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을 리뷰할 때가 가장 곤혹스럽습니다.큰 기대를 가지고 봤으나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하고, 그렇다고 그리 좋지 않은 책 같지는 않으나 딱히 추천하기도 뭣한... 이런 느낌이 들 때 무슨 말부터 해야할지 좀 막막합니다. 이 책은 공주형의 <사랑한다면 그림을 보여줘>를 읽고 느끼는 바가 있어서, 비슷한 류의 책이라 생각해 샀습니다. 주중에 인터넷 서점을 통해 주문을 했는데 주문량이 많아 금요일 저녁에 정말 가까스로 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급한 약속 때문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가 택배 아저씨와 몇 번의 전화 통화 끝에 겨우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혹시 누가 그 광경을 지켜봤더라면 무슨 굉장한 물건을 받는 줄 알았을 겁니다.그 전에 읽던 책이 따로 있었지만 이 책부터 읽었습니다. 표지는 에곤 쉴레의 <겨울 버찌와 자화상>. 물론 그림에 대해 문외한인 제가 에곤 쉴레를 알 턱이 없지요.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곁눈질하듯이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는 깡마른 얼굴, 큰 눈의 에곤 쉴레, 무어라 형언하기 힘든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의 설명을 듣고 싶었습니다. 화가에 대해, 그리고 그 그림에 대해...그러나 아쉽게도 저자는 저의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이 책은 미술 전공자 박서림의 <여행기>이기 때문입니다.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저자는 스스로 심취해있는 작가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여행을 하며 그 소감을 쓰고 있습니다. 작가에 대해 기초적인 상식이 부족한 저에게 그녀의 여행 후기는 낯설었습니다. 그녀의 정서와 눈높이를 맞추기 힘들었습니다. 책 선정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함량 미달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잘못 고른 것이지요. 화가와 그림에 대한 저의 일천한 지식을 어찌 좀 보완해볼까했는데 저자는 최소한의 상식은 있는 독자를 대상으로 썼으니까요. 나의 그림에 대한 지적 수준이 조금이라도 높았더라면, 그래서 저자의 호흡과 행보를 따라갈 수 있었다면 꽤 괜찮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네 차례에 걸쳐 3년 동안 화가의 과거를 따라 여행한 저자의 경험을 온전히 느낄 수만 있었다면 더없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깁니다.인터넷 서점에서 미술사 관련 책을 살펴보니 다카시나 슈지의 <명화를 보는 눈>이 좋을 것 같습니다. 조만간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