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이직을 하는 이유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공통된 점은, 결과적으로 이직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선택의 기준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그 선택 기준의 옳고 그름을 가리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번에 저도 많은 고민 끝에 이직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현재 있는 곳에 대한 애정도 여전히 있습니다. 고마운 마음도 있고 아쉬움도 많습니다. 이곳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 모든 것들이 전적으로 저의 경험과 자산으로 고스란히 남아있기에 더더욱 아쉽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렇게 일찍 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택'이란 걸 하게 되었습니다.

선택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한 가지는 '변화의 현장'에 몸을 빠뜨리고 싶어서입니다.
혹시 집회나 시위에 참여해 본 적이 있나요?
저는 예전에 가끔(^^) 해봤습니다. 선두에서는 화염병과 돌과 각목으로 무장한 시위대와 전경의 싸움이 한창 벌어지고, 그 뒤로는 시위대의 대부분을 이루는 일반(?) 시위대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지간한 시위대는 금방 전경에게 쫓기고 맙니다. 엄청난 양의 최루탄 공세 속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혼비백산 흩어집니다. 이거,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미칩니다.^^
그럴 때 드는 생각은, 일반 시위대보다는 차라리 선두에서 각목을 들고서라도 싸우고 싶습니다. 잡힐 때 잡히더라도 전세를 제대로 알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뒤에 있다가 멋도 모르고 최루탄만 마시다가 혼비백산 흩어져버리고 나면 허무합니다. 물론 그것 역시 큰 의미를 가지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찰스 핸디는 현재를 코끼리와 벼룩 그리고 기타 부류가 공존하는 사회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는 점차 코끼리와 벼룩 외에는 별로 없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코끼리의 수는 줄어드는 대신 벼룩의 수는 매우 많아집니다. 영국 전체 회사의 10%만이 5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는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고 합니다.
참, 여기서 코끼리는 거대 기업이고 벼룩은 개인입니다.

제가 현재까지 비록 작기는 하지만 코끼리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다 좋습니다. 다 좋은데, 그 코끼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점점 모를 때가 많다는 겁니다. 그리고 거기에 의지해야하는 나의 미래를 그리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코끼리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코끼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잘 모르겠다는 겁니다.

이런 연유에서, 시위대의 선두에 서듯 시장의 최전선 - 변화의 현장에 직접 몸을 맡기고 헤쳐나가고 싶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아니 있긴 하겠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불안함을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스스로 해결하고 싶을 뿐입니다.
제가 즐겨 사용하는 노신의 '방법은 없다'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사용하는 것입니다. 부딪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저는 이것을 '선택'했습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결정의 순간은 짧았습니다. 많이 고민하고 단칼에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앞 길이 평탄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뭔가 새로운 일에 대한 설렘과 기대, 이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입니다.

이제 정든 회사를 떠나야 하는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회사 업무도 잘 정리하고 남은 사람들도 잘 배려해야 하는데, 유종지미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새삼 또 느낍니다.

여러분들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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