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문학 작품을 읽는 경우가 드뭅니다. 문학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별하게 읽기 싫어서도 아닙니다. 나의 일에 집중하면서 나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책 읽기를 시도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가리지 않고 많이 읽고 배우고 싶으나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을 읽을 때면 항상 딴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책을 읽기 전에 머리를 비우지 못하고 읽으면서도 집중하지 못합니다. 아직은 내공이 부족하여, 또는 삶의 지혜가 부족하여 문학의 참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저의 솔직한 모습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선택한 것이 바로 '실용적 책 읽기, 실용적 글 쓰기'입니다.
사연을 말씀드리자면 이러합니다.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던 어느날, 이런 저런 핑계로 너무나도 책을 읽지 않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순간 나에 대한 실망감과 허무함이 밀려들었습니다. 기껏해야 남들이 좋다고 하는 베스트셀러를 손에 쥐고서는 몇날 몇일을 들고 다니면서 그저 한 두장 넘기다가 마는 상황이었습니다. 제 꼴이 참 한심했습니다.
문제는 '관심'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책 읽기에 관심이 없어졌음을 발견했습니다. 변명할 것도 없이,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거기에 관심이 없다는 말과 같은 말이지요. 대학 다닐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퇴보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구본형의 책을 읽다보니 갑자기 '정말' 재미있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익숙한 것과의 결별》《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낯선 곳에서의 아침》과 같은 것들입니다.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순간부터 오랜만에 책 읽는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비즈니스, 경영, 자기관리 류의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2001년 경일 것입니다(아마도 제가 경영하던 회사가 문을 닫게 되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제 나이 31살이 되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그 양이 너무나 부족하여 감히 책 좀 읽었다는 얘기는 하지도 못합니다. 다만 요즘 들어 좀 재미있게 읽고 있다고 말할 순 있겠지요.

그래서 보다 적극적인 책 읽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연간 120권의 책은 꼭 읽으려 합니다.
몇 권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만큼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여 이를 실천하려다보니 정량적인 목표 수치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지식과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는지라 양으로 밀어부치는 독서 습관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기본이 안 되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120권이라는 숫자는 월 10권이며, 이는 출퇴근 길 지하철 안에서, 그리고 출근 전후에 조금만 짬을 내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입니다. 건성건성 양만 채우자는 것이 아니라 보다 열심히 살고 싶다는 저와의 약속입니다. 이렇게 하면서 시간이 흐르면 어느날 제게도 글 눈이 트이면서 지금보다 더 많고 광범위하게 책을 읽는 즐거움이 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하철 안에서, 그리고 걸어가면서도 저는 왼손에는 책과 오른손에는 필기구를 항상 들고 다닙니다.
중간중간에 의미있게 본 부분에 줄을 긋고 모서리를 접습니다. 글씨가 삐뚤빼뚤하고 밑줄이 오르락내리락해도 상관없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읽은 책을 다시 읽기는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책을 처음 읽을 때부터 줄도 긋고 메모도 하면서 읽습니다. 다 읽고 난 다음에는 다시 처음부터 줄 긋고 밑줄 치고 메모한 부분을 위주로 주~욱 훑어봅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서평으로 남겨둡니다. (서평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작년 10월부터입니다. 이 습관도 보다 빨리 익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줄을 긋고 메모해 둔 부분을 나중에 다시 보면, 정말 철저하게 나의 '현재' 시각으로 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의 글 쓴 의도와는 상관없이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강조해서 읽게 됩니다. 나중에 다시 읽으면 분명히 다른 곳에 밑줄을 긋고 메모 내용도 다를 것입니다. 아마 '현재의 관심사'가 바뀌었기 때문이겠지요.

제가 책을 읽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실'을 헤쳐나갈 지식과 지혜를 얻기 위함입니다.
이런 저의 책읽기 자세를 잘 표현한 말이 있어 그대로 옮겨봅니다.

독서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아이디어와 일에 대한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최고의 독서법은 작가의 아이디어가 우리에게 전달되고 그 아이디어가 우리가 만들어내는 물건이나 우리가 하는 일, 우리가 영향을 미치는 사람 등을 통해 다시 세상에 전달되는 것이라 생각한다.(조던 아얀의《Aha!》p.189)

이를 두고 저는 '실용적 책 읽기'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실용적 글 쓰기'라는 것을 더하면, 현재의 제 모습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읽은 내용을 다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니 실용적 글 쓰기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
참,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다보면 멍~하니 창밖만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험상 실용적 책 읽기의 가장 좋은 장소는 책상 앞이 아니라 지하철 안입니다. 철학적 사색을 위함이 아니라면 늘 책 한권 옆에 끼고 다니는 습관을 들임이 어떠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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