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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 미래를 위한 자기발전 독서법
안상헌 지음 / 북포스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설니홍조雪泥鴻爪라는 말이 있습니다. 눈이나 진흙 위의 기러기 발자국이 시간이 지나면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제가 독서노트를 쓰는 것도, 읽고 나면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입니다. 널리 공유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입니다.
어느 독서광이 《생산적 책읽기 50》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사람 사는 모습이 천차만별이듯이 책 읽는 모습도 서로 다른지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책을 읽는지 궁금하여 사봤습니다. 분량이 그리 부담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몇 일에 걸쳐 책을 읽었습니다. 나의 책 읽는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말들이 많아 때론 긍정하기도 하고 때로는 의문을 가져가며 느릿느릿 읽었습니다. 책 곳곳에서 급하게 책을 읽지 말라고 충고하니, 아는 내용이라고 무심코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었습니다.
"다급하게 책을 읽는 버릇을 가진 사람은 좋은 책을 천천히 읽어나갈 때의 묘한 힘을 결코 알지 못한다.-로망 롤랑"(p.85)
"'오늘 안에 이 책을 꼭 다 읽어야 돼!'라고 생각하며 읽는 사람은 책읽기를 의무감으로 하는 사람이다. 의무감으로 책을 읽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읽다 보면 책읽기의 재미가 반감되고 자세히 읽어보면 깊은 의미가 있는 것들도 자칫 그냥 넘어가기가 쉽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p.222)
이와 같이 저자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 그리고 해서는 안 되는 자세 등을 49개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마지막 하나는 독자가 직접 자신만의 독서법을 써보라며 남겨 두고 있습니다.
쉰 개의 글은 독서와 관련된 짧은 명언으로 시작하는데, 때로는 저자가 쓴 본문보다 더 와닿기도 합니다. 그리고 글이 끝날 때마다 [나의 독서노트]라는 꼭지가 있어 글 주제와 연관지어 50 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책 읽는 모습과 생각도 들을 겸, 게다가 이렇듯 구성도 아기자기하여 읽는 데 지루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기껏 잘 읽고 책을 덮으니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읽으면서 줄 긋고 접어 놓은 부분을 다시 훑어봐야 했습니다. 아마도 저의 독서 수준은 저자가 말하는 책 읽기 1단계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많이 읽고 많이 기억하려는 단계이다. 이 단계를 투입과 산출의 비율로 이야기하자면 산출보다는 투입이 월등한 비율을 차지하는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 하지만 이 단계에서는 이상하게도 많이 읽고 느끼려고 할 뿐 몇 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만큼 머릿속에 각인되는 것들은 별로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축적된 것이 워낙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지 많이 읽고 느끼는 것이 '재미'있는 단계이다."(p.63)
이 단계를 넘어서야 '적게 읽고 많이 생각하는' 2단계, '적게 읽고 많이 쓰는' 3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2,3단계에서 말하는 '적게'가 어느 만큼인지 잘 모르겠지만요.
어떤 연유에서든 책 읽기를 시도하려는 분, 책을 꾸준히 읽기 위해 노력했지만 도무지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분들께 권해 드릴만한 책입니다.
그러나 이미 책 읽는 재미를 충분히 느끼고 있는 분들께서는 굳이 읽지 않으셔도 이미 경험을 통해 알만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다른 사람의 책 읽는 모습이 궁금하다면 한 번 가볍게 읽어볼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애착이 가는 한 문장.
"그런 의미에서 실천적인 책읽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모두 중독자들이다."(p.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