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허겁지겁 지하철로 달려갔다. 용산행 전철의 배차 간격이 긴 것도 문제였지만 되도록이면 앞자리에 앉아서 강의를 듣고 싶어서였다.
공병호 박사의 책을 서너권 봤지만, 그 많은 강연은 한 번도 들어보질 못했다.
이번에 신간(두뇌 가동률을 높여라) 발간 기념 강연회가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고 잽싸게 신청해서 책까지 덤으로 얻는 행운까지 얻었다. 10,000원 주고 신청해서 9,000원짜리 책을 얻고, 친필 사인까지 받고... 이렇게 껍데기만으로도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장소 : 국제센터(신용산역) 2층 대강당
시간 : 19:00~21:00
강사 : 공병호 박사
주제 : 두뇌 가동률을 높여라

강의 시작 전에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어 미리 책을 보고 있었다. 책은 그리 두껍지도 않고 한 면에 인쇄된 글자 수도 그렇게 많지 않아 매우 쉽게 읽혔다. 그러나 머리 속에 들어오는 건 별로 없었다. 뭐, 별로 대단한 내용은 아닌듯 싶었다.
이런 나를 미리 예상이나 한듯, 어느 부분에선가 '평범한 진리라도 깨우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사실 이 말이 눈에 들어온 것도 강연회가 끝나고 집으로 오는 전철 안에서였다.

공병호 박사는 두뇌 가동률을 높이는 방법 중 미리 메모해 온 16가지를 언급했다.
책의 내용과 중복되는 면도 있으나, 책에 대한 정리는 나중에 따로 하기로 하고, 이 자리에서는 오늘 강연회 내용을 옮겨본다.
물론 이유는 단 한가지, 정리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1. 나의 두뇌(Brain)을 객관적 연구 대상으로 삼자.
    예를 들어 공병호 박사는 PC 위에 호두와 호두 알맹이를 몇 개 올려 놓고 본다고 한다. 그걸 자몽 크기만큼 확대하면 실제 뇌 모양과 비슷하단다. 그러면서 두뇌를 객관화시킨다고 한다.
    두뇌를 객관적 연구 대상으로 삼으라는 말은, 자신의 두뇌를 제대로 가동시키기 위한, 일명 '두뇌 가동 프로젝트'를 착수하라는 뜻이다.
    그 프로젝트의 첫 번째 과제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는 것이리라.
    1) 나는 언제 가장 두뇌가 활발하게 작동하는가?
    2) 나의 두뇌는 어떤 상황에서 가장 잘 작동하는가?
    3) 혼자 있을 때 또는 대화, 미팅 중 언제 잘 작동하는가? 등등...

  2. 무엇보다 성취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영어로 "I Will ~ "
    그런데 이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의지''의욕'을 강화시킬 수 있을까?
    공병호 박사는 휴먼 스토리를 읽으면서 의욕과 용기를 얻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오카도 마사유키의 자서전 《목숨 걸고 일한다》는 책을 읽었는데 감명받은 바가 많다고 한다. 그 외에 워렌베니스의 《시대와 리더십》, 메들린 올브라이트의 자서전을 예로 들었다.
    이들 책의 공통점은 모두 '시련'을 딛고 일어섰다는 것이다. 시련 - 단련기가 없이 그들은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그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의욕과 용기가 배가된다고 한다.

  3.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마치 누구의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힐 만큼' 들었다고 하듯이, '못이 박힐 만큼' 되뇌일 수 있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4. 집요한 근성이 있어야 한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근성이야 말로 어떠한 일을 자신의 방식대로 처리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집요한 근성의 결과는 어떤 일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만든다. 그 때 두뇌도 활발하게 작동한다.

  5. 두뇌는 훈련을 통해 성장한다.
    이것은 공병호 박사가 가장 강조한 말이다. 강연 후에 질문 시간에 누가 "오늘 설명한 여러 가지 중 단 하나만 꼽으라면 어떤 것을 추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박사는 이 항목을 지목했다.
    공병호 박사의 오늘 이 90분짜리 강의 역시 오늘 아침 메모의 결과가 아니라 17년 간의 경험의 결과라는 것이다. 많이 읽고 쓰고... 그러는 과정에서 두뇌에 도로망이 생긴다는 것이다.

