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단과 유일이 절대권력으로 작용하던 시대, 구체제를 향한 의문과 전복을 위해 찾아든 회의주의, 그 중심에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가 있었다. 몽테뉴는 에세이(수상록)에서 '유일한 확실성은 불확실성뿐이다.'라고 말하며 회의론과 다양성에 무게를 싣는다. 판단에 있어 독단은 무지와 다르지 않으며, 아는 것이 적다는 것을 인식하기 위해 배워야 한다고 했다. 여기, 감히 도전하지도 말았어야 할 것에 도전한 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 한 편(아직 진행중인데, 쏟아지는 평과 기사들처럼 정말 이렇게 예상불가능한 드라마도 처음!). 공교롭게도 초능력(그래, 뜬금없지만 초능력이다),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 벌이는 대결을 주제로 하는 두 권의 책. 솔직담백히 말하자면, 세 편의 텍스트들은 어떻게 봐도 대충 잘 받아들이는 내가 보기에도 참 재미있다. 일단 한국판이라는 사실도 그렇지만, 종이는 문학성을, 영상은 장르성을 추구하는 기존 스토리텔링의 틀을 깨부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신을 이겨보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없었음에도 그렇게 되어버렸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보겠다고 시작한 실험이 인생을 뒤흔드는 광경. 신이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는 한계를 너무나 잘 아는 자들이 만든 이야기.

 

니 말대로 향은 선물이 아니라 저주였고,

선악과는 애초에 먹지 말았어야 했고,

비밀은 비밀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고,

죽은 자를 살리는 건 감히 인간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고,

그걸 꼭 부딪치고 깨지고 내 눈으로 확인해야 깨달으니

난 얼마나 어리석은지. - <나인-아홉번의 시간여행, 8회>

 

1년만에, 실종된 형의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포카라로 향한 선우는 늘 조금은 불안하고 떨렸던 형의 인생을 떠올리며,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형이 왜 아무도 모르게 히말라야를 오르려다 눈사태로 죽어갔는지 이해하고 싶다. 지상에 다시없을 낙원처럼 투명하고 청명한 공기, 푸른 산과 흰 구름은 사람이 죽어나가기에는 어딘가 불완전한 기시감과 위화감을 동시에 전달한다. 기자이자 앵커인 선우는 마침 히말라야 취재차 나가있는 후배 민영에게 키스하며 삼개월의 계약연애를 제안하고, 민영은 장난반 진담반으로 진행된 대화 속에서 오랫동안 동경해온 그를 향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동료들의 말에 의하면, '구걸해서 만나고, 혼나면서 데이트 할' 이들의 앞날에 어떤 가혹한 판타지가 숨겨져 있을지 꿈에도 모른 채. 포카라에서의 낮과 밤은 사랑을 시작한 연인에게 부족함이 없다.

 

형이 죽기 직전 피우려했던 향 한 개, 이십년전으로 이어주는 통로. 향 하나는 삼십분간의 시간여행을 허락하며, 조건은 미치오 카쿠가 말한 평행우주, 즉 이십년전과의 교집합, 평행이론. 선우는 우연히 주운 삐삐에 뜬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가 1992년의 저와 마주하면서, 그 세계로 뛰어든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이 결혼한, 아버지의 병원이 통째 악마의 손아귀로 넘어가버린 날의 진실을 찾기 위해. 그는 간과한다. 이십년전의 진실이 변하면 현재의 진실 역시 변한다는 걸. 형이 죽음을 무릅쓰고 피우려했던 향, 돌이키고 싶은 과거가 하염없이 많아 전설 하나만을 믿고 나머지 향을 구하러 떠났다가 변사했다는 걸 선우가 알게됐을 즈음, 그에게도 이상징후가 찾아온다. 과거로 가서 진실을 보고, 그날 밤 있었던 사건을 막아 아버지를 살리는 일. 그는 가능할 거라고 믿는다.

