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자들에게는 유토피아가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적으로 보수주의 그 자체는 '무체계성'을 특징으로 합니다. 보수주의라는 것이 결국은 진보주의 이데올로기가 부상하면서 그 반대되는 개념으로 성립된 것이지 처음부터 그 개념이 있었던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보주의가 어떤 '이상'이 있어 그것을 추구하는 반면에 보수주의는 그 진보의 속도나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현 상태를 유지 지속하려는 행위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보수나 진보는 그나마 모두 공존 가능합니다. 오히려 문제는 반동과 급진입니다. 때에 따라 급진이 혁명을 일컫는 말일 수 있으나, 여기서 이 4가지 개념의 정확한 선을 긋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심리학적 또는 이데올로기적으로 반동-보수-진보-급진이라는 네 가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 뿐입니다.
우리의 뜻을 대변한다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뽑아야 할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4가지 이데올로기적 스펙트럼으로 보자면, 발전적이면서 안정적인 사회를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 진영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됩니다. 그들이 정말 건전한 진보와 보수를 지향하고 있다면, 우리의 생각과 처지를 감안하여 그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도대체 누가 보수이고 누가 진보 세력인지 분간하기가 힘들 정도로 뒤죽박죽 엉켜있습니다. 반동과 부패의 역사를 숨기고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포장하고 있는 세력들이 대의 민주주의의 주류 세력으로 오랫동안 지켜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러운 냄새를 향수로 가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 현실은, 보수의 탈을 쓴 수구 반동 세력이 국회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실제 보수주의는 진보로 탈바꿈하고 진보는 급진 세력으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작금의 탄핵 정국을 맞아 더 이상의 역사적 후퇴를 좌시할 수 없는 많은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입니다. '보수'표 향수는 실제로는 '수구 반동'의 냄새를 가리기 위한 것일 뿐이었습니다. 이제서야 그 실체가 낱낱이 드러난 것일 뿐입니다.
누가 수구 반동이고, 누가 보수이며, 누가 진보 세력인지는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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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종로에서는 우리나라의 수구 반동에 대한 국민적 저항인 마지막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렸습니다. 비록 현장에 가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오마이TV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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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 반동을 일명 수구 꼴통이라고도 부르는데요, 꼴통이라는 말은 그래도 친근감이 있는 반면에 반동(反動)이라는 말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한다는 매우 '위험함'을 담고 있습니다. 반동이란, 국어사전을 보더라도, 앞으로 가는 것을 기어이 뒤로 잡아 끈다는 뜻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