  6. 안주하지 말고 계속해서 경험을 쌓아라. 그리하여 경험적 지식을 확대하라.
    30, 40대에 편하게 사는 것은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한다.
    여담으로 공 박사가 실수 또는 후회하는 3가지는, 운동권을 해보지 못한 것, 고시를 해보지 못한 것, 대학 교수를 해보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강연 도중, 이 부분을 적지 말라고 했는데 이렇게 적어 놓았다 ^^)

  7. 창조는 다양한 정보의 조합에서 나온다.
    앞에서 말한 경험과도 일맥상통한다.
    풍부한 정보가 입력된 가운데 시장과의 연결 고리를 찾아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비즈니스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
    많이 입력되지 않은 상태에서 창조라는 것은 없다.
    자신이 하고 있는 분야, 업계의 모든 정보를 습득하라. 그리고 조합하라.

  8. 가능하면 오래오래 현역으로 뛰어라.
    즉 자신의 두뇌와 손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뜻이다.
    역시 여담인데, 공 박사는 현재의 공 박사가 있게 된 것이, 스스로가 잘나서가 아니라 남들이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한다. 겸손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뒤집어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이듯이 상대적이니까...

  9. 자신만의 방법으로 트레이닝하라.
    공 박사는 스스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예로 들었다.
    1)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노트북에 정리한다.
    2) 생각이나 어떤 주제를 스케치하면서 문제의 핵심에 도달하려 한다.
    3) 읽기에 그치지 않고 자기의 현안 과제와 계속 연결한다.
    4) 사물을 골똘히 바라보며, 사물과 현안 과제를 연결한다.
    5) 새로운 자극에 자신을 노출한다.
    6) 특정 직업 분야에 Side Project를 해본다.

  10. 항상 미래를 생각하라.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하라.
    공 박사는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3가지 주문 또는 질문을 한다고 한다.
    1) 10년 앞을 내다본다.
    2) 인생은 내가 만든다.
    3) 당대에 반드시 입신한다.
    멋지지 않은가! 당대에 반드시 입신한다.

  11. 구체적인 이익을 체험하라.
    목표가 선언적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공 박사의 경우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정리한 것이 결국 상품화되기 때문에 더욱 아이디어를 많이 찾게 된다는 것이다.

  12. 두뇌의 단위 시간당 생산성에 주목하라.
    언제 어느 순간에 두뇌가 가장 잘 돌아가는지 찾아라.
    필요하다면 자신을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보라.
    예를 들어 새벽형 인간되기, 달라기 하기, 주말 플래닝하기 등.
    달리기는 신체적인 효용 뿐만 아니라 결단력과 추진력을 증진시키는 대단한 기능을 한다.

  13. 데드라인을 생활화하라.
    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일을 하면 두뇌는 폭발적으로 가동한다.
    공 박사는 일요일에 7~10 편의 원고를 쓴다. 원고를 마감할 시간을 정해놓고 집중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14. 핸드폰과 메신저를 현명하게 사용하라.
    지식 근로자에게는 연속적인 시간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중간 중간 Stop과 Go가 반복되면 두뇌의 피로도만 증가한다.
    공 박사의 경우 요즘 전화를 거의 받지 않는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업무 집중도나 효율이 매우 높아졌다고 한다.

  15. 두뇌는 늘 고객에게 조준하라.
    고객이 무엇을 원할까,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라.
    비즈니스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16. 두뇌의 컨디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라.
    그것이 술이라면 술을 피하고...

강연이 끝나고 몇 사람의 질문을 받았는데, 그 중에 공 박사의 평균적인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 있었다.
이미 몇 권의 책을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밤 10시 전후로 해서 잠이 들고 새벽 3시경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강의가 없는 날이면 하루 종일 집필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어지간히 자기 절제가 강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강연회 내용을 옮기면서 특별하게 나의 느낌은 옮기지 않았다.

평범한 진리라도 깨우치지 않으면 자기 것이 되지 않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도 없는 법이다.
위의 내용에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게 있는가?
실천만 남았을 뿐이다.

*
저녁도 거르고 급히 갔던 터라 돌아오는 길에 배가 출출하여 집 앞 포장마차에서 국수 하나 말아먹었다.
웬지 모를 자신감에 돌아오는 발길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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