 

진실은 역사가 되어버린 신념같은 거다. 사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도, 변해버린 후가 전보다는 훨씬 가혹하다. 아버지의 마지막은 완벽한 조작이었고, 아버지의 죽음은 누군가의 양심과 맞바꿔질 수 없었다. 아버지가 죽고나서 비로소 아버지가 반대하던 여자와 결혼한 형은 평생 불안과 우울에 시달린다. 게다가, 사랑을 잃어야 한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혼자만 기억하는 병. 그는 원래 기억과 뒤바뀐 조작된 기억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갈 것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두 개의 기억. 그중에 하나는 물리적으로는 소멸된, 불가능한 기억. 선우는 형의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고, 사랑하는 여자의 웨딩드레스 입은 사진을 전송받으면서, 이 판타지를 스스로 끝내야겠다는 결심에 이른다. 모든 것을 아는 유일한 친구의 걱정근심을 무마시키기 위한 말. 

 

"버리고 왔어. 1992년에. 원점으로 돌아온 거야. 한달 전 향 같은 건 모르던 때로. 판타지가 없던 시절로.

너는 죽어도 못 찾을껄. 지도 검색에도 안나오는 곳이니까." - <나인-아홉번의 시간여행>

 

매번 우주를 뒤흔드는 경험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작은 균열 하나가 인생 전체를 뒤바꾸는 그런 경험을, 어디로 튈지 모를 시간 한줌을 붙잡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구경한다. 사람은 늘 원하는 것보다 더 원하는 것을 하거나 되기 위해 애쓴다. 생성과 소멸에 대한 고찰, 결국 뒤집을 수 없는 한계치,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삶에서 기억도, 유물도, 통증도 그대로인 삶이 과연 끝나기는 할 것인가. 질문이 많은 사람은 결코 평온해질 수 없다. 그는 주어지지 않거나 알 수 없는 것이 궁금해질때쯤, 손에 들어온 기회를 사용함으로서, 감히 단 한 번 신 행세를 하다가 된통 당한다.

 

 

 

 

 

 

 

 

 

 

 

 

 

'모든 정보는 추상적이다. 메타포가 들어있지 않은 정보란 쓰레기 더미에 불과하다. 사실이라고 믿는 구체적이고 계량화된 정보 대부분은 사라지고, 오직 인간의 은유적이고 불분명한 꿈의 기록만이 보존될 것이다' - <중화의 꽃, 1권>

 

대한민국 서울. 중국과 일본의 초능력자들이 창세기의 돌, 제네시스 록에 반응하는 '중화의 꽃'을 찾기 위해 몰래 잠입한다. 하늘, 바다, 육지를 관할하는 개별 국가기관 소속의 국정원, 군인, 경찰은 외계인에게 납치당했었다고 주장하는 이십대 여성들의 증언에 따라, 그들이 어딘가로 끌려갔다가 알몸으로 도포에 싸여 버려진 연유를 추적하는데, 실상 강간이나 폭행의 흔적은커녕, 아무 증거나 단서가 없는데다가, 여성들이 한목소리로 외계인을 봤다고 주장하면서 미궁으로 치닫는다. 소재가 초능력자라기에 판타지나 SF 액션에 나오는 유토피아/디스토피아 같은 영 낯선 세계를 떠올리고는 기겁했다. 착각이고 함정이었다. 초능력자들의 대결로 이 책을 홍보한 건 마케팅측의 오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초능력자를 소재로 한다는 얘기에 흥미진진한 소설 한 편을 근거도 없이 배제할 뻔한 나에 의하면. 초능력자는 겉으로 나, 초능력자요, 붙이고 다니지 않는다. 멀쩡하다. 숨겨져있다. 장르로 치면, 차라리 첩보에 가깝다. 모든 것이 아니라 단 한 가지만을 잘한다. 훈련되었을 수도, 타고났을 수도 있다. <중화의 꽃>에는 과거나 미래를 보는 자, 도공으로 상대의 심장을 멎게 하는 자, 장소나 물건에 대한 사이코메트리들이 나온다. 이중에 제일은 미래를 보는 자, 중화의 꽃이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단서는 충분한 그녀를 두고 벌이는 아시아 3국의 대결이다.

