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직접 말하는 돈과 인생이야기
박현주 지음 / 김영사 / 200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르게 벌어서 바르게 쓸 때
돈은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여의도 미래에셋 사옥 옆면에 써 있는 글이랍니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의 첫 저서, 자서전적 성격을 지닌 이 책의 이름은, 그래서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입니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 편이나, 가끔 리뷰 쓰기가 주저되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그러했습니다. 돈이 꽃이라... 제가 생각하는 꽃은 연못에 핀 아름다운 연꽃 이미지인데, 돈은 온갖 추잡함의 상징으로 느껴집니다. 저만 그러한가요? 돈이 필요하긴 하지만, 있으면 '정말' 좋지만, 그러나 그 돈을 절대로 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꽃에 대한 모독으로까지 느껴집니다. 그것이 이 책 제목을 본 첫 느낌이었습니다.

'기업가'와 '자본가'는 그 속성상 동일한 사람을 지칭하지만 그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자본이나 돈이나 그 단어 자체는 가치중립적입니다. 그러나 마치 화폐가 생산물의 가치를 부여하고 생명을 부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기묘한 현상, 즉 화폐가 상품들의 신으로 나타나는 '물신주의'는 자본 또는 돈에 대한 숭배를 낳습니다. 자본가라는 말에 물신주의 냄새가 풍기는 것은,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끊임없는 이윤 추구는 자본의 근본 속성이자 본질적 욕망입니다. 자본가는 자본의 이러한 운동논리를 따라 움직이고 행동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자본가란 자본의 의식적 담지자 또는 대행자라고 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훌륭한 자본가는 이런 자본의 욕망에 따라 행동하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조금 벌었다고 흥청망청 써버리면 훌륭한 자본가가 아닙니다. 절약과 금욕을 통한 자본 축적, 끊임없는 재투자, 이것이 자본가에게 요구되는 첫번째 도덕률입니다. 이는 프로테스탄트(개신교)의 윤리이기도 합니다(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훌륭한 자본가를 우리는 다른 말로 기업가라고 부릅니다.

이 책을 통해 본 박현주 회장은 훌륭한 자본가, 즉 모범적인 기업가입니다. 동양증권과 동원증권을 거쳐 1997년 미래에셋을 창업했고, 창업 10년 만에 국내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를 거느리게 되었으니, 달리 또 어떤 이유가 필요하겠습니까?
그러나 제가 박현주 회장을 모범적인 기업가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습니다. 제가 잘 몰라서일 수도 있습니다만 성공한 자본가는 참 많지만 모범적인 기업가는 그리 흔한 것 같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모범적인, 훌륭한 기업가는 '사회적 책임'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좋은 회사란 간단하다. 직원들이 부자가 되는 회사이다. 더불어 꿈이 있는 젊은이들이 취직하고 싶어하는 회사이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부자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의 성장과 직원의 성장이 같은 궤를 그리도록 하면 된다. (p.51)

사회적 책임 이전에 같은 배를 탄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구절입니다.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각종 규제가 철폐되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과거보다 시장 확대의 혜택을 더 많이 받고 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냉혹한 시장으로 변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사정이 더 심하다. 따라서 승자는 승자가 된 순간부터 또 다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p.41)

비슷한 말이 이 책에서 몇 번 되풀이됩니다.

냉전이 붕괴되고 신자유주의 물결이 전세계를 뒤덮은 후, 글로벌 차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사회(The winner takes it All)'가 된 것이다. 오늘날에는 국가, 지역, 기업, 개인 등을 가릴 것이 없이 모두가 무한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는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리고 승자 독식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문제는 승자 독식현상이 사회가 경쟁을 유도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라는 사실이다. 정부가 예전처럼 강한 규제로 통제했다면 차지하지 못했을 몫을 승자가 경쟁을 통해 독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승자에게는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나눌 줄 아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p.64)


물론 이러한 말들이 그저 수사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줄은 압니다. 그 색안경은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가 먼 기업의 행태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한국 최고의 부자가 되기보다 최고의 기부자가 되겠습니다.

2002년 3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그 꿈의 실현 여부와 무관하게, 감동적이었습니다.

98년 4월, 창업한 지 10개월 후 1억 원을 출자해 미래에셋육영재단을 만들고, 2000년 75억원을 들여 박현주재단을 만들었습니다. 자기자본 300억의 1/4에 해당되는 돈을 사회에 내놓은 것입니다. 그 재단을 만들고, 솔직히 꼬박 이틀 동안 잠을 못 이루었다고 합니다. '꼭 지금 해야 하나. 회사가 더 성장하고 나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 때문에. 여기서 이 책의 솔직함이 드러납니다.

그러면서 또 말합니다. "기업의 기부는 궁극적으로 기업에게 돌아오는 이기적 행위이다. 이것이 내 믿음이다." 여기서 또 한번 솔직함이 드러납니다.

저는 박현주 회장을 잘 모릅니다. 겨우 책 한 권 읽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진심이라면, 전 기꺼이 그의 실험이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간절히!
더불어, 혹시라도 정치를 할까봐, 정치를 하지 않기 위해 텔레비전에 절대로 출연하지 않는다는 그의 소신도 끝까지 지켜지길 바랍니다. 단 한 푼의 비자금도 없고, 바르게 벌어서 바르게 쓰겠다는 의지도 꺾이지 않길 바랍니다. 승자 독식의 룰을 바꿀 수 없다면, 그 승자의 아량을 널리 베풀기를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성공해서 이런 것이 아니라 이래서 성공했다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09-17 16:42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 박현주 지음/김영사 전반적인 리뷰 2007년 9월 16일 읽은 책이다. 모든 성공 스토리에는 나름 배울 점이 있다. 그러나 그런 스토리 중에는 좋은 점만을 부각시킨 경우도 더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박현주 회장이 직접 쓴 자서전이다. 예전에 읽었던 에서도 밝혔듯이 자신이 자기에 대해서 책으로 쓴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에 대한 Pride 없이는 힘든 것이다. 특히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