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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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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이상 고기를 먹어본 적이 손에 꼽힌다. 많아야 일주일에 두 번, 어릴 때 식탐이 있었다면 커서는 덜 먹어야 속이 편하다는 걸 알아도 남은 음식을 두고 보지 못해 최대한 먹었고 지금은 체하고 배탈나고 어지러운 것보단 살짝 포만감이 느껴지는 상태에서 멈추는 게 편하니까 의식적으로 덜 먹으려 한다. 치킨에 관한 책을 읽고 고기에 대한 취향으로 리뷰를 시작하는 건 이 책이 결국 이 시대 대한민국의 먹을거리에 대한 현황과 유행과 가치를 반영하며 그로인해 과거와 현재를 둘러보고 문화현상으로까지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매끼 고기를 먹거나 냉동실에 항상 고기를 쟁여두는 집이 더 신기하다. 어쩌면 식성과 음식 문화는 단순히 매끼를 먹는 것 이상으로 복잡다단한 취향과 성향과 기호를 반영하는지도 모른다. 마치 정반대 정치성향을 지닌 두 사람이 부부가 되는 걸 상상해볼 때처럼 식성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살 때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이 같거나 말거나 그저 상대가 먹는 걸 먹어주는 무던함과 무난함으로 괜찮을. 

 

한국음식은 두 번의 큰 충격을 통해 변화를 겪는다. 하나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어난 음식의 혼성이고, 또 하나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원조를 통해서 밀려든 밀가루와 설탕이었다. 그러나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또 하나의 충격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이다. 미국산 대두는 한국 음식문화의 근간을 뒤집어놓았다. 본래 콩을 많이 먹던 민족이긴 하지만 우리는 장을 담가 먹거나 두부로 만들어 먹었다. 그 콩이 식용유로 바뀌면서 식생활은 혁명 수준으로 변화했다. 콩은 기름이었고 사료였다. 콩으로 닭을 키웠고, 그 닭을 콩기름으로 튀겨먹었으니 식용유가 곧 치킨이다. (p.251)

 

먹는 건 곧 본능이다. 먹는 걸 저지당하거나 신경쓰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행복하게 살 수 없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면 정치 얘기를 공통화제에서 배제하는 걸로 괜찮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으로부터 촉발되는 사고의 방향과 취향과 생활습관, 가치관이 다른 것까지도 괜찮을까. 그럴 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죽고 못 살던 사람과도 언젠가 헤어지는데 평생을 걸고 살다보면 정치성향 좀 안 맞고 생활습관 좀 다르고 사고의 방향이 약간 틀어진들 뭐가 대수일까. 어차피 나는 나고 너는 넌데. 하지만 오랫동안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통할 수 있는 한계치, 육아의 문제나 양가에 대처하는 방식은 또 다를 것이다. 이해와 인내, 노력이 계속되다 보면 언젠가 습득, 나아가 습관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함께 살면서 다를 수는 있어도 이해나 공감 없이, 닮거나 융화될 수 있다는 믿음 없이는 불행하기 쉬울 것이다. 물론 불행하겠지만 반드시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니 역시 괜찮다고 생각한다. 취향과 기호는 쉽게 받아들이거나 어렵게 변할 수 있는 반면 너무나 빠르게 회귀할 수 있는 성질을 가졌으니. 함께 삼십 년을 산 사람들의 식습관은 서로 닮는 법이니 우리 식구들이 육식에 대한 식성이 남달리 강한 편은 아니라는 결론.

 

나는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으면 세 번 중 한 번은 어김없이 소화불량이나 체끼와 배탈에 시달린다. 고기의 경우 더 심하지만 체질적으로 먹는 일에 최적화된 거뜬한 사람으로 태어나질 않았다. 삼겹살(+소주), 스테이크(+와인), 치킨(+맥주), 족발보쌈, 찜닭, 백숙, 갈비찜 등등 일단 먹고 나면 고기 종류 가리지 않고 적어도 나흘 이상은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포만감은 잠시, 입에 넣고 삼킬 때까지만 좋았던 어이없는 기억도 많다. 치킨 신드롬과 사육되는 닭과 대기업과 농가의 커넥션에 불만도 많기 때문에 다만 나라도 적게 먹자는 생각을 갖고는 있다. 왜 하필 치킨(피자나 족발은 어떤가)에 대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자꾸 책을 미룬 데 비해 한큐에 읽혔고 메시지도 명확하게 읽었다. 치킨은 후라이드, 양념, 간장, 파닭, 오븐구이, 닭강정, 양파치킨, 불닭 등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1997년 이후 단 한 번도 외식 메뉴 1위 자리를 내어준 적이 없다고 한다. (육계)시장을 제외하고도 순수하게 치킨시장의 규모만 연간 3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고 현재 한국 치킨점 수는 35000에서 5만여 곳으로 추정된다.

