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전 새벽 풍경은 늘 아름답지만, 가을비가 내리는 오늘은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새벽에 일어나, 주말에 건너뛰었던 요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말이 요가이지, 옆에서 누군가 지켜본다면 엉성함 그 자체일 것입니다. 비디오 화면을 따라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그 자세는 참 다릅니다.
땅바닥에 닿아야할 손은 정강이 근처에서 힘겹게 떨고 있고, 허벅지에 닿아야할 머리는 허공에서 땀만 삐질삐질 흘려댑니다.
그러나 조급하지는 않습니다.
새벽부터 나의 몸을 이리저리 뒤트는 것은, 묘기를 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과 몸을 갈고 닦기 위함이니까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요.
문제는 육체의 뻣뻣함이 아니라 정신의 번잡함입니다.
가부좌를 틀고 조용히 앉아 마음을 비우고 정신을 집중해야 함에도, 몸만 부처 자세일 뿐 마음은 온 사방을 요동치는 아수라 상태입니다. 잡념(雜念) 그 자체입니다.
다음은 원성 스님의 『마음』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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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란 참 이상한 것이지요
나는 여기 있는데 천 리 밖을 나돌아다니지요
나는 가만히 있는데 극락도 만들고 지옥도 만들지요
장마철도 아닌데 흐려졌다 맑아졌다
부뚜막고 아닌데 뜨거워졌다 차가워졌다
온도계도 아닌데 높아졌다 낮아졌다
고무줄도 아닌데 팽팽해졌다 늘어졌다
몸은 하나인데 염주알처럼 많기도 하지요
소를 몰듯 내몸을 가만 놔두지 않게 채찍질하다가도
돼지를 보듯 내 몸을 살찌우게 하지요
마음 문을 열면 온 세상 다 받아들이다가도
마음 문을 닫으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 없지요
지혜로운 연꽃님 '마음이란 이것이다' 한 말씀만 해 주세요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네요
어서 물동아리를 깨고 하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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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주, 부지런히 연마하여 단 몇 분이라도 온전히 마음을 비울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