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에게 해 줄 수 있는 거라고는 겨우 향 하나 피워드리는 것밖에 없었다.
후배의 얼굴은 심히 괴로웠고
방문객들의 얼굴은 종잡을 수 없었다.
미친듯이 비가 내리던 밤, 걸어걸어 택시 정류장까지 겨우 갔는데
낯익은 얼굴들을 보았다.
하나 둘 모여 맥주 한잔 마셨는데, 길게 본 사람은 13년 여 본 사람이고
짧게 본 사람도 11년 이상을 본 이들이다.
자연스레 술은 이어지고, 이야기 보따리는 10여년 전의 그 얘기부터 시작한다.
죽은 이로 인해 산 사람들의 수다가 펼쳐졌다. 고인은 이해할른지 안 할른지 모르겠지만 어찌했든 우리는 그러했다.

현실의 무게에 쉬이 헤어나지 못했던 나의 몸이 잠시나마 탈고통의 순간을 맞이했건만, 그것이 가정의 행복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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