무 불평등하니까... '평등' -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이자 저자가 말하는 '지혜'의 핵심입니다.

일반적으로 세상이 불평등하다고 보는 것은 '긴 안목'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긴 안목이란 현세를 초월한 개념입니다. 불평등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태어난 종교가 내세來世 - 그것이 윤회이든 아니면 천국과 지옥이든 - 를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은 긴 안목에서 평등의 개념을 말하고자 함이라고 설명합니다.

1-1 = 0 입니다. 수학적으로는 공리입니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그러하지 않습니다. 좌변의 1-1은 결국 +1-1이니, 하나를 줬다가 뺏는 것이고, 오른쪽의 0은 처음부터 없다는 뜻입니다. 결과적으로 등호를 사이에 두고 좌우 모두 0이지만 그 차이는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0은 평형 상태를 말하지만우변의 0은 도교에서 말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말함이고, 좌변은 +1-1이라는 행위가 발생하였으므로 유위有爲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의 삶이란 결국 유위有爲인데, 유위有爲에서의 평등은 필연적으로 시차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즉 0이 되기 위해 +1 했다가 -1 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 시차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사도 역시 평등하나 그 시차로 인해 평등하지 않게 보인다는 논리입니다. 그 시차를 뛰어넘는 '긴 안목'이 있어야만 세상 사는 지혜 - 평등의 지혜 - 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법가는 단기간 내에 평등성이 보장됨을 바라고, 유교의 예禮는 장기간에 걸쳐 평등성이 보장함을 뜻하고, 사람이 죽은 다음에까지도 평등성이 보장되는 것은 불교이며, 기독교는 천당으로써 이것을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평등의 개념으로부터 출발하여 선善, 전생前生, 시간, 행복, 지혜로운 삶이란 무엇인지, 이를 확대하여 사회 조직에서 평등의 지혜를 어떻게 구현해야하는지를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요약하여 저자는 후기後記를 다음과 같은 말로 맺습니다.

긴 시간으로 보았을 때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러므로 순간순간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여유로운 긴 안목의 지혜를 가져라.

미래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다만 긴 안목으로 보고
그렇게 믿고 행하기 때문에 그 미래가 있는 것이다.

순간의 분노, 순간의 흥분에 대하여 최선의 조언자는
시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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