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6 - 명교의 비밀
김용 지음, 임홍빈 옮김 / 김영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참 답답합니다. 《의천도룡기》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명교 34대 교주 장무기입니다. 교주가 되기까지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습니까, 마치 정조 이산이 기득권 세력과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거쳐 드디어 왕의 자리에 올랐던 것처럼. 정조는 왕이 되자 과감한 개혁을 펼칩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그렇게 어렵사리 교주가 되고도 장무기에게는 과감한 결단력이나 웅대한 기상 따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용의 눈물>, <연개소문>, <대조영> 등 카리스마 있는 주인공을 내세운 사극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의천도룡기》의 장무기는 참으로 나약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의 천성은 연약하고 심리는 참으로 복잡합니다. '가늠할 수 없는 꿈의 크기', 이는 드라마 <대조영>의 슬로건입니다. 한 회분의 드라마가 종료되고 엔딩 타이틀로 나오는 이 말에 <대조영>의 모든 성격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거기에 열광하는 것입니다.

만약 장무기에게 만약 이러한 타이틀을 붙인다면, '가늠할 수 없는 그의 속마음', 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는 늘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습니다. 무공은 한없이 높아 천하에 그를 따를 자가 없음에도 번번히 고난을 겪습니다. 결단력이 없고 상황 판단이 지나치게 자의적입니다. 특히 애정 관계는 삼각관계를 넘어 자그마치 네 명의 아가씨(조민, 주지약, 은리, 아소) 사이에서 정신을 놓습니다. 분위기는 조민(원나라 여양왕의 딸)에게 가장 마음이 끌리는 듯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정말 누구를 사랑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중국의 성공한 정치 지도자의 첫째 조건은 '인(忍)'이다. 이 '인'은 자신을 극복하는 인, 사람을 받아들이는 인[容忍], 그리고 정적(政敵)에 대한 잔인(殘忍)을 포함한 것이다. 두번째 조건은, 결단이 명쾌(明快)했다는 것이다. 세번째 조건은, 강한 권력욕(權力欲)이다. 장무기는 이런 세 가지 조건이 모두 결여되어 있었다. 오히려 주지약과 조민에게는 정치적 재능이 있었다. 장무기는 훌륭한 정치 지도자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우리의 좋은 친구는 될 수 있다." (1977년 3월, 김용)

장무기에게는 애초부터 권력욕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타고난 심성이 온순하여 결단력도 없습니다. 정적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합니다. 이러하니 책을 읽다가 속이 뒤집힐 수밖에요. 조민과 주지약이 훨씬 판단력이 빠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렇게 답답한데, 그럴수록 오히려 더 끌립니다. 무림 최고의 고수인 그를 오히려 품어 줘야할 것 같은 모성애가 발동합니다(난 남잔데...).

《의천도룡기》 6권과 7권에서는 장무기의 애정관계가 복잡하게 그려집니다. 역사적 상황으로 보자면 원의 폭압에 항거하는 집단들이 대거 반란을 도모하는 때입니다. 주인공 장무기의 명교 집단과 6권 중반에 갑자기 등장하는 진우량 세력이 대표적입니다. 책에서 진우량은 개방파의 중간 보스(?)로 등장합니다. 명나라가 건국될 즈음 주원장과 파양호에서 일대 격전을 치뤘던 진우량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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