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자전거 앞 바퀴에 소형 발전기를 달아 움직였습니다. 자전거가 가만히 서있을 때는 불이 켜지지 않고 움직여야만 불이 켜졌습니다. 빠르게 달리면 최대 6볼트까지의 전압이 생긴다고 하는데, 이는 1.5볼트 건전지 4개 분량으로 소형 후레쉬 하나는 거뜬하게 켤 수 있습니다.(정말 열심히 달릴 때 말입니다.)

느리게 달리는 자전거의 불빛은 겨우 몇 미터 앞만 보여줍니다.

어릴 때 느낀 자동차의 불빛은 정말 밝았습니다. 안방 천장에 일자로 들러붙어 있는 형광등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어두워지면 켜지는 도로변의 가로등은, 그래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자동차의 불빛이 저리도 밝은데 자동차만 다니는 저 길가에 왜 가로등을 켜는 것일까? 그것도 얼마 건너 하나씩 촘촘히...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지만 한때는 그게 궁금했습니다.

가로등이 모두 꺼진 도로를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에만 의존하여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익숙하지 않은 길이라면 더더욱 그러하겠지요. 불빛이 겨우 20여미터밖에 안 비치니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으며 속도를 낼 수도 없습니다.

가만히 서있을 때 그렇게 밝고 멀리 보이는 듯한 불빛도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는 겨우 1초 앞의 세상만 보여줄 뿐입니다.

나는 지금 어느 정도의 앞 날을 비쳐줄 수 있는 등(燈)을 가지고 있는가?
자전거 전등처럼 몇 발자국 앞을 겨우 쳐다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자동차 헤드라이트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겨우 1초 앞의 세상만 보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그게 전부라고 느끼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가는 길을 환히 비추고 있는 가로등이 언제나 나를 비쳐줄 것이라고 믿는 건 아닐까?
가로등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곳만 밝히고 있다. 모두들 그리로 가고 있고, 나 또한 그리로 가고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그 길의 끝은 나의 집이 아니다. 내가 지나가는 길일 뿐이다.

어슴프레한 새벽녘 가로등 아래로 운전하며 별별 생각을 다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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