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선배가 그러더군요. 리뷰는 참 어정쩡한 글쓰기다 - 이런 문장은 아니었는데, 하여튼 이런 뜻이었습니다.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완전히 소화하여 글을 쓸 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주로 전해야할지, 아니면 그 책을 읽고난 후의 내 생각을 더 많이 담아야할지, 늘 쓸 때마다 그 경계에서 갈팡질팡합니다. 저자의 말에 내 생각을 얹는 것도 참 위험스럽습니다. 저자가 책 한 권을 만들기까지의 고민의 십분의 일이라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틈새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글을 쓰게 됩니다. 그러니, 근본적으로 어정쩡함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반면 제가 리뷰를 쓰는 목적은 매우 단순합니다.
내가 읽은 책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가장 손 쉬운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규칙적인 글쓰기 연습이기도 합니다.
리뷰를 웹 사이트에 올리고 아는 분들에게 이메일로 보내는 것은 또 다른 이유에서입니다. 읽고 생각하고 쓰는 연습을 보다 공고히 하는 방법 중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아는 것을 뱉어내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 가장 빠른 길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는 리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제 웹 사이트의 모든 글들이 다 이러한 생각으로 쓴 것들입니다.

이런 연습을 하는 것은 '나의 글'을 쓰기에는 아직 내 앎의 깊이와 표현의 기술이 얕고도 천박함을 스스로 알기 때문입니다.
나의 목표는 '10년 후'입니다. 그러니까 2013~4년 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1,200~1,500 여권의 책을 더 읽고 쓰고 나면,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그 때까지 어정쩡한 글쓰기가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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