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급한 일이 생겨 주말 내내 집에서 동주와 함께 있었다.
평소에 자주 못보니 응당 주말만큼은 딸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온종일 딸의 입장에서 전적으로 놀아 주기는 참 힘들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늘 책 읽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그럴듯한 핑계로 가급적 책을 손에 쥐고 있으나, 참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아이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단 몇 분만이라도 가만히 두려하지 않는다. 책에 줄을 긋기 위해 들고 있는 사인펜 뚜껑을 끼웠다 뺐다 반복하다가 이내 내 무릎 위에 앉아 책 읽는 것을 공격적으로 방해한다. 그러면 나도 더는 책을 보지 못하고 아이와 함께 놀아줄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하루 종일 반복된다.
시간은 많이 갔으나 정작 책은 몇 페이지 못 읽게 된다. 또한 아이를 위해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이 미안해진다. 책은 책대로 못 보고, 아이에게도 아빠 노릇 제대로 하지 못한 하루가 되고 만다.
어제는 내가 잠깐 눈을 파는 사이에 소파에서 떨어져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아이는 엉엉 울고, 나는 왜 그때 한눈을 팔고 있었을까 자책하며 아이를 얼른 안아 달래주었다. 아이를 안고 달래는 동안 나 자신에 대한 원망은 계속되었다.

사태가 이러하니, 아이가 주말에 나와 함께 책을 읽을 정도로 후딱 컸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그러나 아이가 큰다고 나와 함께 나란히 앉아 주말 내내 책이나 보고 있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 지금부터 훈련을 해야하나... 아직 말도 배우지 못한 아이를 앞에 두고 이런 얼토당토 않은 상상을 하게 된다.

아내는 나보다 더 심하다. 벌써부터 어떤 학교를 보내야할지 고민하는가 하면, 누구에게 시집보낼까 걱정하기도 한다. '동주가 아이를 낳으면 내가 꼭 키워줘야지' '동주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도록 해야지'하며 몇 십년 뒤의 일을 생각한다. 나는 옆에서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찬다.

동주가 우리 곁으로 온 지 이제 만 2년이 좀 지났다.
동주를 빼고는 나와 내 가족의 미래를 생각할 수 없을만큼 동주는 우리 가족 생활 아주 깊숙한 곳까지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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