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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을 잡아라 Catch the F.U.N.
진수 테리 지음 / 김영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제가 직장에서 처음으로 팀장을 맡았을 때의 일입니다. 그곳은 컴퓨터 교육용 교재를 내는 출판사였고 저는 기획 편집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말이 기획이지 실은 집필까지 도맡아야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일을 위해서는 일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실제 집필력까지 갖춘 이들을 찾아야 했습니다. 성실해야 하고 밤을 낮삼아 일하는 약간의 워커홀릭의 기질을 갖춘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스스로 업무의 성격을 그리 규정하고 사람들을 충원하고 일을 추진했습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하나가 마음에 들면 또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좀 좋다 싶으면 성실하지 않고, 성실하다 싶으면 또 일 처리 능력이 좀 문제가 되었습니다. 스스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획하고 집필하고, 밤을 낮삼아, 휴일을 평일 삼아, 월화수목금금금, 일을 했습니다.
몇 개월 견디는 사람들이 잘 없었습니다. 팀원은 수시로 교체되고 저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젊은 패기가 있어 그렇게 만 2년을 보냈습니다. 참 많은 것을 배웠고, 참 많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저는 모든 기력을 소진했고, 결국에는 사표를 쓰고 회사를 나왔습니다. 오로지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속된 말로 참 '무식하게' 일했던 때였습니다. 일에 집중하고 몰두하여 단시간에 성과를 거두고 스스로에 대한 능력을 확인했던 자랑스런 시기였습니다. 반면 남에 대한 배려와 타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목줄 묶은 강아지를 끌고 가듯이 팀원들을 질질 끌고 다녔던 어설픈 리더의 시기였습니다.
리더십은 결코 강제와 권위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비록 리더 스스로 앞장서 솔선수범하더라도 그것이 압박과 강제로 비쳐질 때, 그것은 또 하나의 강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강압은 결코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살인적인 솔선수범은 무언의 폭력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배려'가 없는 본보기는 독단일 뿐이었습니다. 작은 일을 이룰 수는 있을지언정 큰 일을 도모하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리더의 최상의 덕은, 능력의 탁월함과 솔선수범의 정신이 아니라 이해와 배려가 있는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진수 테리는 탁월한 커뮤니케이터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 배려와 이해에 있음을 알고 있는 프로페셔널 커뮤니케이터입니다.
나이 서른에 미국으로 넘어가 음식점 종업원과 최저임금을 받는 의료부품 조립공을 거쳐 한 중소기업에서 작업반장으로 일했습니다. 그곳은 이민자가 대부분이었으며 그는 노동자들을 숙련시키는 일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주말도 없이 7년을, 그야말로 미친듯이 일했지만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했습니다. 다시 의류회사의 생산담당 매니저로 취직하여 회사 매출이 크게 뛰어오르도록 노력했지만 승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전 직장의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마이클, 대체 내가 왜 해고당한 거죠?"
"이런!"
"이유가 뭐예요?"
"그걸 몰랐단 말이에요?"
그의 되물음에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세상이 다아는 걸 나만 모르고 있다는 투였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나를 더욱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의 말인즉슨, 내가 재미없어서 해고되었다는 것이었다.
"재미가 없다고요?"
"그래요, 당신이 너무 무섭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들이 많아서 나도 어쩔 수 없었어요."
지금 그는 웃음의 전도사가 되어 '웃다가 성공한 여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닙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는 2001년 7월 10일을 '진수 테리'의 날로 선포했고, 2003년 미국 연방정부는 소수민족 비즈니스 리더에게 주는 'Minority Business Advocate'상을 수여했습니다. 2004년에는 연방정부로부터 수출공로상을 받았고, 2005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전미연설가협회(NSA)의 정회원이 되었습니다. ABC-TV에서 '아시아 지도자 11'인 중 하나로 선정했고, 올해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가 미국에서 '가장 창의적인 중소기업 6인' 중의 하나로 선정했습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이자 실전 경영서입니다. 개인에게는 감동과 열정을, 기업에게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 생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진수 테리 10년의 깨달음과 노하우를 F.U.N이라는 세 글자에 담고 있습니다.
진수 테리가 말하는 F.U.N.은 Fun, Unique, Nurturing을 뜻합니다. 책은 전반적으로 Fun, 웃음을 이야기하지만, 핵심은 N에 있습니다. '보살핌'이 곧 배려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입니다.
진수 테리는 말합니다.
'펀은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이 사실을 아는 데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고.
리더와 리더를 꿈꾸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