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예쁜 딸을 보는 재미가 여간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참 일을 할 수 있을 때임에도 아이를 위해 회사 다니기를 포기한 아내나 그런 어미의 마음을 아는지 연신 예쁜 짓을 하는 딸이 모두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내가 일을 해야할 이유와 내가 건강해야 할 이유를 거기서 찾게 됩니다.
그렇게 나를, 가족을 기쁘게 해 주던 아이가 아픈 지 벌써 5일이 넘었습니다. 감기와 장염이랍니다. 이로 인해 고열과 설사가 지속되어 벌써 두 번이나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두 번째 병원 가던 날에 저는 서울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비록 회사 일 때문이기는 했으나 당황하는 아내와 딸 옆에 없었다는 것과 밤새 고열로 인해 적지 않이 불안감에 떨던 아내 옆에 없었다는 것이 여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아이로 인해 파김치가 되어버린 아내가 원망스런 남편에게 그래도 회사 일을 소홀히 한 채 집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말을 할 때는 ....
회사 업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여전히 고열인 아이와 함께 이틀 밤낮을 지새웠습니다. 다행히 열이 좀 내려가는가 싶더니 밤이 되면 또 다시 올라가는 바람에 무슨 다른 큰 병이라도 걸린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다가도 병원에 한번 갔다오면 지쳐버리는 아이를 데리고 다시 병원에 가는 것도 쉽지 않은 노릇입니다.
다행히 병원의 약과 설사 분유라고 불리우는 유아용 분유 덕에 변 색깔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제 열만 다스리면 된다는 생각에 집안이 다소 차다 싶을 정도로 문을 열고 아이 옷을 벗기고 젖은 수건으로 머리와 몸을 닦아 내었습니다. 38도가 넘어서면 해열제를 먹였습니다. 10분이 멀다하고 아이의 체온을 쟀습니다. 예전에 사두었던 귓속형 체온계는 이번에 그 역할을 아주 톡톡히 해내었습니다. 단 1초면 결과를 숫자로 표시해 줍니다. 그러나 그 숫자가 잴 때마다 워낙 자주 바뀌는데다가 왼쪽과 오른쪽 귀의 체온이 또 달라서 숫자를 볼 때마다 나의 희비가 엇갈립니다. 단 영점 몇도의 숫자에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 안도와 고민을 반복하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얼마 전 갑작스레 들어온 몇 페이지 되지도 않는 잡지사 원고도 상당히 부담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리저리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끝낼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녹초가 되어 아이 옆에서 자고 있습니다.
벌써 월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이의 체온이 37도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분유도 잘 먹는 것이 이대로면 금방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늘도 만약 열이 또 오른다면 병원에 가야합니다.
제발, 지금까지 그보다 더 아픈 것도 견뎠던 것처럼 그깟 감기와 장염 정도는 거뜬히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랑하는 딸과 아내 얼굴에 아픔과 근심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