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3월, 학생회 사무실 벽에 이런 글을 써붙였다.
"죽음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은 제게 가르쳐 주세요."
- 손병목
이른 세 시다. 늦은 밤과 새벽의 경계다. 왜 이 시간에 14년 전의 일이 생각이 날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전에 왜 '죽음'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했을까.
몇몇 선배들이 나를 찾아 왔다. 그리고 저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무슨 말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학생회관 3층 창틀에 걸터 앉아 진지하게 그 말을 들었던 정황만은 또렷하다.
짜라투스트라는 나이가 서른이 되자 고향과 호수를 등지고 산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정신과 그의 고독을 즐겼으며 10년 동안 권태를 모르고 지냈다. 그러나 드디어 그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 어느 날 아침 동녘이 밝아올 때 일어나 태양 앞으로 걸어 나가서 그를 향해 이렇게 말하였다.
너 위대한 천재여 만일 네가 햇살을 비추지 않았던들 너의 행복이란 무엇이겠는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내가 읽은 전부다. 나는 선배들과 니체에 대해, 짜라투스트라에 대해 얘기했다.
2004년 오늘, 나는 더 이상 니체에 대해, 짜라투스트라에 대해, 그리고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새벽 세 시 - 밤인가, 새벽인가?
아직까지 잠 못 든 자에게는 밤이요, 벌써 눈 뜬 자에게는 새벽이다.
죽음은 무엇이고, 죽음이 주는 의미는 또한 무엇인가?
허튼 소리 그만하고 자고 나서 생각해 보라. 그때까지 이 질문이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
*
내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글입니다. 읽은 이로 하여금 아무런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글입니다. 그러나 순간의 느낌을 기록하기 위해 써봤습니다. (개인 홈페이지입니다. 널리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