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독립 선언서 세계를 뒤흔든 선언 2
스테파니 슈워츠 드라이버 지음, 안효상 옮김 / 그린비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세계를 뒤흔든 독립 선언서》를 읽었습니다. 예전에 사두었던 '세계를 뒤흔든 선언' 시리즈 중의 하나입니다. 전체 네 권 중에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데이비드 소로우의 〈시민 불복종〉,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등 세 권은 이 자리를 통해 이미 소개드렸습니다.

시리즈 순서로 보자면 〈공산당 선언〉에 이어 둘째권에 해당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서야 '겨우' 읽어봤습니다. 왠지 마음이 끌리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오늘날 미국이 보여주는 오만한 제국의 모습에서 더 이상 '독립'이라는 말을 연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지배로부터 독립해야할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기분이었습니다. 폭압적 식민 지배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 〈독립 선언서〉인데, 지금의 미국의 모습에서 과거를 상상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어떠할지 모르겠으나, 이런 의미에서 〈독립 선언서〉는 죽은 문서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라는 〈독립 선언서〉의 3대 권리가 비록 인간의 보편적인 이상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결국 사유 재산의 보존과 이윤 추구를 위한 가면처럼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편견일까요. 17세기 후반의 북미의 사회 경제적 상황을 보자면 억지라고 볼 수도 없을 것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떠올릴 때마다 인간의 모습이 아닌 거대한 공룡의 모습만 보입니다. 지금의 미국은 본받아야 할 모델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대상이며, 이상적인 미래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마지못해 복종할 수밖에 없는 - 그래서 언젠가는 그로부터 독립해해야 할 점령자의 모습입니다. 그들의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다른 이들의 속박과 불행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 기막힌 현실 앞에서 〈독립 선언서〉는 고물상의 폐지와 다름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패권과 오만한 모습이 오버랩된 인상을 걷어내고 조금 냉정하게 바라보면 〈독립 선언서〉의 중요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비록 우리에게는 박물관의 고문서에 불과할지 모르겠으나 역사적으로 '혁명적인' 개념을 담고 있는 선언이기에 그 여파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인민의 동의로부터 유래한다. 어떠한 형태의 정부이든 이러한 목적을 파괴할 때에는 언제든 정부를 변혁 내지 폐지하여 인민의 안전과 행복을 가장 효과적으로 가져올 수 있도록 그러한 기초를 두고 그러한 형태로 기구를 갖춘 새로운 정부를 조직하는 것이 인민의 권리이다"
정당하지 못한 정부는 인민(people 또는 men 의 마땅한 번역어가 없어 가치중립적인 '인민'이라는 번역을 사용함)의 동의에 의해 전복될 수 있다는 '혁명권'이 포함된,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선언이었음이 분명합니다.

나아가 최초의 〈독립 선언서〉가 자유로운 경제 활동과 사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노예마저도 사유 재산으로 인식했던 노예 농장주들의 주도로 만들어졌지만, 링컨은 이를 노예제의 폐지로까지 확대 해석하고, 마틴 루터 킹에 의해 흑백 통합의 민권 사상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여성 참정권 운동 역시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독립 선언서〉전문(前文)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심지어 미국과의 전쟁을 통해 독립을 쟁취한 베트남의 호치민이 〈독립 선언서〉의 문구를 직접 인용하며 베트남 민족 독립 선언을 만들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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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선언서〉의 원래 〈1776년 7월 4일 대륙회의의 아메리카 13개 연합 주의 만장일치 선언〉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독립 기념일인 7월 4일은 실제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날이 아니라 〈독립 선언서〉가 대륙회의에 의해 승인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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