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프면 모든 것이 중지된다. 엄마 아빠의 식욕이 떨어지고, 평소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죄책감에 사로잡히며, 혹시 아이가 열이라도 있을라치면 영점 몇 도 오르락내리락거리는 것에 마음을 졸인다. 겨우 잠이 들면 혹 잠이 깰까봐 걸음걸이 문 여닫는 행동 하나하나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것이 없다. 자다깨다 반복하는 아이로 인해 밤잠을 못 이루는 건 당연지사이고, 아침에 어린이 집에 가는 것도 중지된다. 아이 보랴 일하랴 평소 나보다 더 바쁜 아내의 일도 일단 중지된다.
아침이 다 되어서야 깊은 잠에 든 듯한 아이의 모습은 사랑스럽기 그지 없고, 애처롭고 평화롭고 가슴 짠한 그 기분은, 오로지 느낄 뿐 표현할 길이 막막하다.
이제 아이가 잠 깨면 아침밥 먹고 병원에 가야한다. 늘 다니던 병원이 있지만 너무 멀어, 이제는 가까운 병원으로 바꾸자고 말하지만 아내에게는 통할 리가 없다. 나고 자라면서 큰일 작은일 모두 겪은, 무엇보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의사 선생님이 계시니, 거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아내를 생각해서 한 말이지만, 아내는 아이가 더 걱정이다. 맞다. 아내 말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