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형 CEO, 마법사형 CEO
리 G. 볼먼,테렌스 E. 딜 지음, 신승미 옮김, 강경태 감수 / 명진출판사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이제서야 결혼을 하는 친구가 있어 어제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하기 위해 먼길이지만 기쁜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몇몇 가족과 함께 전세버스로 내려갔는데, 가는길 심심하지 말라고 기사가 영화를 틀어주었습니다. <투사부일체>와 <싸움의 기술>이라는 영화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건데 우리나라 영화 발전에 단 1%의 도움도 주지 않는 저는, 물론(?) 이 영화를 처음 봅니다. 영화 내용이야 제가 따로 정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저만 모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재미는 있었습니다. 눈요기는 충분했으며 때리고 맞고 터지고 찌르는 과정에서도 웃음이 터질 때가 있었습니다. 같이 갔던 친구 말로는 잘 만든 영화 축에 속한다고 했으나 저의 결론은 '제발 그만 싸워라!'였습니다. 제발 그만 때리고, 그만 찌르고, 그만 싸워라, 지겹다, 만약 저게 나의 현실이라면 지옥일 것이다, 제발!

전쟁의 기원과 역사를 논할 지식은 없지만, 아마도 인류 역사 이래 싸움과 전쟁이 완전히 사라지고 오로지 평화로웠던 시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먹으로 때리고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쏘는 것만이 전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전쟁은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며 현대 자본주의의 생존 경쟁 또한 지긋지긋한 전쟁의 또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인간의 이기심을 자극하며 탄생했습니다.
"우리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술집 또는 빵집 주인의 이타심 덕택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는 인간의 이기심을 이렇게 예찬했습니다. 사익의 추구가 곧 공익의 추구와 같다는 것이 그의 주된 생각이었습니다.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를 그렸을 때 대중은 시포그란투스라는 공무원에 의해 감독됩니다. 아담 스미스는 토머스 모어를 비웃습니다. '공익을 위해 설치는 자들에 의해 어떤 좋은 일이 있었는지 나는 본 적이 없다'고 말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공무원이라 해도 그의 중앙집중적 계산 능력은 런던 골목 시장의 분배능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스미스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대중을 역사 창조자로 우뚝 세웠습니다. 알아서들 잘하니 제발 참견 좀 하지마!

과연 그럴까요? 자본주의는 소박한 천재의 상상을 뛰어넘어 끝없는 무한경쟁의 전쟁터로 진화해왔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터럭 하나 남김 없이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는 지금, 우리의 사고는 이미 자본주의의 틀 안에 갇혀 있습니다. 아무리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일단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전략적' 사고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경영 전략, 마케팅 전략, 브랜드 확장 전략, 투자 전략, 심지어 결혼 전략^^ ……. 전략은 본디 전쟁에서 적을 속이는 술책을 의미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이미 그 자체가 전쟁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장을 진두지휘할 리더에게는 전사로서의 자질이 필요합니다. 전사는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혹독한 전쟁의 역사에서 전사만 홀로 존재하지는 않았습니다. 바깥에서 용감무쌍한 전사가 있었는가 하면, 안에서 냉철하게 사태를 분석하는 전략가가 있었고, 수많은 인재를 끌어안기 위해 사람의 마음을 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언행으로 사람의 영혼까지 끌어 당기는 강인한 흡입력을 가진 지도자도 있었습니다. 리더라고 해서 모두 같은 성향을 가지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나온 책 중에서 <전사형 CEO, 마법사형 CEO>라는 책이 있습니다. 리더십의 역할 모델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먼저 리더십의 네 가지 유형을 말합니다. 분석가 유형, 돌보는 사람 유형, 전사 유형, 마법사 유형. 그 중에서 이 책은 전사 유형과 마법사 유형을 주되게 다루고 있습니다.
창조한 것보다 파괴한 것이 많은 칭기즈칸, 반면 야심은 있었지만 그 야심을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돕는 사명감으로 승화시킨 마더 테레사, 가장 본받고 싶은 리더로 꼽히기는 하지만 '페어 플레이'와는 전혀 거리가 먼 거대 독점 기업가 빌 게이츠, 냉정하고 분별 있게 정부와 협상하여 미국 전화의 80% 이상을 장악할 때까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던 AT&T의 시어도어 베일, 6년 연속 최고의 CEO에 뽑혔지만 기업 문화를 경시한 채 심복들만 편애했던 HP의 칼리 피오리나, 펀(fun) 경영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허브 캘러허, 마법사가 되고 싶었지만 나락으로 떨어진 엔론의 케네스 레이. 이들이 바로 전사형 CEO, 마법사형 CEO로 이 책에 등장하는 등장하는 대표적인 인물들입니다.

주제는 쉽게 드러납니다. 득이 되는 유형과 해가 되는 유형, 득이 되는 기질과 해가 되는 기질, 해가 되는 면을 제거하고 득이 되는 면을 골라 현명한 마법사적 전사 CEO로 거듭나기. 마치 평화를 사랑했던 킹 목사가 그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투쟁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고 그 주제를 알아채기는 쉽지만 역시나 문제는 행동이요 실천입니다.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 자본주의적 가치관에 충실합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1등 기업, 1위 조직을 만들기 위한 비법을 담고 있으니까요. 반면 자본주의적 가치관에 대한 저항과 반성의 싹을 품고 있습니다. 기업 가치를 40배 키우기 위해 11만 명을 해고한 잭 웰치, 윈도우만 쓴다면 세상이 석기시대가 돼도 상관없는 빌 게이츠, 그들에 대한 상식과 편견을 잠시 의심했다면, 이 책 제대로 읽으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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