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 '수유+너머'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
고미숙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미치겠습니다.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그들이 그립습니다. 그들의 '지식 꼬뮌'이 한없이 부럽습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들만의 방식에 깊숙이 매료되어 빠져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이런 사무치는 감정을 느끼게 된 데는 아마 저자 고미숙의 특유의 종횡무진 명랑한 '말빨'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가 전해주는 그들의 삶의 방식과 열정이 부럽습니다. 여기서 그들이란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말합니다.

"본디 땅 위에는 길이 없다. 누군가 지나가면 그것이 길이 되는 것"이라고 노신 선생이 말했습니다. 연구공간 '수유+너머'가 '지식 공동체'라는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고미숙으로부터 시작된 '수유리 공부방'과 이진경으로 대표되는 '서울사회과학연구소'의 운명적인 만남과 변신·합체·진화의 과정을 통해 길이 생성되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시조와 잡가 따위를 연구하는 고전문학 연구자와 가장 전위적 담론을 모색하는 사회과학자 사이의 은밀한 접속, 그리고 탈바꿈(=변태?)의 과정. 그 과정에서 경계는 사라지고 지식은 늘 새롭게 배치됩니다.

그런 지식이 그들만의 세미나를 통해 공개되고 공유됩니다.
노마디즘, 열하일기, 천의고원, 푸코, 들뢰즈/가타리는 그들이 즐겨하는 주제입니다. 그 외에도 많습니다. 너무 많아 옮기기가 민망합니다. 아주 최근의 강좌 또는 세미나 제목을 몇 개 옮겨 보겠습니다.
'노마디즘'과 '선(禪)의 관문(關門)', '빛에 대한, 빛에 의한, 빛으로 보는 세계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급진성, <에티카>', '지속과 생성의 철학, <물질과 기억>', '<西遊見聞>을 읽는다 Ⅱ', '지젝 with  헤겔', '근대의 감각과 시각성-<소년>과 <청춘>의 창(窓)', '실크로드로 떠나는 사진교실' 등... (www.transs.pe.kr에 가면 자세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히 '세미나 게릴라'라는 이름이 붙을만 합니다.

그 게릴라들이 쏟아낸 책들입니다. 알라딘과 예스24에서 뒤져보았습니다.

《열하일기, 웃음가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고미숙),《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고병권),《계몽은 신화다. 계몽의 변증법》(권용선),《나츠메 소세키 문학예술론》(황지헌 옮김),《나츠메 소세키 문명론》(황지헌 옮김),《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진은영)《국민국가의 정치적 상상력》(정여울),《book+ing 책과 만나다》(수유연구실+연구공간'너머'),《근대적 시. 공간의 탄생》(이진경),《연애의 시대》(권보드래),《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진은영),《들뢰즈와 문학 기계》(고미숙),《심연을 탐사하는 고래의 눈》(정선태),《근대성의 경계를 찾아서》(서울사회과학연구소),《인텔리겐차》(퍼슨웹),《한국근대소설의 기원》(권보드래),《철학극장, 욕망하는 영화기계》(고미숙),《노마디즘 1,2》(이진경),《근대주체와 식민지 규율권력》(김진균),《 필로시네마 혹은 영화의 친구들》(이진경),《근대적 시.공간의 탄생》(이진경),《철학의 외부》(이진경),《이것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다》(이진경),《수학의 몽상》(이진경),《맑스주의와 근대성》(이진경),《철학의 탈주》(이진경),《탈주선 위의 단상들》(이진경),《철학의 모험》(이진경),《일본 근대의 풍경》(연구공간 '수유+너머' 옮김),《니체, 천개의 눈 천개의 길》(고병권),《비평기계》(고미숙),《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고미숙),《이성은 신화다, 계몽의 변증법》(권용선),《일본 문학의 근대와 반근대》(정선태 옮김),《가네코 후미코》(정선태 옮김),《아시아라는 사유공간》(류준필 옮김),《옛 시 읽기의 즐거움》(김풍기),《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고병권 옮김),《카프카》(이진경 옮김),《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이진경),《동양적 근대의 창출》(정선태 옮김),《개화기 신문 논설의 서사 수용 양상》(정선태),《문화읽기 : 삐라에서 사이버문화까지》(고길섶),《18세기에서 20세기 초 한국시가사의 구도》(고미숙),《자본을 넘어선 자본》(이진경),《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이진경 옮김),《근대계몽기 지식 개념의 수용과 그 변용》(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박성관 옮김),《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진은영),《장자, 영혼의 변화를 위한 철학》(김경희 옮김) 등등등... 헉헉...

대충 잡아도 이 정도입니다. 찾아도 찾아도 끝이 없습니다.

이들에게는 '사랑하면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립니다. 이들에게 학문의 '경계'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고미숙은 이렇게 말합니다. "학문의 영역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즉, 한 사람이 얼마나 뛰어난 지적 성취를 이룰 수 있는가의 여부는 천재적 영감이 아니라 얼마나 지속적으로 지적 열정을 견지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열정을 견지할 수 있는 그들에게 앎이란 즐거움이고,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 움직에게 하는 원천으로서의 지식이 되는 것입니다.

앎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욕망 - 이것이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시작이자 끝일 것입니다. 혁명이건 구도건 그런 열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법이니까요.
그들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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