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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트렌드 - 변화의 물결
김경훈 외 지음 / 책바치(와우밸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제가 이 자리를 통해 소개드린 트렌드 관련 서적만 해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 《마케팅 어드벤처》,《60 TREND 60 CHANCE》, 페이스 팝콘의 《미래생활사전》등이 있습니다.
사업을 하거나 마케팅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트렌드 읽기'는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하는 어부들이 내일 날씨에 신경을 쓰는 것만큼이나 꼭 필요한 정보 습득 과정입니다.
트렌드 읽기를 시도할 때의 심정은 어부들이 어군탐지기를 사용하여 고기떼를 쫓아가고자 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확하게 물고기떼의 규모와 위치를 말해주는 어군탐지기와는 다르게 트렌드는 전체적인 물 흐름만을 말해 줄 뿐입니다. 그 흐름은 대개 '이미' 알고 있거나 주위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상일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트렌드를 '예측'하기 위해 이런 책을 읽지만 실상 이런 책은 현재의 트렌드를 '분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시작되어 '분석'이 가능한 현상들 가운데, 그래도 이러한 현상이 10여년 이상 지속될 것 같은 '강한' 흐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책의 효용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측'은 커녕 정작 '현재의' 흐름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막연하게 느끼고 있는 흐름들을 명쾌하게 분석하여 그 흐름을 '인정'하는 과정도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큰 흐름에 역류하는 모험 따위는 하지 않을 테니까요.
이 책은 스무 가지의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 스무 가지의 흐름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트렌드임을 확인하기 위해 두 단계의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우선 확실한 '심리적 동기'가 있는가를 살폈습니다. 그 동기로 인해 최소 10년 간 지속될 수 있는 흐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사회적 토대'가 마련되어 있는지를 살폈습니다. 사회적 토대 위에 강한 심리적 동기가 있어 향후 10여 년 동안 지속될 것 같은 흐름을 스무 가지로 추렸습니다.
제가 트렌드 관련 서적을 소개드릴 때마다 '화장실에 두고 읽을만한 책'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처음 읽을 땐 '아하~'하고 맞장구를 치게 됩니다. 그러나 대개 그것으로 끝나고 맙니다. 중요한 것은 '그래서 현재의 사업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입니다. 당장 업무적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나 개인의 미래를 위한 설계까지 상상할 때에 이런 책이 제 효력을 발휘합니다.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에 화장실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겠습니다^^
만약 회사라면, 가능하면 여럿이 함께 읽고 그 느낀 점을 얘기하고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텍스트로 삼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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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소개된 스무 가지 트렌드를 요약하려 했으나 오늘도 아침 시간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여 서둘러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사업 기획,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되 그러나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것은 대개 '아는'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도 꼭 읽어보시길 권하는 것은 그 흐름을 확실하게 '정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