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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을 위한 철학통조림 매콤한 맛 ㅣ 1318을 위한 청소년 도서관 철학통조림 1
김용규 지음, 이우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머리가 좀 아플 땐 가벼운 책이 좋습니다. 흔히 '청소년용'이라는 딱지가 붙은 책입니다. 사실 이런 분류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어른이 청소년보다 나을 거라는 통상적인 믿음도 잘못되었거니와 청소년용으로 나온 책들 중에는 어른용(?)보다 훨씬 깊은 내용을 담은 책들이 많습니다. 다만 그 표현을 쉽게 하여 읽기 편하게 만들었을 따름입니다. 글 쓰는 입장에서는 훨씬 더 많은 내공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청소년용'이라는 색안경 대신 '매우 쉽게 풀어놓은 책'이라 생각하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보통 가방에 두세 권의 책이 있습니다. 출퇴근 때 몸 상태와 기분에 따라 책을 골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요 근래에 가방 뿐만 아니라 집 책상 위에 굴러 다니는 책까지 더하면 예닐곱 권 정도 됩니다. 뭐 하나 제대로 붙들고 늘어지지 못하여 끈기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만, 기분에 따라 책을 골라서 읽을 수 있으니 결과적으로 책을 더 많이 읽게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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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살펴보면, 김용규 선생의 《철학 통조림》과 《설득의 논리학》을 함께 읽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 드릴 책은 《철학 통조림》 시리즈 중 1권입니다. 쉽게 풀어놓은 책입니다.《허시명의 주당천리》라는 책도 간간히 보고 있습니다. 가벼운 책이지만 청소년용은 아닙니다^^. 어제 저녁에 이 책을 보다가 기어이 동네 마트로 뛰어가서 '경주법주'를 사서 마시고 말았습니다. 경주법주에서 만든 '화랑'이라는 술 얘기가 나왔는데, 동네 마트에서 '화랑'을 팔지 않아 대신 '경주법주'를 사서 맛을 좀 보았습니다. 《부모마음 아프지 않게, 아이마음 다치지 않게》는 최근 제 책 읽기의 주요 주제인 자녀교육에 관한 것입니다. 《루쉰전》은 평전입니다. '책을 배우는 것보다 사람을 배우는 것이 훨씬 쉽다. 쉬울 뿐 아니라 사람 배움에는 가슴에 와닿는 절절함이 있다'는 번역자 유세종 선생의 문구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사람을 배우기 위해 앞으로 자서전과 평전 몇 권을 더 읽어볼 생각입니다. 《금강경과 마음공부》는 제 '독서유감' 500번 째를 스스로 기념하기 위해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저의 책 읽기가 그저 지식을 쌓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공부하는 데 있음을 재차 자각하기 위한 상징입니다.
《철학 통조림 매콤한 맛》은 책 제목이 참 특이합니다. 지금까지 4권 나왔습니다. 1권 '매콤한 맛'에 이어, '달콤한 맛', '담백한 맛', '고소한 맛'까지 나와 있습니다. 책 날개를 보니 앞으로도 몇 권 더 나올 것 같습니다.
저자 김용규 선생은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튀빙겐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서울 한가운데이지만 꽃나무, 과일나무들로 둘러쌓인 벽돌집에서 궁금한 것이 유난히 많은 딸, 그리고 피아니스트인 아내와 함께 알콩달콩 살고 있다고 합니다. 책의 저자 소개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저자 소개에 등장하는 '궁금한 것이 유난히 많은 딸'이 이 책에서 한몫을 합니다. 《철학통조림》 시리즈는 '내 딸아이에게만이라도 하늘의 별들을 연결시켜 별자리를 그려 보고 갈 길을 찾아냈던 옛 선원들의 아름답고도 지혜로운 항해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는 저자의 마음을 담아 아빠와 딸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가 딸을 둔 까닭일까요? 마치 저와 제 딸이 미래의 어느날 대화하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제 딸이 좀 더 크면 책 속의 아빠와 딸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제 딸이 이처럼 궁금한 것도 많기를 바라고, 저 역시 거기에 적절히 설명하고 깨우쳐 줄 수 있을 정도의 지식과 지혜를 갖길 바랍니다. 딸을 키우면서 든 생각 중의 하나는,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주말에 함께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지금이 그 때인 것 같아 지난 주부터 일요일에 집 근처 도서관을 찾습니다. 어제도 근처 '수지도서관'에 갔습니다. 책 읽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저도 옆에서 제가 읽고 싶은 책을 보면 되니 이보다 더 좋은 신선놀음도 없을 성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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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통조림 매콤한 맛》은 윤리학을 다루고 있습니다. 윤리학의 의미와 도덕의무론,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공리주의, 결정론과 자유의지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단어를 보는 것만으로도 고리탑탑함을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책은 참 쉽고 친절하게 위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저자의 힘입니다. 쉽게 쓸 수 있다는 것은 제대로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감히 저자의 능력을 평가할 수는 없겠으나 이같은 주제를 이리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존경스럽습니다. 제 딸이 조금 더 자라면 이 책을 꼭 읽히고 싶습니다.
저자는 '철학'을 '꼼꼼히 따져 보는 일'이라고 딸에게 설명합니다. 철학에서는 꼼꼼히 생각하기 위해 가상의 문제를 만들어 따져 보는 방법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것을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라고 합니다. 약속은 왜 지켜야 하나, 거짓말은 언제나 나쁜 것인가, 이기주의는 과연 나쁜 것인가, 착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을 방법이 없나, 아홉 사람을 위해 한 사람이 희생되어도 좋은가, IQ는 타고 나는가 길러지는가. 이런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중·고등학생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여러 사고 실험을 통해 이 문제를 꼼꼼히 따져보고 있습니다. 물론 제 눈높이에도 딱이구요^^.
저자는 어지간해서는 내 생각이 이렇다 저렇다고 단정지어 말하지 않습니다. 좀 더 꼼꼼히 따져보면서 상식을 깨도록 지도합니다. 그러나 제4장 '착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을 방법은 없나'에서는 직접적으로 아빠로서의 딸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합니다. 아빠는 딸에게 세상을 'Tit for tat' 전략으로 살아가라고 말합니다. tit for tat은 글자 그대로 풀면 '앙갚음', '복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뜻입니다. 언뜻 보면 철학하는 아빠의 조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딸을 유난히 사랑하는 이 다정다감한 아빠가 딸의 인생 지침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대답은 책 안에 있습니다. 저 역시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도 그렇게 가르치겠습니다. 궁금하시죠? 무언가 비밀이 숨어있는 것 같죠? 아들 딸을 둔 아버지들, 직접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