 

<궁극의 아이>에도 중화의 꽃처럼 미래를 보는 남자가 나온다. 생식력이 현저히 떨어져 대부분 스무살 이전에 죽는다는 궁극의 아이. 최초는 아니나 마지막도 아닐 궁극의 아이 중 하나인 신가야는 한국출신으로 범죄기록이 있음에도 불구, 인류의 미래 보고서라고 불리는 카이헨동연구소로 발탁된다. 범죄경력에도 타당하게 획득한 영주권에 대한 의문에 맞서듯, 그의 존재는 유일하게 사랑한 엘리스에게 역시 비밀과 환영으로 남아있다. 지금, 어떻게, 왜, 연결되었는지 모르는 세계의 다섯 거물들, 나다니엘 밀스타인, 안톤 쉬프, 조지프 체임벌린, 조나단 킨데마이어, 오귀스트 벨몽에게 차례로 한 통의 편지가 도달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거대한 테러, 죽음을 알리는 편지, 까마득한 기억들. 십년 전에 죽은 자로부터 어떻게 복수가 자행될 수 있을까. 형사 사이먼은 추적에 나선다.

 

"십년 전 제가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 <궁극의 아이>

 

악마개구리문양, 바다에 사는 뿔 달린 개구리로 불리는 어떤 모임. 그들은 손아귀 아래 세계를 장악한 신 같은 존재가 되어있다. 한 나라의 운명이 그들 손끝에 달려, 되살아날 수도, 의미없이 죽을 수도 있었다. 정보가 곧 힘이었다. 그들은 힘을 과시하기 시작했고, 한층 더 강력한 부와 권력을 움켜쥐길 바랐으며, 세계를 휘둘렀다.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고싶은 걸 위해서라면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키고도 남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공리주의는 그들의 목표가 아니었다. 신가야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한사람이었다. 가야처럼 '궁극의 아이'로 판명난 아이들이 카이헨동연구소로 잡혀와 기억을 세뇌당하고 자유를 빼앗긴 채로, 온갖 실험과 업(카르마) 속에서 미래를 예견하다 죽어갔다. 모든 사실을 밝힐 사람은 사이먼 뿐이고, 사이먼은 아내 모니카의 죽음과도 연관있을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신가야가 사랑했다는 여자, 뚱뚱해서 제발로는 밖으로 나와 걸어다닐 수도, 앉았다 일어날 수도 없는 엘리스와 딸 미셸을 찾아가 모든 것을 털어놓고 질문한다.

 

엘리스는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다. 일곱살 이후 벌어진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는 엘리스는 제 눈앞에서 연기처럼 죽어간 가야와의 추억 대신 미셸을 안았다.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 많은 것을 약속했지만 단 5일만이 허락되었던, 그들의 슬픈 마지막. 의문투성이 이별은 가야를 잃은 십년간 그녀를 허무와 체념에 뒤섞여 살게 했다. 사이먼은 신가야의 물음에 따라 엘리스로부터 사랑한 남자에 관한 모든 기억을 요구한다. 숨막힐 만큼 아름답고 애처로운 닷새의 기억 속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살인사건을 해결할 단서가 포착된다.

 

"당신은 머릿속이 온통 기억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게 어떤 건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거예요. 그건 평생 과거라는 철창 속에 갇혀사는 거라고요." - <궁극의 아이>

 

눈치챘겠지만 모든 이야기의 핵심 그리고 권력은 미래를 보는 눈에 있다. 미래는 예측이 아니라 다가오는 것. 그들의 능력은 좋게 사용될수도 그 반대일수도 있지만, 궁극의 아이들은 늘 거의 언제나 이용당하다 가치가 다해지면 버려졌다. 미래를 말하기 위해 온갖 약물주사와 뇌실험으로 너덜너덜해진 삶을 붙잡고 가야는 엘리스를 만났던 것이다. 그는 엘리스와 미셸의 미래를 보았다. 서로를 다주어도 아깝지 않은 오백년같은 오일의 사랑이, 십년 후 여자와 딸을 살리는데 이용된다. 엘리스의 기억 곳곳에 남겨진 가야의 단서가 사이먼에게로, 사이먼이 잃어버린 모니카에게로. 주가를 예측하고, 전쟁을 예측하고, 이득과 손실을 예측하고, 방향을 예측하면 누군가의 손아귀에는 세상을 주무를 강력한 힘이 생긴다. <궁극의 아이>가 개인적인 사랑으로, <중화의 꽃>이 동북아 세계정세의 삼키고 뱉는 숨가쁜 역사현장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다를 뿐, 두 소설은 같은 얘기를 하고있다.

