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스펜서 존슨의『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이 책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껍데기만 소개하자면), 1998년에 미국에서 출간되어 1년만에 "아마존 비즈니스 부문 베스트셀러 1위" "「이코노미스트」「포춘」「워싱턴 포스터」등의 세계 언론이 새 천년의 필독서로 추천!" "GM, 시티뱅크, 제록스, 코닥 등의 세계적 기업들이 교육용 매뉴얼로 채택!"이라는 꽤 유명한 책입니다.
그래서 만약 기대에 잔뜩 부풀어 본다면 기대한만큼 실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책입니다.
고등학교 국어 식으로 '이 책의 주제는 무엇인가?'라고 한다면 그저 '변화에 적응하자' 정도밖에 달리 이끌어낼만한 교훈도 없습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저 "새로운 치즈를 마음속으로 그리면 치즈가 더 가까워진다" "과거의 사고방식은 새로운 치즈로 우리를 인도하지 않는다" "작은 변화를 일찍 알아차리면 큰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치즈는 읽는 사람들의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시대가 변화하고 있으니 우리도 변화에 잘 감지하고 적극 대처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이솝 우화의 각색판이라고 깎아 내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다 아는 얘기를 두꺼운 하드 커버에 가격까지 만만찮게 팔다니...

그러나 복잡하고 무언가 특별해야 진리인 것은 아닙니다. 마치 수능 고득점자들이 '교과서에 충실했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교과서에 충실했다는 말이 교과서만 봤다는 말로 이해하시는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누가 내 치즈…』에서 주는 '변화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교과서 수준입니다. 그런 텍스트가 누구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서점에서 서서 읽을만한 책'정도 밖에 안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삶이나 비즈니스에 지침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구체적인 대안을 주는 것도 없습니다. 도움이 될만한 지식을 주지도 않습니다. 그저 삶의 자세와 비즈니스를 하는 자의 마음가짐을 바꾸어야 한다고 넌지시 우회하여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예전에 잠시나마 회사를 경영할 때 이 책을 직원들과 함께 읽고 토론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내 딴에는 직원들이 변화에 적응하고 오히려 그 변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스니퍼, 스커리라는 작은 생쥐와 햄과 허라는 꼬마 인간에 대해 서로의 느낌을 얘기했습니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그렇게 동일한 책을 읽고 토론을 했던 것이 대학을 졸업한 이래 처음이었습니다.
그러한 독서 토론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 되지 않아 회사는 문을 닫아야만 했습니다.
돌이켜 보니 그 책은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바로 나를 위한 책이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치즈는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었다. 치즈의 양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고 남아있는 치즈는 오래되어 맛이 변해가고 있었다. 그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치즈는 오래되어 곰팡이까지 피어 냄새가 났었다. 마음만 먹었다면 다가올 미래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는데도, 허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53p.)

자신이 책 속의 '허'임을 깨닫지 못했던 동주아빠 손병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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