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빠들, 많이 바뀌었죠? 대한민국은 이미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의 요즘 광고 카피입니다. 참 신선하지요?
'바뀌어야 한다'가 아니라 '이미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늦은 저녁, 아내가 회사 회식으로 인해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전화합니다. 남편은 아들과 2차(?)를 한다고 응수합니다. 알고 보니 아들과 인라인 스케이트를 함께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미 새로워지는 사회 현상을 그대로 투영한 것이라,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게는 말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혀를 끌끌 차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가사 부담이라고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누군가는 말입니다.

최근의 '송두율 정국'을 지켜 보면서 '대한민국은 이미 새로워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아직도 지긋지긋한 색깔 공세가 이어지고, 이제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쾌재를 부르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寒나라당의 행태가 여전히 속을 울컥거리게 만들지만, 그래도 세상은 이미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J.R 매카시와 아마 열혈 친구인 듯한 정형근 의원은 이미 이 모든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사법부의 어리석음과 판단 미숙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이미 송두율은 현장 체포된 시대의 거물 간첩입니다.
불과 십수년 전만 같았어도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간첩을 옹호하거나 동정하거나, 적어도 섣불리 예단하지 말자는 여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활동중인 거물 간첩을 체포했는데 뭘 더 지켜보자는 말인가?
최병국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갑니다. 정연주 KBS 사장도 간첩 혐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간첩인 듯한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일 수 있는 나라.
그래서 이미 대한민국은 새로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 송 교수를 두둔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사실 송두율 교수가 왜 (지금) 한국에 왔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2000년에 문익환 목사를 기리는 늦봄 통일상 수상 대상자로 선정되었을 때, 역사적인 6/15 남북 공동 성명이 발표된지 채 한달도 되지 않은 그때는 왜 오지 않았는지도 의문입니다. 김정일과 김대중 대통령이 악수하던 감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그때가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그 때 송두율 교수는 국정원의 소환 조사를 거부하며 입국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왜!

풀리지 않는 의혹은 더 있습니다. 노동당 입당이 통과 의례인 것으로 생각했다는 발표도 액면 그대로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영구 귀국을 원했으면 사전에 국민들에게 모두 솔직하게 얘기했어야 합니다. 국정원에서 마지 못해 얘기한 것이라면 이건 송교수의 크나큰 판단 착오입니다.
대한민국은 새로워지고 있지만, 아직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만큼 성숙하지는 않습니다. 남과 북이 대치되고 있는 이상 결코 '성숙'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할 것이니까요. 이것은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우리만의 현실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전 송교수를 무작정 두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또한 송교수가 거물 간첩이므로 즉각 구속하거나 해외로 추방해야 한다는 것에도 분명 반대합니다.
검찰에서 조사하고 있는만큼 보다 철저하게 조사를 해서 사건 전말을 숨김없이 밝혀야 할 것입니다.
오늘 뉴스에서처럼 송교수가 독일 국적을 포기한다고 하면, 그것을 전향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우리가 포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포용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물론 국민 정서와 실정법을 고려한 처벌도 감수해야 합니다.
구속보다 더 비참한 것은 해외 추방입니다. 이미 알다시피 송교수는 북한에서도 회색 분자로 낙인되어 북한으로부터도 배척받는 인물입니다. 우리가 또 다시 그를 해외로 추방한다면 그는 우주 미아가 될 것입니다. 전 세계 유일 분단 국가인 한반도를 상징하는 사건이 될 것이며, 역사도 이를 애통하게 기술할 것입니다.

얘기가 옆으로 샜네요.
여전히 냉전 시대의 색깔 공세와 이념 시비가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세태는 여전하지만, 그러나 과거와는 분명 많이 달라졌음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것도 햇볕정책의 성과라면 성과입니다(주저하던 송교수가 귀국을 결심하게 된 것은 결코 햇볕정책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남북 화해와 국민 통합, 그리고 성숙된 국민 의식을 위해 참여정부가 어떤 판단을 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참여정부의 판단을 믿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새로워지고 있지만,
매카시가 부활하기에도 딱 좋은 시절입니다.

P.S) 뱀다리(蛇足~

    풀리지 않는 또 하나의 의문이 있습니다.
    황장엽과 송두율의 차이는 무엇일까...
    황장엽은 들어올 때 "김정일 ×××"라고 했고, 송두율은 "나는 남과 북의 경계인"이라고 했습니다. 확실함과 아슬아슬함의 차이인가... 귀순용사 황장엽과 경계인 송두율의 문제는 앞으로 한동안 나의 관심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매카시, 매카시즘
    매카시즘은 미국 위스콘신주(州) 출신의 공화당 상원의원 J.R.매카시의 이름에서 나온 말입니다. 1950년 2월 “국무성 안에는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매카시의 폭탄적인 연설에서 발단한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냉전이 심각해지던 상황에서 전통적인 미국 자본의 시장이던 중국이 공산화되고 잇달아 발생한 한국의 6 ·25전쟁 등 공산 세력의 급격한 팽창에 위협을 느낀 미국 국민으로부터, 그의 주장이 광범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후 매카시즘이란 비이성적인 마녀사냥식의 여론몰이 등을 지칭하는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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