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선방의 해제일이다. 일요일이라 당겨서 오늘 해제를 했다. 한달 반 동안 발우공양을 한번도 안 하다가 오늘 하니 익숙하지 않다.
선방 청소도 하고, 좌복도 닦고, 털고, 화장실도 청소했다. 함께 신는 고무신도 빨고, 걸레와 행주도 모두 삶아 빨았다. 깨끗하니 기분이 좋았다.
나와 제일 가까이 앉아 수행하시던 보살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선방에서 좌선하시고, 집에 돌아가셔서 저녁 7시부터 12시까지 다시 좌선을 하신다고. 어려운 공부라고. 선업이든 악업이든 업이라 생사를 떠날 수 없어, 기도를 그만두고 참선을 시작하셨다고. 좌선 때 내 자세의 문제점도 지적해 주셨다.
놀라운 정진력이다. 이 보살님 앞에서 출가하지 않아서 공부할 수 없다거나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다. 듣고 있으니 내 게으름과 안이함이 저절로 반성이 된다. 하안거를 기다릴 일이 아니다. 숨쉬지 않으면 살 수 없듯이 자신이 정진하지 않으면 살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보살님의 전화번호를 적어 왔다. 혼자 하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여쭙기 위해서다. 도처에 이렇게 스승들이 많구나...
해제를 한다고 다 같이 삼배를 한 후 나를 위해 모두들 다시 삼배를 하셨다. 정말 의외였다. 부지런히 하지도 못했는데, 나를 위해 따로이 기도를 해주시다니...
링 린포체를 친견했을 때 내 안으로부터 햇살이 비치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따뜻해졌다.
손자손녀가 없는 분이 한분도 안 계신 선방에서, 손녀가 나와 동갑이라는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 초학자를 위해 머리를 땅에 닿으시다니...
잊지 못할 날이다. 정진함으로써 보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