 

누가 들어줄리도 없지만, 새삼 뒷짐지고 몽테뉴처럼 모럴리스트 노릇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자연스럽지 못한 욕망은 결국 파멸을 향해 달려가기밖에 더할까. 슬픔과 아름다움이 마치 처음 본 풍경처럼 공존하는 눈부신 이야기들 앞에 주춤할 필요는 없다. 소설이 소설로 기능하며 역할을 다할 때, 세상은 아무런 흔들림 없을 것이다. 문제는 소설 속 모습이 미래, 초능력, 시간여행 같은 흔적만 살며시 지우면, 놀랄 만큼 현재와 닮았다는 게, 소설과 문학이 우연이 아님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헌팅턴이 <문명의 충돌>에서 예견한 이슬람 세력과 중국의 부상은 여전히 진행중이고, 얼마전에는 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가 분명 다르며, 정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책을 읽었다. 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가 다른 걸 알지만 이제 세계의 의식속에서 '주의(-ism)'와 '교리'는 거의 한목소리처럼 들려온다. 아랍권, 중동국 출신들의 반인류적인 테러, 반서양주의를 반자본주의로 해석하는 것, 사회적문화적 다양성을 경제적정치적 영역으로까지 확대시키면서 나타난 세력의 갈등과 내분에서 전쟁까지.

 

요즘 나는 북한이 제일 무섭지만 나아가 북한만 적으로 여기는 대한민국 사람들도 무섭고, 한편 중국의 거대한 힘이 두렵다.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독특한 체제도, 법(외국인에게 참정권을 허하면!) 하나만 갈아치우면 가능한 중국의 세계권력 지배구도 장악(을 뜻하는 엄청난 수의 인구)도, 아무거나 다 먹는 식습관도, 무력에는 무력으로 맞서는 거라며 위협에 위협으로 무장하는 일본도. 내가 아는 과거 어느 시점도 동북아가 평화로운 적 없지만, 잘 살아있어야겠다. 죽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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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4 18: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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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4 21: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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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5 15: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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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6 15: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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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4 23: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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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6 15: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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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6 16: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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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6 17: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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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5 00: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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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6 15: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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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6 19: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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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6 2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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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6 21: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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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6 16: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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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6 17: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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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6 2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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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7 2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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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3-04-27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들과 드라마를 후루루룩 연결하는 솜씨에 감탄을 표합니다. 신과 시간여행으로 시작해서, 잘 살아있어야겠다,로 끝나는군요. 신이 인간의 발명품이라는 관점에서는 신도 결국 인간이 잘 살기 위해서 탄생한 것이고, 시간여행도 결국 인간이 잘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겠죠. 그 드라마를 저는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쩐다면서요?) 시간을 되돌리는 것도 결국 이 현재에 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도 어제 간만에 <오블리비언>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거기에 마지막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내가 네 신이다! 그리고 그 신은 어떻게 되었냐면...뭐 아무튼 나 초능력이든, 시간여행이든 이런 거 되게 좋아해요. 요즘에 <임사체험>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엄청 재밌어요(그래서 요즘 제 리뷰에는 심심하면 임사체험이라는 말이 등장. 또 써먹을 예정).

