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만 하던 아이가 갑작스레 아파했습니다. 금요일 저녁,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너무 힘들어해 아내가 데려왔습니다.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갔습니다.
Scene #1
저녁 시간이라 아내는 급한대로 근처 동네 소아과에 갔습니다.
의사는 다짜고짜 아이 입을 벌립니다. 아이가 깜짝 놀랍니다. 다시 귀를 잡아당겨 속을 보려하지만 귓구멍이 좁아 잘 볼 수 없다며 툴툴대다가 살펴보기를 그만둡니다. 화장이 유난히 짙은 간호사가 아이를 데리고 어디로 갑니다. 아이 엄마가 깜짝 놀라 어디로 가냐고 묻습니다. 뭐라뭐라고 말하는데 모기 소리만해서 들리지도 않습니다. 아이더러 뭘 잡고 있으라고 합니다. 아프고 겁에 질린 아이가 뭘 들고 있을 수나 있겠습니까. 엄마는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병원 가기를 어린이집 가듯이 즐겨 하는 아이도 이번에는 혼이 났는지 계속 웁니다. 의사에게 무얼 하는 것이냐고 물어보지만 일일이 어떻게 다 설명해주느냐고 도리어 짜증입니다. 아이의 목이 부어서 열이 그렇게 올라간 것이라고 말합니다. 약을 이틀치만 지어줍니다. 일요일까지 먹으려면 모자라니 더 지어달라고 했지만 토요일 늦게까지 하니까 그 때 다시 오라고 합니다. 정말 우여곡절 끝에 병원을 탈출했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으로 가지만 제대로 처방한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Scene #2
다음 날에도 아이의 열이 떨어지지 않아 좀 멀지만 차를 몰고 늘 다니던 소아과로 갔습니다. 아내는 이곳에 가야만 안심이 된다고 합니다. 저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대기 중인 아이들이 여럿 있었지만, 간호사가 반갑게 맞아 줍니다. 의사는 아이에게 입을 벌리라고 합니다. "아~~~". 그리고 청진기로 장 움직임 소리를 듣습니다. 부모는 그 사이 이것 저것 아이의 증세를 말합니다. 의사가 말합니다. "목이 이 정도 붓는다고 열이 39도 이상으로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요즘 갑자기 열이 올라가며 목이 허는 경우까지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심한 건 아니지만 장의 움직임도 그리 좋지 않아 이에 대한 약도 조금 처방해드리겠습니다. 약에 해열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열이 잘 떨어지지 않을 때에는 해열제를 따로 더 먹여 주세요. 해열제는 따로 있습니까?" 그리고는 오늘이 토요일이니 넉넉하게 약을 4일치를 처방한다고 했습니다. 부모는 의사에게 어떤 것을 먹여야 하고 먹여선 안 될 것은 무엇인지 묻습니다. 의사는 싫어하는 기색 없이 차근차근 설명해 줍니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서 기다리는 동안 이 약을 먹으면 아이가 곧 나을 것 같은 믿음이 들었습니다.
소아과 의사들에게 자격증을 주기 전에 먼저 적성 검사를 따로 해야할 것 같습니다. 어른을 다루듯이 - 사실 어른도 그렇게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 - 그렇게 아이를 다루고, 알아서 약을 지어 줄테니 군말 말고 먹으라는 식의 처방을 해서는 안 됩니다. 비단 우리 동네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반면 정말 '친절하고 샹냥한' 의사가 있는 소아과가 있다면 아마도 웬만한 기존의 근처 소아과를 모두 제치고 모든 엄마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겁니다. 저부터 그럴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