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틱낫한 지음, 류시화 옮김 / 김영사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이 순간 한없이 평화롭습니다. 기뻐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이 상태를 평화롭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출근길 버스 안에서 책을 읽다가 책 뒷장에 메모해 둔 내용입니다. 틱낫한 스님의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라는 책입니다.
요즘 유독 읽다가 만 책이 많았습니다. 오며 가며 읽으려고 가방 안에 책 두 세 권 넣어 다니는데, 요즘처럼 어느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기 힘든 적도 드뭅니다. 그렇다고 굳이 어느 한 책을 끝까지 억지로라도 읽으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럴수록 내키는 대로 읽습니다. 심지어 딸이 보는 만화책도 가끔 봅니다.

책을 통해 지식을 얻기도 하지만 정신의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책을 읽어 때로는 열정이 솟구치기도 하기도 하고, 때론 한없이 마음이 평화로워지기도 합니다. 책마다 그 쓰임이 다릅니다. 그래서 어느 책이든 손에 잡히는 대로 읽다보면 얻는 게 있습니다. 최근에는 머릿속이 복잡하여 또 다른 지식이 비집고 들어올 여유가 없었나 봅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에 틱낫한 스님의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를 발견했습니다. 읽는 동안 정말 제목처럼 되었습니다. 마음은 평화가 찾아온 것이 확실한데, 얼굴은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목 :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지은이 : 틱낫한 / 류시화 옮김
펴낸곳 : 김영사 / 2002.5.30 초판 발행, 2005.7.20일刊 1판 50쇄를 읽음 (9,500원)
틱낫한 스님의 책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이 책이 그리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저도 틱낫한 스님의 책을 많이 보지는 못했습니다. <화>와 <틱낫한 스님이 읽어주는 법화경> 정도 읽어본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이 책은 <화>에서 스님이 말씀하신 내용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걷기 명상과 숨쉬기,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밭'에 비유한 것 등. 그 근본 가르침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 책은 틱낫한 스님의 대표적인 책 20여 권 중에서 핵심적인 가르침을 골라 류시화 시인이 엮은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느낌이 궁금하여 먼저 읽은 분들의 서평을 보니 저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는 독자도 있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보기에 따라 이 책은 비슷한 이야기의 반복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깨달음은 단 한 줄의 글귀에서 얻어질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그 깨달음의 마음을 열기까지의 보이지 않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불교에서 하는 모든 이야기가 매 한가지입니다. 그러나 이리도 이야기하고 저리도 이야기하는 것은 그 깨달음의 과정이 직선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책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힙니다. 혹시 지루하게 읽었던 독자라도 훗날 또 어떤 상황에서 짜릿한 감동과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주 많은 분들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좋은 말씀들을 남겼습니다. 이미 수천 년 전부터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평화를 바랍니다. 갈구합니다. 그럼에도 마음의 평화를 찾아 누리고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쉽지가 않습니다. 그럴수록 이러한 책을 곁에 두고 있다가 가끔 펼쳐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이런 책이 곁에 있으면, 그 빈자리에 마음의 평화가 찾아올 수 있도록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아침, 혹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책에 나오는 몇 구절만 옮겨 적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마음의 평화를 얻게 할 것입니다. 또 어떤 이에게는 그저 그런 이야기로 들릴 수 있습니다만 읽어서 손해될 것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마음을 비우고 가볍게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다. 기적은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다. 기적은 지금 이 순간 푸른 대지 위를 걷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평화와 아름다움과 만나는 일이다.
평화는 우리 주위 모든 곳에 있다. 그 평화와 만나는 순간 우리는 치유되고 탈바꿈된다. 그것은 믿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수행의 문제다.
나는 택시를 탔었다. 그런데 그 택시 운전사는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 있지 않았다. 그에게는 마음의 평화와 미소가 없었다. 운전을 하는 동안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서둘러 무엇인가를 하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일과 하나가 되어 있지 않다. 우리의 마음은 평화롭지 않다. 몸은 이곳에 있지만, 마음은 다른 어느 곳인가에 가 있다. 과거나 미래에 가 있고, 분노와 좌절감, 희망과 꿈에 사로잡혀 있다.
우리는 단지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일들만을 느낀다. 그래서 걱정과 분노로, 또는 먹고 마시는 것들로 심장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평화와 기쁨을 방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어느 곳에 도착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무덤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왜 서둘러 그곳으로 가려고 하는가? 왜 지금 이순간의 삶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가?
명상을 하는 것은 사물의 본래 모습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다.
마음의 평정을 잃는다면, 그대는 말하지 말아야 한다. 단지 호흡을 하며 그 호흡을 주시하라.
인도 철학자 나가르주나는 이미 존재하는 것은 태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태어난다는 것은 무에서 어떤 것이 생겨난다는 의미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에서는 어떤 것도 태어날 수 없다. 명상은 우리에게 모든 것은 태어나는 것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삶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하나의 연속이다.
사물을 전체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더욱 지혜로워지고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그때 우리는 조그맣고 사소한 일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깨어 있는 마음으로 차 한 잔을 마실 때, 그대는 현재의 순간을 만나고 시간 전체와 만나게 된다.
명상은 삶의 매 순간을 깊이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