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5 - 광명정 전투
김용 지음, 임홍빈 옮김 / 김영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의천도룡기》는 역사성, 문학성을 떠나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주제이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에 TV 시리즈물과 영화, 그리고 만화까지 《의천도룡기》를 원작으로 한 몇몇 작품을 보았습니다. TV 시리즈물은 분량이 워낙 방대해 일부만 봤습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 가장 오래된 시리즈물로는 1978년판 《의천도룡기》(그림1)입니다. 1978년이면 벌써 30년 전입니다. 장무기역으로 정소추가 나오는데, 위 사진은, 지금은 60대 초로의 나이에 접어든 정소추 아저씨의 한창 때 얼굴입니다.
같은 해 홍콩에서 만든 극장판 영화에서는 이동승이 장무기 역할을 맡았습니다.(그림2)
극장판으로는 1993년에 만들어진 이연걸 주연의 영화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완성도는 차마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형편 없었지만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 꽤 많은 사람들이 본 것 같습니다.(그림3)
그래도 원작에 가장 충실한 작품으로는 한결같이 1986년판 TV 시리즈물(그림4)을 꼽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양조위. 우리나라에고 꽤 많은 팬들이 있습니다. 지금 보기에는 그래픽이나 특수효과가 다소 떨어지지만 원작에 충실한 만큼 스토리가 탄탄하여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작으로는 소유붕이 장무기 역을 맡았던 2003년 판(그림5)이 있습니다. 40부작입니다. 그 외에 20권 짜리 만화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몇 권 보았습니다.

그런데 원작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어서 그런지 드라마나 영화, 심지어 만화조차도 그리 재미를 못 느꼈습니다. 가장 잘 만들어졌다는 1986년판 시리즈조차도 원작과 비교해보면 상당 부분 생략되었고, 특히 소설에서 맛볼 수 있는 세심한 심리 묘사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무한한 상상의 세계에 빠졌다가 막상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여지없이 깨지고 맙니다. 짝사랑하던 환상 속의 여인을 나이가 들어 우연히 동네 슈퍼마켓에서 세수도 안 한 꾀죄죄한 몰골의 적나라한 모습으로 보았을 때의 느낌이랄까, 아무튼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은 굳이 드라마나 영화, 만화를 찾아 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4권 <구양진경>에서 장무기는 드디어 구양신공을 익혀 십여년 그를 따라다녔던 몸 속의 죽음의 그림자를 완전히 쫓아냅니다. 5권 <광명정 전투>에서는 장무기가 명교의 교주로 등극하여 명교와 6대 문파들 간의 지긋지긋한 반목과 전쟁을 없애고 오로지 오랑캐(몽골) 조정을 타도해 선량한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겠다고 선언합니다.

교주가 된 장무기는 명교의 8가지 교령을 발표하는데, 제1령이 명교 신도는 누구든 벼슬아치나 군주 노릇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로지 백성의 어려움을 구하고 선행을 베풀고 악을 제거하는 데 전념하라고 합니다. 스스로 나라를 세워 왕이라 칭해서도 안 된다고 못박습니다.

후일담이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은 명교를 이탈하여 이 령의 규제에서 벗어난 후 비로소 명나라를 세우고 황제의 자리에 오릅니다. 그리고 개국공신들에게 정식으로 벼슬과 작위를 내립니다.

책 읽는 분들을 위해 더 이상의 상세한 줄거리는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 리뷰는 《의천도룡기》를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한 주변 지식을 전하는 게 주목적이니까요.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가 좀 멀어 출퇴근 때 광역버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그 시간이 제겐 더 없이 유용한 독서 시간이자 휴식 시간입니다. 퇴근 길에는 몸이 피곤하여 졸 때가 꽤 있습니다. 그러나 《의천도룡기》를 가지고 다니면서부터는 한 번도 졸지 않았습니다. 졸음도 싹 달아나게 만드는 재미가 있습니다. 어제 퇴근할 때 6권을 읽기 시작했으니 오늘은 아마 6권 남은 부분을 모두 읽을 것 같습니다. 어서 출근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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