아이리시스 2013-04-27 23:15   좋아요 0 | URL
우아, 맥거핀님 되게 반가워! 뭔가 계속 징징대다가 맥거핀님 안계시니까 징징댈 언덕이 없어진것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어디갔었어! 저도저도저도 초능력이든, 시간여행이든 완전 좋아죽겠어요. 제가 읽은책이 아무리 없어도 이것만읽진 않았는데, 전에 한번썼는데 또 굳이 쓴걸보니 제가 이걸 되게 좋아한다는걸 알겠어요. 그리고 지금 보니까 나인, 보다 궁극의 아이, 궁극의 아이보다 중화의 꽃, 이렇게 보는족족 차례대로 더 재밌어서 신났어요. 결국 현재에 잘 살기 위해서. 그말이 맞네요. 정답이다..

<오블리비언> 톰 아저씨 나오는거죠? 전에 찜했는데 재밌어보였는데 개봉했나보네요. 내가 네 신이다! 으흥!! <임사체험>까지는 아직 진도를 못나갔; 는데 지금 그 임사체험, 이 검색하면 나오는 그 두권짜리 일본작가이름 책인가요?(검색해봤음!) 재밌겠어요. 뭔가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왔다 이러면 그냥그런데, 저는 예전에 <아랑사또전>도 재밌게봤고, 환생에도 관심있고, 뭔가 거시적인게 좋아요. 감히 인간이 도전못할 신의 세계, 신의 영역 그런게 진짜 있는지 의문이긴 해도 재밌어요. <나인>의 이진욱은 짱이죠!!

임사체험, 얼른 읽고 또 써먹어요. 꼭이요!! 약속도 지켜요!!! (제가 안지킨다고 똑같이 하지말고요!!) =3=3=3

좋은 주말, 좋은 밤!!

ICE-9 2013-04-27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랬어요^ ^ 제가 보는 드라마, 제가 보는 책(중화의 꽃)을 같이 보고 읽고 계셔서...
'나인'은 예전에 보았던 영화 '도니 다코'나 '나비 효과'가 참 많이 생각나더군요. 그러고보면 최근에 나온 '루퍼'도 그런 영화중 하나네요. 흥미로운 것은 시간을 적극적으로 바꾸려 드는 이 세 영화의 결론이 모두 똑같다는거죠. 그렇게 어쩌면 이런 이야기의 결론은 하나일 수 밖에 없을 것 같고 그래서 '나인'의 결말 역시도 어느정도 예상되기는 합니다. 그러고보니 이런 주제에 대해서 이미 철학자 라이프니츠가 정확히 예견했네요. 그는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죠. 물론 신이 얼마든지 다른 세계를 만들 수 있었지만 우리가 사는 이 현실 세계가 가장 적합했기에 이런 식으로 만든 것이다라고. 그렇게 그는 지금 현재를 언제나 모든 가능한 것 중의 최상의 상태로 보았었죠. '나인'이든 그 세 영화든 결국은 라이프니츠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축복처럼 주어진 향이 저주가 된다는 이야기 역시 샘 레이미가 즐겨 다룬 주제였죠. 대표적인 게 예언하는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기프트'였고 사실 바로 그 후에 나온 영화 '스파이더 맨'은 기프트의 주제를 보다 확장한 영화였고 기프트 이전에 그를 재기할 수 있게 만든 결정적인 작품인 '심플 플랜' 역시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였죠. 아마도 자신의 영화 인생 역정이 정확히 축복이 저주가 되었었기에 더욱 그 주제에 대해 민감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제가 이거 너무 상관도 없는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있네요. 같은 걸 보고 읽고 하는게 반가워서 그만 수다를 떨게 되었습니다^ ^ 중화의 꽃에 대해 쓰시면 또 와서 떠들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잔뜩 늘어놓아도 내치지 말아주시기를 빕니다. 하하^ ^


아이리시스 2013-04-28 15:31   좋아요 0 | URL
이런 댓글이라면 항상 좋죠. 요즘 대화를 나누고싶은가봐요. 양방소통의 긴글이 좋아졌어요. 보는 다른 사람에게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는 괜찮아요. 같은 주제로 자꾸 만들어지는 이야기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죠. 지금 특수사건전담반 텐, 보는중인데, 방금도 '중화의 꽃'을 읽었더니 별로 재미가없네요. 가질수없는 현실이니까 이야기가 되면 관심이 가져질수밖에 없는것 같은데, 샘 레이미 말씀하시니까 말인데, 왔다갔다하는선에서 이제는 더 새롭고 신선한 얘기를 고민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가족 아니면 사랑을 구하기위해서인데, 현실에서 그것들이 풍족하게 가능하다면 그런일이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심플플랜,은 못본 영화라서 찜해둡니다^^

