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100장면
박은봉 지음 / 실천문학사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식목일에 발생한 양양 지역 대형 산불이 아직 진화되지 않았나 봅니다. 천년 고찰 낙산사를 전소시키고 국사책에서 보던 7층 석탑과 많은 보물들을 태웠습니다.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이 비상 대피하고, 군부대 탄약고 주위에 비상 방어망을 치고, 조금 전 새벽부터는 불길이 설악산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길목을 막고 있다고 합니다. 어제 하루만 23건의 산불이 발생하고 많은 이재민이 생긴 탓에 차라리 식목일을 없애버리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에 어서 불길이 잡히고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게다가 신라 문무왕 11년(671) 의상(義湘)에 의해 창건되어 1,300여 년을 지켜온 낙산사가 불길에 휩싸여 쓰러져가는 모습은 충격이었습니다. 제발 더 큰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한시라도 빨리 불길이 잡히기를 기원합니다.

《개정판 세계사 100장면》을 읽고 있습니다. 100 장면 중에 80 장면을 읽었습니다. 나머지 스무 장면은 오늘 출근길에 마저 읽어볼 생각입니다.
이 책의 초판은 아마 91년 경에 나온 것 같고, 96년에 개정 초판이 나와 개정판만 27쇄를 찍은 베스트셀러입니다.
머릿속의 역사 지식이 샐닢같아 늘 책을 주문할 때마다 쉽게 읽을만한 역사책이 없을까 살펴보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이 책을 구하게 되었는데, 계속해서 묵혀두다가 이제서야 보고 있습니다.

벌써 15년 전에 초판을 발행한 이래 계속해서 출간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책 읽는 선배가 '좋은 책은 나중에라도 재출간되니 미리 읽지 못해 마음 조급할 필요가 없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비록 이런 책을 두고 명작名作이라 하기는 뭣하지만 세계사 지식이 정리되지 않은 저와 같은 사람에게는 한 눈에 사건과 흐름을 동시에 정리할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역사책이 될 것 같습니다. 지구본을 옆에 두고 책을 읽어갔습니다.

예전에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를 읽고, 비록 고등학교 세계사 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가볍게 세계사를 훑어보는 데에는 꽤 유용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재미로 치자면 《세계사 100장면》이 책이 한 수 위입니다. 게다가 각 장면을 시작할 때마다 동시대의 우리나라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어 많은 참고가 됩니다. 무엇보다 역사적 사건을 해석하는 시각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두루뭉술하게 객관적 사실을 나열하려 한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 제국주의에 의한 아프리카의 분할을 서술하는 부분을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와 《세계사 100장면》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아프리카 분할에는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참가했는데 중심은 1875년에 이집트에서 수에즈 운하의 관리권을 획득하여 이집트와 케이프타운 식민지를 잇는 '종단정책'을 전개한 영국과, 알제리에서 사하라 사막을 가로질러 아프리카 동해 연안에 이르는 '횡단정책'을 전개한 프랑스였다."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中 〈콩고에서 시작된 폭풍과도 같은 분할〉편 p.269

"결국 아프리카는 순식간에 서구 열강의 식민지 혹은 보호령이 되어갔다. (...) 아프리카의 지도를 보면, 나라간의 국경선이 다른 대륙과는 달리 일직선을 곧게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유럽 열강이 아프리카를 분할하면서 정복국의 편의에 따라 마음대로 경계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원주민의 삶은 처참하게 파괴되었다. 그들에게 유럽의 백인이 가져다준 것은 학살과 노예사냥, 착취와 굴종뿐이었다." 《세계사 100장면》中 〈바다를 이은 최초의 운하〉편 p.292~293

이 글을 읽고 아프리카 지도를 다시 보니 정말 자로 그은 듯 나라 경계가 뚜렷하였습니다. 마치 어릴 때 땅따먹기 놀이할 때처럼요.

저처럼 역사 지식이 일천日淺하다고 스스로 생각하시는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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