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전두환 - 전2권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화려한 휴가〉를 지난 달 개봉하던 날 보았습니다. 마음이 참 많이 아팠습니다. 비록 사랑 이야기를 삽입하여 픽션을 가미했으나, 큰 구도는 사실에 입각하여 만들어졌습니다. 80년 5월 광주의 역사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 결말을 알고 보는 마음이 오히려 더 불편했습니다. 평화로운 장면이 나와도 가슴이 아프고, 짐승같은 학살 장면에서는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폭력 장면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순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주체하기 힘들었습니다.

마지막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흐릅니다. 살아 남은 자들의 슬픔이 가슴을 누릅니다. 영화 속의 김상경은 윤상원 역이 아닙니다.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입니다. 윤상원의 행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나 도청에서의 마지막 결사항전의 주인공으로 그려지므로 부득이하게 윤상원의 이미지와 겹쳐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최후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광주 시내에는 다음과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박영순과 이경희의 목소리입니다. 영화에서는 이요원이 이 역할을 했습니다.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 우리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숨져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일어나서 계엄군과 끝까지 싸웁시다.
우리는 광주를 사수할 것입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는 최후까지 싸울 것입니다...."

윤상원의 건너편에 있던 고등학생이 '퍽'하고 무너졌습니다. 윤상원이 다가갔으나 이미 죽어있었습니다. 제자리로 돌아와 거총을 하려던 윤상원의 옆구리로 총탄이 뚫고 들어왔습니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4시 40분, 그렇게 도청 사수의 상징, 5월 광주의 상징 윤상원이 쓰러지고, 광주도 쓰러졌습니다. 아직도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는 당시 희생자 수는, 적게는 1,000명에서 많게는 2,0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비상계엄군으로서의 군이 자제에 자제를 거듭했던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 때문에, 신중을 거듭했던 군의 노고를 우리는 잊지 않는다.

5월 28일자 <조선일보>의 사설입니다.

5월 31일 계엄사령부는 광주'사태'로 민간인 144명 포함 17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고, 이를 믿는 광주시민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같은 날 대통령 자문보좌기관으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되고 위원장에 전두환이 임명됩니다. 8월 16일 대통령 최규하는 하야 성명을 내고, 8월 27일 '새 시대의 기수 전두환'이 장충체육관에서 대통령에 선출됩니다. 이즈음 문익환은 김대중이 빨갱이임을 고백하라는 고문을 받고, 중앙정보부는 김대중에게 전두환에 협력하라 협박합니다.  이를 거부한 김대중에게 육군보통군법회의는 9월 11일 사형을 구형하고, 9월 13일 사형을 선고합니다.

『만화 전두환 1 - 화려한 휴가』는 12.12 쿠데타로부터 여기까지 그리고 있습니다. 『2권 -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는 제5공화국, 6월 항쟁, 6공화국과 노태우, 전두환 구속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1979년 12.12 쿠데타부터 1996년 전두환 사형 선고, 1997년 전두환 석방 때까지의 근 20년의 역사를 단 두 권에 담고 있습니다.

비록 만화이지만 가볍게 볼 수가 없습니다. 시사 만평가 백무현이 2년 동안 현대사와 치열하게 씨름하며 철저하게 사실에 입각해 그렸으며 생존인물이 대거 등장합니다. 현대사이자 지금 진행중인 '현재사'입니다.

다소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단 두 권에 굴곡 많은 현대사를 모두 다룰 수 없었습니다. 다 아는 내용이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치 만평을 그리듯 현대사의 주요 주제를 몇 컷의 만화로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박정희 대통령 사후 현대사를 이처럼 보기 쉽게 알기 쉽게 훑어내리며, 전 재산 29만원짜리 인간 전두환에 대해 낱낱히 고발한 책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벌써 관객수 400만이 훌쩍 넘어버린 영화 〈화려한 휴가〉가 꼭 보아야 할 영화라면, 『만화 전두환』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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