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민의 한양읽기 : 궁궐 상 홍순민의 한양읽기
홍순민 지음 / 눌와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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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05
안목은 어떻게 해서 생기는가? 안목의 출발점은 관심이다. 관심이 있어야 보인다. 늘 보는 것도 관심 없이 보면 그렇고 그런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보면 늘 거기 있던 것도 예전에 미처 몰랐던 느낌으로 다가온다.

p. 48
오늘날 경복궁의 서쪽 인왕산 기슭, 다시 말해서 상촌 지역을 서촌西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근거가 무엇이지 모르겠다. 이 지역을 서촌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한성부의 서부西部는 소의문 안 지역, 오늘날로 치자면 정동을 포함한 일대였다. 굳이 옛이름으로 부르려면 웃대 또는 상촌이라고 하면 될 것이다.

p.53
종을 매단 건물이 2층이면 종루, 단층이면 종각이라고 하였다.

p. 67
신분제 사회인 조선시대에는 건물도 그 주인의 신분에 따라 격이 달랐으며, 명칭도 구별해서 붙였다. 건물에 붙는 이름 가운데 전 자는 임금이나 임금에 버금가는 인물과 관련된 건물에만 붙였다. 궁궐이나 일반 사가에서는 아무리 높은 신분의 사람이 사는 건물이라도 임금이 아닌 한 당 자나 그 이하의 합, 각, 재, 헌, 누樓, 정 등 다른 글자를 붙여격을 낮추었다. 기념비전의 이름에 ‘각‘이 아닌 ‘전‘을 붙인 것은 황제인 고종과 관련된 건물임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p. 94
‘고궁‘이라고 부르는 것과 ‘궁궐‘ 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궁궐에는 지금 살아 있다는 뜻이 들어 있다면, 고궁에는 이제는 궁궐로서 기능이 사라졌다는 뜻이 들어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궁궐보다는 고궁이 더 적합한 표기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저 옛날 궁궐로만 보지 않고 그 궁전이 살아 있던 시기의 모습을 헤아리고 살려보려고 한다면  궁궐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극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궁궐‘이라는 말을 쓴다.

p. 150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전통 건물은 홀로 있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정자나 비각, 영당 같은 것은 뚝 떨어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 주택에서부터 시작하여 관아 건물, 향교나 서원 같은 교육 시설, 사당이나 종묘같은 제의 시설, 사찰 등 종교 시설, 그리고 궁궐 등 휘휘 둘러보아도 거의 모두 여러 건물들이 모여서 한 공간을 이루고 있다. 이 점이 한국 건축의 특성 가운데 중요한 하나이다. 서양 건물은 한 건물 안에서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물들은 여러 건물들이 어울려 있어야 비로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개개 건물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건물과 건물의 관계,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질서를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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