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간의 국어여행 - 2009년 최신 개정판
남영신 지음 / 성안당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흔히 우리말의 맞춤법은 어렵고 까다롭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럼 우리말보다 더 쉬운 말은 무어냐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영어가 그러한가요? 아니면 일본어, 중국어가 그러한가요? 다른 나라 말을 익히기 위해 문법과 맞춤법을 공부하는 노력의 반만 투자하더라도 그런 생각은 들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저도 예외가 아닙니다. 쓰기에 큰 불편함이 없다고 하여 굳이 속속들이 알고자 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이런 글이라도 정기적으로 쓰고 있기에 그때그때 사전을 찾아보며 헷갈렸던 표현을 바로잡는 정도입니다. 다행히 인터넷 국어 사전이 있어 종이 사전을 일일이 들출 필요도 없이 매우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이듯이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만큼 글을 제대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말글을 제대로 쓰고 표현하기 위해 맞춤법과 문법에 조금이라도 투자할 용기가 있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교양서가 아닙니다. 국어 관련 시험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책입니다. 예를 들어 국어능력검정시험, 국어상담사, 문장사 등. 그러기에 내용이 일단 풍부합니다. 소리 표기 방법, 두음 법칙, 어법에 맞는 표기법, 띄어쓰기, 준말 표기, 합성법, 파생법, 신조어의 인식에 대해, 표준어, 표준 발음, 품사, 조사, 어미, 문장 성분, 문장의 종류, 서법과 부정법, 사동과 피동, 시제, 높임법 등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고루고루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등학교 문법책처럼 결코 딱딱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목에서 '여행'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마치 여행을 하듯이 매일 조금씩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말글에 대한 흥미가 커지게 만듭니다. 28일(=4주) 동안 조금씩 볼 수 있도록 각 장은 1장,2장...이 아닌 제1일~제28일과 같은 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장을 넘기면 제1일차 "젓가락과 숟가락, 같은 가락인가 다른 가락인가"가 보입니다. 소리 표기 방법에 대한 얘기인데, 왜 젓가락에는 사이시옷을 쓰고 숟가락에는 디귿 받침을 쓰는지에 관한 내용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알고 계시나요?
2일차 내용은 "룡천과 용천, 류인원과 유인원"이라는 제목으로 두음 법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두음 법칙만큼 까다로운 규칙이 없는데 그 실례를 매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관념'처럼 쓸 때는 '념'으로 쓰는데 '공염불'로 쓸 때는 왜 '염'자로 쓰는지 혹시 알고 계시나요? 도우미는 '도우미'로 적는데 지키미는 왜 '지킴이'라고 적어야 될까요?
이런 식으로 제28일차까지 이어집니다.

책은 정말 쉽고 재미있습니다. 우리말 맞춤법을 이 정도로 설명한 책은 아마 드물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재미있고 쉽게 설명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제대로 쓰기는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두음 법칙의 예를 들겠습니다. 두음 법칙의 기본은 '토박이 말에는 적용되지 아니하고 한자어를 읽고 쓰는 데만 적용되는 규칙이다' 정도인데, 세세하게 들어가면 다음과 같이 복잡해집니다.

- 원래 한자가 '녀, 뇨, 뉴, 니'로 소리 나야 하는 것이 낱말의 첫소리에서 '여, 요, 유, 이'로 소리가 바뀌면 바뀐 대로 적는다.
-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 오는 한자 '렬, 률'은 소리대로 '열, 율'으로 적는다. 첫소리가 아니지만 두음 법칙을 원용하여 소리대로 적는다.
- 원래 두음 법칙에 따라서 적던 낱말이 접두사처럼 쓰이는 다른 한자 뒤에 붙어 나오게 되면 낱말의 첫소리가 아니더라도 두음 법칙을 적용해서 적던 대로 적는다.

이렇듯 두음 법칙에 관해서만도 열 가지 정도의 규칙이 있는데 이를 모두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은 법칙도 법칙이지만 많이 보고 또 봐서 눈으로 익히고 감(感)으로 익히는 일도 병행해야 합니다. 우리말에 대해 보다 더 애정을 가지고 익혀나가야 된다는 말입니다.

아, 이렇게 결론이 허무할 수가.

사실 이렇게 끝내려고 한 것이 아닌데 읽는 분께는 죄송하지만 급하게 마무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수험생은 아니지만 하는 일이 교육 관련 일이라 오늘은 평소보다 좀 일찍 출근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급하니 글도 맘처럼 써지지 않네요.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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