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논어 - 홍사중의 고전 다시 읽기
홍사중 지음 / 이다미디어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요 몇일 동안 홍사중의 《나의 논어》를 읽었습니다. 선배의 칼럼을 보고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마음이 쉽게 동(動)하지는 않는데, 일전에 비록 문고판이기는 하지만 《맹자》와 《순자》를 읽고서 재미를 넘어 신선한 감동을 받은 적이 있어 주저없이 샀습니다. 5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지하철에서 오며 가며 읽기에는 녹록하지 않았습니다만 책값이 후회되지 않을만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홍사중의 글을 신문이 아닌 책으로 본 것은 처음입니다. 신문으로 봐도 직접 내돈 주고 산 적이 없는 <조선일보>에 실린 글이니 거의 접한 적도 없고, 보더라도 처음부터 삐딱한 눈으로 봤던 게 사실입니다. 이 책 한 권으로 인해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둥의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예전에 3당 야합을 할 때에도 '역사에 어느 일이나 그것이 일어날만한 까닭이 반드시 있다. 아무리 보수 합당이 불합리하고 엉뚱하게 보여도 거기에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고 얘기하면서 그 합당으로 득을 보는 건 결국 국민이라는 논조를 보고 끼워맞추기식 궤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그 이후에 그가 어떤 글을 썼는지 잘은 모르지만 여전히 김대중, 류근일과 함께 조선일보 트로이카로 불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를 떠나 이 책만 놓고 이야기하자면 홍사중의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홍사중의 글쓰기에서 '지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압권은 단연 제1장 <공자를 말한다>입니다. 성인 공자가 아닌 '인간 공자'에 대해 이토록 실감있게 표현한 글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이런 표현은 책 좀 많이 본 분들이 쓰는 말이지만 딱히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서^^). 비천한 집안에서 태어나 두루 잡기를 익히며 생활을 해나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 성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세속적인 모습들 - 특히 자신을 알아주는 군주가 없어 안절부절 못하다가 자로로부터 쓴소리를 듣는 장면들을 보면서, 공자에 대해 논어에 대한 보이지 않는 벽이 한꺼번에 허물어짐을 느꼈습니다.
2장에서 7장까지는 '지식, 군자와 소인, 처세술, 리더십, 천명과 부귀, 공자 학원과 제자들'이라는 주제로 논어와 여러 고전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흔히 "공자 曰 …" 이렇게 시작되는 여느 고전 해석본과는 많이 다릅니다. 저자가 이해하는 공자와 논어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하면서 <논어>를 인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공자와 논어, 나아가 중국 고전에 대한 전반적인 모습을 꿰뚫고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이런 글은 재미있습니다. 어쩌다 길바닥에서 엿들은 것을 마치 자기 이야기처럼 남에게 말하는(道聽途說) 얼치기의 허투룬 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