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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명 이야기 - 반양장
황우석.최재천.김병종 지음 / 효형출판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최근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농생대와 연세대 등 다른 대학 의대나 약대에 동시에 합격한 수험생 네 명이 수시 2차 최종 등록에서 의대와 약대를 포기하고 서울대 농생대에 등록했다고 합니다. 정시 모집에서는 7.5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농대'라는 이미지 때문에 서울대에서 비인기 학과였던 농생대가 이처럼 '뜨는' 데에는 황우석 교수의 영향이 컸을 것입니다. 이를 두고 '황우석 효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동아일보, 문화일보는 '2004년 올해의 인물'로 황우석 교수를 선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시사 주간지 TIME이 선정한 '2004년 화제의 인물 Who Mattered 2004)' 14인 중의 하나로 선정됐습니다. 그 외의 국내 일간지에서 뽑은 2004년의 주요 뉴스에 황 교수 연구팀의 줄기세포 배양 성공 소식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12월 27일, 황 교수가 국제특허관련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특허권이 외국으로 넘어갈지 모른다는 중앙일보 보도 후, 익명의 기업가가 6억을 쾌척하고 할머니와 촌부를 비롯해 많은 후원자들 덕분으로 특허 출원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기사가 나간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관악구민은 지난 4월부터 황우석 교수 후원 모금을 시작해 1억원을 모았습니다. 엇그제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 타종 때에도 황 교수가 참석했습니다.
《나의 생명 이야기》는 세 명의 1953년 동갑내기 서울대 교수가 '생명'을 화두로 엮은 책입니다. 황우석 교수가 책의 2/3를 쓰고, 최재천 교수가 나머지 1/3을, 김병종 교수의 그림이 곳곳에 삽입되어 있습니다.
황우석 교수는 1999년 2월 한국 최초의 체세포 복제동물 '영롱이'(젖소)를 탄생시켰고, 2004년 2월에는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 복제 유래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함으로써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지금은 서울대학교 최초의 석좌교수로 임명되어 재직하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생명공학자입니다.
최재천 교수는 많은 교양과학서를 출간하고 여러 매체에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칼럼을 쓰면서 과학의 대중화, 대중의 과학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습니다.
김병종 교수는 1989년 화실에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몇 차례 위험한 수술을 받고 퇴원한 후에 '생명'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하여, 지난 10여 년 동안 <생명의 노래> 연작을 발표해왔습니다. 서울대 미대를 나와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대 미대 동양학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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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제게는 황 교수의 글이 훨씬 감동적이었습니다. 최 교수야 원래 다른 매체를 통해서 예전부터 많은 글을 발표해왔지만 황 교수의 글 중 대부분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것들입니다. 무엇보다 촌놈의 순수함과 소처럼 우직한 그의 성품을 느낄 수 있어 때론 즐겁게 때론 감동적으로 글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과학도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과학책을 보고 실험을 하기 전에 먼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고 말합니다. 숲과 나무와 그 숲에 깃들어 사는 무수한 생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벗이 되라고 말합니다. 과학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어찌 보면 고리타분한 말로 들릴 듯한 이 말도, 황 교수의 글을 읽다보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날 아침, 수탉이 홰치는 소리에 단잠이 깨어 따뜻한 이불 속에 대한 미련이 남아 못내 아쉬운 마음으로 방문을 여는 순간 마음을 두드리던 여명의 감동…" 생명과 자연을 단순히 과학의 '대상'으로만 여길 수 없는 까닭을 황 교수는 논리가 아닌 생생한 五感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남의 소를 키워내는 것이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던 탓에 소와 더불어 지낸 어린 시절의 이야기, 그래서 소와 함께하겠다고 선생님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수의학과에 지원했던 사연, 고등학교 첫 시험에서 480 명 중에 400 등을 한 뒤 친구들과 '등 안 대기 클럽'을 만들어 졸업할 때까지 거의 땅바닥에 등을 안 대고 공부만 했던 사연을 듣자면, 누가 사람이며 누가 소인지 헷갈립니다.
그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 복제 유래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습니다. 전세계 연구자들이 벽에 부딪쳐 중도에 포기한 과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방법이 아니면 난치병 치료에 새로운 치료법이 없다는 신념으로 시도를 합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자. 하늘을 감동시키자" 그가 불안해하는 연구팀원들에게 한 말입니다. 결국 하늘은 감동을 했습니다.
그의 연구팀은, 다른 건 몰라도 성실 하나는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성실은 우리가 믿는 최고의 능력이며 가치다" - 소를 닮은 황 교수의 말입니다.
"교수님, 그만 두겠습니다. 능력의 한계를 느낍니다." 학생이 이렇게 울면서 말을 하면, 알면서도 소리를 버럭 지릅니다.
"이 사람아, 웃기지 마시게. 차라리 자네 성실함에 한계가 있다고 말해! 그럼 내 받아들이지."
소를 닮은 황 교수는 사리사욕과도 거리가 먼 사람처럼 보입니다.
인간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복제 실험에 관련된 몇 가지 노하우를 국제 특허로 신청했는데, 그 특허권자를 개인이나 연구팀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했습니다. 모든 연구결과를 대한민국에 귀속시키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입니다. 그의 글 곳곳에 조국 대한민국 예찬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는 강연의 주제를 '애국'이라고 분명히 말합니다. 왜냐고 하면, 그저 "내게 피와 살을 준 내 조국과 민족이 좀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2월 이후 세계 각국에서 황 교수를 초청합니다. 대개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 비행기표로 끊어주겠다고 하는데, 황 교수는 굳이 일반석으로 요구합니다. 나머지 돈으로 연구원 한 명이라도 더 데려가기 위함입니다. 비단 비행기 삯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비용을 아껴서라도 연구원 한 명 더 데려가 국제적 경험을 쌓도록 만듭니다. "바이오 코리아"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 황 교수의 바람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생명 '복제'에 대한 세간의 우려에 대한 황 교수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탁상공론으로 복제의 잠재적 위험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말보다는 '진정한 생명 윤리는 고통 받는 사람을 구해주고 사회비용을 줄이는 것'이라던 세계윤리학회 위원장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것이 바로 내 생각이다."
시간이 없어 최재천 교수의 글은 소개드리지 못하네요. 이제 출근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2005년, 하늘을 감동시킬만큼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