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18 - 장 담그는 가을날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연히 영화 《식객》 시사회 초대권을 얻었습니다. 10월 30일 오후 7시, 단성사에서 《식객》을 보았습니다. 단성사 확장 공사 이후 처음 가봤습니다(단성사 수리한 것이 도대체 언제적 이야긴데^^). 혹시 배우들이 나올까 기대했지만, 원작자 허영만 선생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기야 배우들이야 영화 속에 다 나오고, 허영만 선생도 마지막에 까메오로 출연했으니 모두 본 셈입니다.

저를 주위에서 보아 오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전 음식에 대해 무례할 정도로 관심이 없습니다. 때 되서 배고프면 아무 것이나 먹으면 그만이지 굳이 맛을 찾아 헤매지 않습니다. 365일 하루 세끼 김밥만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동료들을 따라 이곳저곳 찾아다니기는 하지만 제 의지로 어디를 가자고 할 때는 과음한 다음날 해장국 먹자고 선동할 때 뿐입니다.

이러한 제 생각이 조금 바뀐 것은 만화 《식객(현재 18권까지 출간)》을 보고 나서부터입니다. 굶으면 굶었지 정성 없는 음식은 먹지 않겠다는 주인공 성찬은 맛만 따지는 미식가가 아닙니다. 혀 끝의 달콤함만을 추구하는 쾌락주의자가 아닙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나요, 음식의 역사와 그에 얽힌 사연을 알고 보니 음식이 조금씩 달라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으로만 보니 음식 맛이야 분간할 수 없지만, 그에 얽힌 이야기가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즐거움을 줍니다.

그렇다고 저의 가치관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저의 가치 우선 순위에서 음식은 여전히 후순위이니까요. 다만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 온 음식문화를 그저 등 뜨습고 배부른 자의 사치라고만 생각했던 제 생각에 균열이 생긴 것만은 분명합니다. 책 보는 취미는 고상하고 맛을 찾는 행위는 저급한가요? 다만 그 좋아하는 취향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은연중에 가졌던 음식, 음식 문화, 좋은 음식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대부분 《식객》을 읽는 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거나, 아니면 최소한 저처럼 음식에 대해 무례하게 굴지는 않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아마 대부분 그러할 거라 미루어 짐작합니다. 그런 분들의 책을 본 후의 느낌은 저와 전혀 다를 것입니다. 맛의 세계를 제대로 표현했다, 우리나라 요리만화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요리에 인생을 담았다고 평가하는 글들을 보았습니다. 맛의 세계를 모르니 비록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저 음식 문화에 대한, 아니 그런 것을 중히 여기는 사람에 대한 편견만이라도 깰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영화는 만화의 여러 단편들을 오묘하게 엮어 한 편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비록 봉주를 극악무도한 사람으로만 그리고, 진수의 직업이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때로는 원작보다 더 깊은 감동을 주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제 눈에는 다소 어설프게 보였지만 민족주의 코드를 적절히 배합하여 사람들의 원초적 애국심을 유발하고, 짐승(소)으로 하여금 사람의 눈물을 쏙 빼내기도 했습니다.





전 그저 조금 유치하지만 볼만하네, 이 정도로 생각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훌쩍훌쩍 우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시사회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여기저기 들려오는 소리는 한결같이 영화가 좋았다고들 했습니다. 허영만 원작의 《타짜》만큼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실패할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 개인적 취향으로는 《타짜》보다 《식객》이 좋습니다. 《타짜》의 그 음습한 분위기보다는 《식객》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더 좋습니다.

영화 《식객》은 11월 1일에 개봉한다고 하고, 만화 《식객》은 최근 18권이 출간되었습니다. 《식객》 만화를 초기와 후기로 나눠 단순 비교하자면 초기작은 재미와 감동을, 후기작은 정보와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18권에는 5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된장, 닭 한 마리, 미나리, 불고기와 와인,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김연용의 《아버지의 바다》를 각색하였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음식은 갱국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