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가 직접 만든 업무용 다이어리를 사용합니다. 예전부터 나만의 메모 스타일에 꼭 맞는 수첩이나 다이어리가 없어 늘 불편해했었는데 프랭클린 플래너를  한 1년 써 보니 참 괜찮았습니다.(제작사에서는 다이어리라고 하지 않고 플래너라고 합니다.) 지금 저의 업무용 다이어리는 바로 프랭클린 플래너에서 많은 것을 빌어왔습니다.
그 중에서 Weekly Compass라는 것이 있는데, 일주일 단위로 자신에게 중요한 역할과 그 역할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주단위 실천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가정에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역할, 회사에서 팀장으로서의 역할 등 나의 개인적, 사회적 역할과 그 역할 중에서 한주 동안 두고두고 새겨야할 목표를 적어두는 곳입니다.
이 곳에 저는 "하루 2시간 나를 위하여..."라고 적어 두고 있습니다.

나를 위한 하루 두 시간.
구본형의 책 여러 곳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입니다. 구본형의『낯선 곳에서의 아침』에서 이 말은 수 차례 언급되고 있습니다.
"'하기 싫지만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적은 사회이지만 반대로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기회와 富가 주어지는"(200쪽) 시대를 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 또는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 최소한 하루 두 시간은 자신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자신을 위해서 또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을 위해서…

제가 이 말을 처음 접한 건 아마도 구본형의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라는 책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이상하게도 저는 이 말 속에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현실에 충실하며 열심히 살고자 하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던 그 무엇 - 불안감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듯 했습니다. 그 후로 저는 '나를 위한 하루 2시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작은 변화가 삶의 방식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구본형의 나를 위한 하루 2시간의 개념은 스티븐 코비(Stephen R. Covey)의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First Things First)』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합니다. 바쁘고 급한 일을 먼저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이 말을 공적인 것보다 개인적인 것을 먼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겠죠?)

이 책에서 구본형은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First Things First)』에 나오는 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위에서 언급한 플랭클린 플래너는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철학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리고 그 중 핵심이 바로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입니다.)

한 강사가 학생들에게 퀴즈 하나를 냈다. 그는 커다란 통을 하나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커다란 돌들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커다란 돌들이 통에 가득 찼습니까?" 학생들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강사는 조그만 조약돌들을 커다란 돌틈 사이로 부어 넣었다. 그리고 다시 다 찼는지를 학생들에게 물었다. 학생들은 이번에는 속지 않았다. 강사는 다시 작은 조약돌의 사이를 모래로 메워 나갔고, 모래를 다 채운 다음에는 주전자로 물을 부어 통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이것을 보고 느낀 점을 말해 보라고 했다.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학생 하나가 대답했다. "틈은 늘 있기 때문에, 하려고 들면 인생 속에 더 많은 것들을 채워 넣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강사가 말했다.
"아니에요. 그게 핵심이 아닙니다. 만일 여러분이 통 속에 큰 돌을 먼저 집어 넣지 않았다면, 이것들을 다 집어 넣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듯 구본형의 책은 변화를 위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많은 예를 들고 있습니다.
구본형의 대표적인 책인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는  1988년 북해의 유조선 폭발 사고 생존자인 앤디모칸의 예를 들어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임을 강조합니다. 유조선 폭발 사고 때 앤디모칸은 바다로 뛰어내릴 것인가 그대로 불에 타죽을 것인가의 선택의 기로에서 결국 바다로 뛰어내립니다. 그것만이 '확실한 죽음'(certain death)을 피하는 유일한 길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주위에서 너무 많이 변화라는 말을 들어서 변화라는 것이 숨막히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도대체 이러한 변화를 따라잡을 수는 있을지 걱정부터 앞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걱정하고 방관하는 사이에 또 많은 것들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변화를 얘기하지만 그 변화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소중한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단두대에 자신의 머리를 집어넣는 순간까지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를 몰랐던 루이 16세처럼 변화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서서도 무엇이 바뀌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행복한 일상적인 삶'을 위해 하루 2시간의 투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2시간 나를 위한 시간에 이 글을 쓰는 저는, 동주아빠 손병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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