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듣자 민준은 미안해졌다. 그래서 자기는 공부에만 전념하지 못했던 게 후회되는 게 아니라 현명하지 못했던 것이, 이렇게만 하면 무조건 잘될 거라고 광신하느라 이 방법이 맞나 고려해볼 만큼 현명할 수 없었던 것이, 하나의 길만 믿고 달려오느라 다른 길도 있음을 헤아려볼 만큼 현명할 수 없었던 것이 후회된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뒀다. - P106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내용이었는데 그것 하나는 정확히 맞았다.모스크바의 신사를 생각하고 시작한 건 크나큰 계획오류였으니.링컨 하이웨이를 따라 여행하는 녀석들의 여행기가 어찌 되나 궁금하면 계속 넘기다 보니 좀 허망하게 끝나 있다.링컨 하이웨이에 낚인것 같은 기분.이 책에 왜 그같은 찬사들을 보냈는지 이해가 안되네.정서가 안맞고 같은 역자임에도 번역도 영 어색한 것도 큰 몫을 했다.벽돌책 하나 깼다는데 의의를 두기로.
이후에 흐르는 정적. 영주는 이제 이 정적이 편안하다. 타인과 한 공간에 함께 있는데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쁘기까지 하다. 하고 싶은 말이 없는데도 말을 한다는 건, 물론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느라 자기 자신은 배려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억지로 있는 말 없는 말 다 꺼내놓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공허해지고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 P42
(...) 책은 뭐랄까,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몸에 남는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니면 기억 너머의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기억나진 않는 어떤 문장이, 어떤 이야기가 선택 앞에 선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하는 거의 모든 선택의 근거엔 제가 지금껏 읽은 책이 있는 거예요. 전 그 책들을 다 기억하지 못해요. 그래도 그 책들이 제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그러니 기억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는 것 아닐까요? - P57
변화. 누가 시켜서 되는 게 아닌 스스로의 변화 말이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변화를 요구받는 게 싫은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바뀔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기다려주며 넌지시 도와야 했다. - P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