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 안희정에게 검찰은 지역 7년에 추징금 51억9천만원을 구형했습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결심 공판에서 다음과 같은 요지의 최후 진술을 하였습니다.

"엄한 아버지 밑에서 어머니가 그러하듯이 조직 살림살이 맡으면서 현실과 많이 타협했습니다. 그 타협이 예전의 낡은 정치와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원칙에서 볼 때 그것도 불법이었습니다. 그 타협이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치고 대통령에게 누가 되었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하고 제도권에서 야당 생활을 하면서, 어찌됐든 (대선에서) 꼭 이겨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지, 출세하려고 이런 일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저를 무겁게 처벌해, 승리자라 하더라도 법의 정의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치권의 부정 부패는 엄히 다스려야 합니다. 그런 까닭에 안희정을 두둔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자라 하더라도 법의 정의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도록 무겁게 처벌해 달라며 울먹였다는 기사를 보며, 오랜만에 맘 속으로나마 작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인제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에 소환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무슨 배짱에서인지 '절대' 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심지어 당 사무실 앞에 가스통과 석유통을 쌓아놓고 저항을 합니다. 그는 명색이 법관 출신에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사람입니다. 잊혀져가는 것이 두려워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건가요? 화가 나기는 커녕 코웃음만 나옵니다.

안희정을 보며 품었던 작은 변화의 기대가 이인제의 기사를 보는 순간 다시 가슴답답함으로 변했버렸습니다.

*
안희정의 최후 진술을 두고, 동아일보는 '승자의 여유'라는 제목을 뽑았습니다. 가당치도 않아 대꾸할 마음조차 생기지 않습니다. 동아일보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작은 변화의 조짐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나 봅니다.
정권 '초기'에 대통령 측근이 줄줄이 잡혀가고 중형을 구형받는 현실, 이것이 그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요. '개혁'인지 '쇼'인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과거 어느 정권도 이러한 '쇼'를 보여주지 못했으니까요. 이것이 바로 제가 말하는 '작은 변화의 조짐'이라는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