헤르메스님도 뭔가 인생에서 바꾸고싶은 일이 있나요? :)

달사르 2013-04-28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댓글은 다른 사람도 좋네요. ^^
댓글이 길어지면 왠지 '정'도 더 담뿍 담기는 듯? ㅎ


저도 최근에 비슷한 류의 만화를 봤어요. 힛. 은근 만화가 쉽고 좋다니까요. 제가 본 내용은 주인공이 어떤 보석을 갖고 있었는데 그게 소원을 들어주는 보석이었어요.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지금처럼 계속 여행을 다니며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담긴 소원을 말했는데 그 소원이 그만 이루어진 거에요. 10년이 지나도 주욱. 어느날 문득 돌아보니 동료들은 점점 늙어가는데 혼자만 그대로. 게다가 다음 소원으로 만든 동생 역시 자라지 않고. 경악을 한 주인공은 동생을 자라게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보석을 찾으러 나섰죠. 그 와중에 동생이 다쳐 죽게 생겼는데 그순간 눈앞에 나타난 보석. 주인공은 딴 맘을 먹죠. 그 보석으로 동생을 살리지 않고 "우리 일가만 보석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결국 동생은 죽고..ㅠ.ㅠ 주인공은 보석을 다시 찾아 죽은 동생을 살리는데. 동생을 죽기 직전에 살리는 것과, 이미 죽은 동생을 새로 살리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지 주인공이 자꾸 동생을 낯설어 합니다. 과거와 겹치는 사건이 일어나면 자꾸 첫번째 동생이 떠오르는 거죠. 그러다보니 동생이 동생 같겠어요? 이 와중에 동생은 동생 나름대로 소원을 빌러 보석을 찾으러나서고.

암튼, 이런 내용인데요. 무척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위 소설들은 더 재미있어 보입니다!!!!
'중화의 꽃'이 눈에 더 들어옵니닷! >.<
과잉기억증후군의 엘리스는 ㅠ.ㅠ 너무 불쌍하네요. 소설을 위한 장치로는 아주 잘된 설정같은데 그런 걸 떠나 심적으로 너무 불쌍해요..돌아서면 까먹는 제가 차라리 낫네요. 기억력이 자꾸 떨어져 툴툴거리는데 그러지 말아야겠어요. ^^

아이리시스 2013-04-29 00:53   좋아요 0 | URL
그 만화 제목뭔가요? 어쩐지 재밌을것 같아요. 동생을 살리는거랑 <나인>의 주인공이 아버지를 살리러가는거나. 근데 살려놔봐야 두시간후에 또 죽더라고요. 저 드라마에서는요. 사람은 언제 죽을지, 언제 무슨일을 당하게될지 전혀 모르면서 사는게 곧 행운이라고 봐야할것같아요. '중화의 꽃'에서 항공관제사가 비행기충돌을 막고, 경마의 1등을 예견하고, 사람과 말이 죽어나갈때, 미래를 본다는게 얼마나 두려운일인지 알것같았어요. 모르니까 살지, 알고는 갈수없을길이 많을듯해서.

과잉기억증후군의 엘리스가, 결국 그 기억으로 딸을 구하는걸 보면 설정은 멋지고요, 심적으로는 힘들것 같아요. 저는 초단감정소유자라, 어제 싸우고 오늘되면 풉니다. 앙금같은게별로 없는것 같아요. 하루지나면 왜싸웠는지 모르겠어요. 기억도 안나고 남아있지도 않고. 나쁜걸 오랫동안 되새기지않는 버릇이나 습관은 삶에 좋은기능으로 작용하는것 같아요. 기억은 붙잡고 살되, 툴툴거리지는 말아요, 달사르님! ^^

2013-04-29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29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