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속이 계속 거북합니다. 무엇 때문인지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나의 몸 하나 제대로 간수(看守)하지 못하는 꼴이 한심합니다. 언제부터인지 점점 나의 몸이 스스로를 힘들어함을 느낍니다. 많이 티가 날 정도는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배도 좀 나왔습니다. 일을 오래 해서인 까닭도 조금은 있겠으나 아침에 일어나 상쾌한 기분이 들 때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 몸에 대한 경고입니다. 경고는 받아들일 때만이 가치가 있습니다.

김훈의 자전거여행2의 표지에 보면 "자전거를 타고 만나는 사람과 산하, 그 풍경의 안쪽! 다시 찾은 몸의 기쁨, 마음의 발견!"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연필을 들고 있던 손이 나도 모르게 "다시 찾은 몸의 기쁨"이란 곳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책 표지 문구에 밑줄을 그었던 것도 처음입니다. 그만큼 그 말이 맘에 들었고, 나 또한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나이 한 살 더 먹을수록, 밤의 즐거움보다는 아침의 상쾌함을, 포만의 거북함보다는 다소 배고픈 가벼움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마라톤을 좋아하는 후배처럼 몸이 느낄 때까지 뛰는 습관을 가진 것도 아니고, 헬스클럽에 등록해놓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체질도 아닙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눈뜨자마자 욕조에 물받아 놓고 30여분 물에 빠졌다 나오는 반신욕이 고작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아주 피곤하거나 과음을 했을 때에는 특효약이 되지 못합니다. 그저 평상시에 내 몸을 스스로 아끼고 사랑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유수봉하해(流水逢河海) - 흐르는 물은 바다를 만납니다. 물은 흘러, 아래로, 넓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 원래 그러한 본성이겠지만, 사람은 스스로 마음을 다잡지 아니하면 한걸음도 제대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움직이고 나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인간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김훈式으로 표현하자면, 동력은 이동의 잠재적 가능성일 뿐, 여기에 방향이 부여되어야만 현실적 추진력이 될 수 있습니다. 매일 매일 내가 나아가는 곳이 제대로 된 방향인지 아닌지를 점검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몸이 주는 경고를 깨닫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몸을 해하는 일들도 삼가야겠습니다. 그러할 때만이, 오직 앞으로 나아가며 새롭게 해나가야할 일들도 많고 많은데, 과거로 되돌리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어리석음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내 과거의 몸과, 내 과거의 열정과 내 과거의 치열함이 무척 그리워진다면, 술 퍼마시고 필름이 끊겨 기억 속에 지워진 시간을 후회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오늘 아침, 나의 몸이 주는 경고를 가슴 깊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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