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테일 법칙
스가야 요시히로 지음, 예병일 옮김 / 재인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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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심심찮게 '롱테일'이란 말을 자주 듣습니다. 롱테일, The Long Tail, 긴 꼬리라는 뜻입니다. 작년에 이 말이 회자되기 시작하여 '웹 2.0'이란 말과 함께 새로운 트렌드를 대표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롱테일'에 대해 다룬 책은 얼마 안 됩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롱테일에 대해 소개한 일본 번역서 『롱테일 법칙(재인)』과 실제로 롱테일이란 용어를 최초로 만든 롱테일 이론의 창시자 크리스 앤더슨의 『롱테일 경제학(랜덤하우스)』이 있습니다. 이 두 권이 전부입니다. 마케팅과 전략의 새로운 트렌드로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빈도에 비한다면 턱없이 적은 숫자입니다.

그런데 정작 다른 서적들도 검색해보니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 마케팅', '다이렉트 마케팅', '1:1 마케팅', '검색 마케팅', '게릴라 마케팅', '프로슈머 마케팅', '스페이스 마케팅' 등 새로운 개념 또는 신조어로 된 마케팅 이론 서적은 거의 한 권밖에 없었으며 많아야 두 권 정도 있었습니다. 일반에 많이 회자되면 그와 관련된 서적도 많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저의 추측이 잘못되었음을 지금에서야 알았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책은 일본인 스가야 요시히로가 쓰고 예병일이 옮긴 『롱테일 법칙』입니다. 우리말로 번역된 최초의 롱테일 관련 서적입니다. 몇 달 뒤에 오리지널 롱테일 이론서인 『롱테일 경제학』이 나왔지만,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고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여전히 유의미합니다.

롱테일을 설명하려면 반드시 파레토 법칙과 비교해야 합니다. 파레토 법칙은 '80:20 법칙'이라고도 불립니다. 매출의 80%는 20%의 고객이 만든다, 매출의 80%는 20%의 상품이 만든다. 매출의 80%는 20%의 사원이 만든다, 고객불만의 80%는 20%의 고객이 만든다... 등 마케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법칙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콩 수확량의 80%는 20%의 콩깍지에서 나온다는 발견에서 시작된 파레토 법칙은 열심히 일하는 꿀벌과 그렇지 않은 꿀벌의 비율 등 인간사회뿐 아니라 우주 전체를 지배하는 법칙처럼 여겨져왔습니다. 웃기는 것은 열심히 일하는 20%의 꿀벌만 따로 모아놓으면 그 중에서 또 열심히 일하는 20%와 그렇지 않은 80%로 나뉜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80:20 법칙에 반기를 든 것이 롱테일입니다. 80:20은 고객이 늘면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늘던 '종량제' 시대의 산물이고, 인터넷의 발달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제로' 수준까지 떨어진 '종량제 커뮤니케이션 종말'의 시대에는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롱테일은 그동안 의도적으로 버림받았던 다수(80%)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온라인 서점 아마존닷컴 전체 수익 중 절반 이상이 베스트셀러가 아닌 '나머지' 책들에서 나온다는 것이 그 방증입니다. 이베이는 그 동안 무시당해왔던 영세 중소 사업자들과 소비자들을 연결해 주며 급성장했습니다. 구글은 포춘 500대 기업 같은 대형 광고주가 아닌 꽃 배달 없체, 빵집 같은 자잘한 광고주들을 모아 엄청난 이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소한 다수(trivial many)'의 반란인 셈입니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롱테일의 핵심의 절반 이상이 설명된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나머지는 롱테일의 구체적인 사례(사실 아직 별로 없습니다), 롱테일에 착안한 전략 전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롱테일은 마케팅, 특히 온라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정보일 수 있습니다. 역시 문제는 응용에 있습니다. 저자는 이 응용이, 즉 롱테일 전략 전술이 단순히 '온라인'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오프라인에도 통용되며, 정확히 말하자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온라인'이 핵심이 아니라 '자동화'가 핵심이라 합니다. 그 자세한 내용을 모두 기술할 수 없으니 더 궁금하시면 책을 참조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을 때 주의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직 '법칙'이라 이름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롱테일 법칙은 결코 파레토 법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80:20 중에서 80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다는 의미이지 80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20을 버린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했다가는 사업 망합니다. 여전히 현실은 80:20 법칙이 지배하고 있으나, 거기에도 틈새가 있으니 그 점을 주의 깊게 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20을 있게 한 80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라는 것입니다.

롱테일에서는 커버리지(coverage)의 확장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자에 의하면 상품 수나 회원 수가 최소한 2만 이상의 되어야 롱테일이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2만 종 이상의 상품을 갖추려면 결국 온라인이 아니면 불가능한 모델일 것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마케팅의 자동화'입니다. 그 모든 것을 일일이 관리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리피트(재판매)를 위한 자동화가 필수 전제 조건입니다. 마케팅의 자동화란 영업 사원의 개인적 능력에 의존하는 시스템이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마케팅이 자동화되어 있지 않다면 판매를 온라인화한다 해도 롱테일 전략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요즘 제 머릿속 화두 중 하나가 '롱테일'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마치 한 장 한 장 뜯어 먹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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