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집을 이사하면서 가장 큰 변화는 거실에서 TV를 없애고, 그 자리를 책장으로 대신했다는 것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선배 - 여기 서평이나 컬럼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그 선배 - 로부터 얻었는데, 술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탁~ 와닿았던 것입니다.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지만, 힘들거나 다소 마음이 나약해지면 어쩔 수 없이 환경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집에 돌아가 습관적으로 TV 앞에 멍하니 있는 것인데요, 지나고 보면 이 시간이 참 아까울 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주말을 보내면서 많은 시간을 TV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보내게 됩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 TV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딸 동주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아파트 거실 현관 문쪽 벽에 소파를 놓고, 마주 보는 벽에 책장 몇 개를 놓았습니다. 집이 그리 크지 않아 다행히(?) 책장이 몇개 들어가지 않습니다. 나머지 책장은 작업실로 쓰는 작은 방에 두었습니다. 작업실에는 주로 컴퓨터 관련 기술 서적들이고, 거실에는 그 외의 책들을 진열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모든 책을 책장에 넣고 보니 그렇게 많은 양이 아닙니다. 부끄러운 생각이 확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거실 벽면이 좁아 다행이라고 한 것입니다^^
이사한 지 이제 일주일이 좀 지나갑니다. 확실히 TV 보는 시간은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의식적으로 보지 않으면 볼 수 없습니다. 참고로 TV는 세 개의 방 가운데 가장 작은 방에 두었습니다. 집에 가자마자 일단 TV를 틀어 놓고 보던 습관은 자연히 없어졌습니다. 피곤하여 소파에 기대거나 누워있을 때에도 눈 앞의 책들을 보다 무심결에 아무 책이나 꺼내 보게 됩니다. 대학 시절에 줄을 그어가며 읽었던 책이 손에 잡히면 참 반갑습니다. 나중에 읽으마하고 사놓고 묵혀뒀던 책이 집히면 바로 읽고 싶어집니다. 그렇게 몇 장 뒤적거리다가 졸리면 잡니다.
주말에는 동주와 함께 종일 지냈는데, 동주를 위해 작은 3단 책꽂이(칼라박스)를 하나 마련했습니다. 그림 책 몇 권을 꽂아 두었더니 참 잘 가지고 놉니다. 읽는 게 아니라 논다는 게 맞는 표현 같습니다. 이렇게 좋아하니, 이번 주에는 동주를 위해 책을 많이 사둬야겠습니다. 다치나바 다카시의 경우를 봐도 어렸을 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었던 환경이 현재의 그를 있게 한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최근에 알게 된 다치나바 다카시에 대해서는 내일 서평을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예전에도 있던 것들을, 서로 위치만 바꿨을 뿐인데도 삶의 질이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혹시 책을 가까이 두고 읽고 싶으시다면 저처럼 한번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특히나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비싼 가정교사를 두는 것보다 훨씬 교육에 효과적인 이 방법을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