 

 

라면과 믹스커피 그리고 치킨이야말로 한국의 지금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음식일 것이다. 그 음식이 닿아 있는 사회의 접촉면이 워낙 다양하고 그 자체로 근대의 음식 형성과 미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 세 음식이 한국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해방 이후 원조경제에 힘입은 바 크다. 밀가루와 식용유의 조합 없이 불가능한 것이 치킨과 라면이고, 믹스커피 또한 다국적 기업의 값싼 커피 원료와 프리마가 없었다면 생성 불가능한 음식이다. 한국 사람들이 지난 30~40년 동안 줄창 먹어댄 덕분에 가장 민감해진 혓바닥은 저 세 음식에 특화되어 있다. (p.74)

 

이 책은 치킨 신드롬이 일어나기 시작한 2002년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가 어떤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자영업 대표로 일컬어지는 치킨 프랜차이즈가 탄생했는지 밝힌다. 수없이 많은 치킨 브랜드의 양, 구성, 맛, 성분을 평가하는 블로거나 치믈리에(소믈리에를 비튼 말)를 조명하고, BBQ, 파파이스, 교촌, 굽네치킨 등 브랜드의 성공과 그림자를 들춰본다. 치킨의 양대산맥으로 한때 큰 시장을 형성했던 찜닭과 대구에 본사를 둔 호식이두마리치킨, 부산에 본점을 둔 무봤나촌닭처럼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 시작해 쑥쑥 성장하는 중인 브랜드의 명암, 성장, 개발의 뒷얘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결국 마케팅의 승패로 이어지기 쉬운 피터지는 치킨 브랜드 전쟁이지만 가장 어렵고 힘들 때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원칙 아래, 여전히 소스와 염지, 건강과 칼로리를 중점에 둔 메뉴개발을 지속적 성장의 키워드로 꼽는 재량도 보인다.

 

나아가 자녀의 대학진학, 취업전쟁으로 목돈이 필요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아버지들이 거리로 나오면서 붙잡은 유일한 구세주-닭 튀기기-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어느 동네든 한 집 걸러 치킨을 팔고, 아무리 차별화 한다해도 소비자 입맛에는 비슷비슷하게 느껴질 뿐이다. 대기업의 독점과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는 자영업이 완전히 몰락하고 골목상권을 붕괴시키는 계기로 작용했고, 납세의무자와 담세자가 다른 세금처럼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게 일반적이 됐다. 적절하게 통제하고 효율적으로 수익을 내는 데 골몰한 거대자본이 기술전수와 마케팅이란 이름으로 창업주에게 전가시키는 수천의 명목금, 장사를 하면 할수록 병아리를 키우면 키울수록 손해라는 농가의 인터뷰를 듣고 있으면 이 모든 게 좁은 공간에서 정해진 궤도만 돌고 있는 쳇바퀴처럼 답답하다. 치킨이 잘 팔리는 한, 닭은 비정상적으로 사육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사료와 기타 환경에 대해 들이는 비용은 갑인 본사보다는 을인 개인에게 전가될 확율이 커지며, 파이가 작고 하찮아도 괜찮을 것들이 커질 때 발생하는 온갖 문제점들이 오래 순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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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4-09-30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어느 브랜드가 제일 맛있답니까...는 농담이구요. 아무래도 그런 얘기를 하는 책은 아닌 듯 하군요. 그래도 조금 놀랍기는 합니다. 치느님 앞에서 이렇게 쿨해질 수 있다니. 저는 뭐 일단 치느님이 앞에 있으면 이런 거 생각하지말고 일단 먹고보자는 생각이....

아무튼 치킨은 그래도 가장 만만한 외식음식이자, 서민음식인 것 같아요. 없는 사람들이 그나마 기름기 좀 섭취하고 싶을 때 제일 만만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구요. 물론 이제 치킨 가격도 슬슬 올라, 점점 그렇게 만만하지만은 않은 음식이 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요. 어쩌면 정부에서 뭔가 손을 쓸 수도..이 정부가 없는 사람들 주머니 털어가는 데에는 점점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아시다시피 아무튼 저도 기름기 좋아하는 초딩입맛이라 치킨도 끊기는 끊어야 하는데 끊을 수가 없어요. 특히 교X에 계시는 치느님은...아무튼 그래서 어디가 제일 맛있데요? 저도 교X의 노예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아이리시스 2014-10-01 10:03   좋아요 0 | URL
진짜 많이 먹긴 해요. 그냥 뭐 저는 동물애호가니까 생명있는 동물이 태어난 이상 잘 살면 좋겠는데 먹히기 위해 태어나니까 너무 슬퍼요. 그것뿐. 생각해보니까 고등학교때 마치면 거의 매일 파파이스 치킨을 사먹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잘 안됐나 봐요. 지점도 최소로 줄었고 커서는 거의 안 갔으니까. 치킨책 읽으며 치킨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때 생각이 많이 났어요. 야자할 시간에 몰려서 너무 놀러다녀서 공부는 못했지만 추억은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히힝. 교복 입은 여고생의 패스트푸드점, 노래방, 카페, 담배연기 이런 거 떠올리니까 뭔가 좀 인생무상같아요. 그때 꿈꾸던 어른은 지금의 제 모습이 아니었는데..

저도 집에 초딩입맛 동생 키우고 있어서 잘 알아요. 얘는 먹는 게 거의 초인수준. 그래서 제가 계속 느끼한 것만 먹고 사는 이탈리아, 웬만하면 유럽쪽으로 이민가라고(ㅋㅋ) 설득한지 오래됐어요. 제가 유럽에서 엄마가 끓여준 된장찌개 먹고 싶다고 전화하면 부럽다고 놀리고 그랬는데. 얘는 매끼는 아니고 아마도 매일 고기 먹을 수 있을 거예요. 우리 가족중 그런 사람 아무도 없는데.. 교X은 광고모델도 좋잖아요. 맛있어요. 우리 동네도 제일 자리 좋은 곳에 있는데. 아참, 어디가 맛있는지는 안 가르쳐줬어요. 닭 크기가 점점 줄어들어 이제 한 마리를 튀겨내기 위해 한 마리 반이 필요하다, 이런 건 나왔었는데..

암튼 많이 먹고 부자됩시다, 맥거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