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가벼운 피로가 머무르고 있다. 무슨 일을 해도 누구와 얘기를 나눠도 무언가 허전하고 부족한 느낌이다. 간혹 이 세계에 살고 있지 않은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 탓일까? 담담하다.

저녁엔 소설책을 읽다 졸았다. 어제는 악몽을 꾸었다. 아까는 비가 쏟아졌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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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의 불교 강의
달라이 라마.툽텐 최된 지음, 주민황 옮김 / 불광출판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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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빠알리 전승과 산스끄리뜨 전승에 중복된 많은 것들을 정직하고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동시에, 가르침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나뉜 것에 대한 논의를 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칭찬받아야 한다._p.5(반테 헤네폴라 구나라타나)

 

라는 추천사에 적힌 그대로 흔히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라고 불리는 두 전승을 모두 다룬 책으로 제목처럼 불교 전반에 대한 강의라고 볼 수 있다. 언젠가 세계 불교도들이 모여 다양한 종파와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불교"라고 부를 수 있는 핵심 가르침을 정리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마도 사성제나 연기법 같은 것들이 반드시 가르침에 포함되어야 붓다의 가르침을 전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이런 핵심 가르침으로 시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인지11장까지는 빠알리 전승과 산스끄리뜨 전승이 조화롭게 설명되어지는 것 같다. 이후의 내용들 역시 빠알리 전승을 다루고 있지만 마치 산스끄리뜨 전승에 나타나 있기 때문에 거슬러 빠알리 전승에서 찾아내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보리심, 바라밀, 불성, 보리심, 여래장, 금강승의 개념들이 어떻게 빠알리 전승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하는 부분에서 혼란을 느꼈다. 이 책이 개설서로 불교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담으면서도 불교철학에서 민감하게 다루는 주제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좀 어렵게 느껴졌다.

 

앞서 초기불교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한 적이 있어 이 책의 앞 부분을 읽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대승불교에 대해 개념이 정확히 잡혀 있지 않은 상태에서 희뿌옇게 글을 읽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 읽을 때는 불교에 관심 있는 사람이 이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에 대해 공부해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책을 덮을 때는 초기불교나 대승불교에 대해 각각 공부가 어느 정도 된 상태에서 전체를 바라보는 눈을 갖고, 자신의 아는 바를 정리하는 데 더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했다.

 

10여 년 전에 일본에서 달라이 라마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달라이 라마께서는 한국 스님들과 불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좀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선종이 주를 이루는 우리 나라에서 불교이론에 대해 말하다가는 "분별심"이라는 이름으로 입을 막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요즘은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아야 개인 스님이나 법사님의 가르침을 불법이라 여기지 않고, 기복에 깊이 빠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불교이론서이지만 결국 부처님의 가르침이라 읽는 내내 갈애와 평화에 대해 생각하고, 내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문제가 우리 내면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우리는 벼룩이 붙은 개와 같다. 한 장소에서 편안해지지 못한 그 개는 다른 장소에는 벼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우리 마음에 갈애가 없어지지 않는 한, 고통은 우리는 내내 따라다닐 것이다. 갈애가 없는 마음이 평화로운 마음이다.-p.103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에도 갈애는 멈추지 않는다. 소금물을 마신 것처럼,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얻으면 얻을수록 우리가 갈망하는 것도 더 많아진다. 우리는 어떤 새로운 것을 얻고, 그리고는 잠깐 동안 그것을 즐긴 후에 다시 한번 싫증을 내고, 불만족스러워하고, 또 다른 어떤 것을 갈망한다. 한편, 매 순간의 갈애는 더 많은 갈애들을 잠복하게 만들고, 그 갈애들로 인해 미래에 우리는 갈망하는 성향을 갖게 된다.-p.103

우리는 인정받기를 갈망하기 때문에 남들과 경쟁한다. 우리가 더 낫다고 증명하고나면, 우리는 그 지위에서 떨어질까 두려워하고, 우리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부담감으로 고통받는다. 다른 사람이 높은 지위에 오르면, 우리는 질투심으로 괴로워한다. 갈애가 그렇게 만들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평화가 없다.-p.104

"이런 생각이나 감정을 내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 무엇인가?"라고 자신에게 물어보라, 그 생각들이 점차 가라앉을 때까지, 객관적 시선으로 그 생각들의 흐름을 관찰하라.-p.157

당신이 부처님, 예수, 크리슈나, 모하메드와 같은 높은 단계의 사람들을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당신은, "나는 감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내가 느끼는 것을 말할 수 있고, 내 행동들은 투명하다."고 생각하면서, 더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신뢰할 것이다. 따라서 당신 자신에 관심을 가지면, 정직과 진실함은 내면의 힘과 자신감을 가져오는 중요한 원천이 된다.-p.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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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습관의 힘 - 하루 5분 나를 성장시키는
신정철 지음 / 토네이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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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관점에서 메모의 유익함에 대해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여러 이야기 중에 통제감이라는 스치듯 나온 단어를 통해서만 간단히 정리해본다.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직업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통제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한다는 점이 주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p.82

 

나는 감히 통제감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통제감을 잃는 것은 삶을 잃는 것이다. 우울하거나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의 주요한 공통점이 통제감 상실이다. 어쩌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메모 역시 스스로의 생각과 느낌으로부터 통제감을 갖기 위한 행위일 수 있다.

 

메모와 마음챙김 명상은 우리를 관찰자로 만든다. 마음에서 떨어져 관찰자로 존재하면 마음의 굴레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내가 될 수 있다.-p. 329

 

메모와 마음챙김 명상은 스스로를 자유롭게 한다. 자유란 스스로에게 통제감을 갖는 것이다. 대상이나 상황에 매이지 않고 스스로 갈 길을 가는 것. 예를 들면 어떤 감정이 나를 지배할 때 메모를 통해 자기 자신의 통제감을 되찾을 수 있다.

 

감정을 어느 정도 추수릴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이제 그 감정에 대해 노트에 적어본다. 왜 그런 감정이 올라왔는지, 나의 어떤 욕구가 좌절되어 생긴 분노인지,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어떤 대처방식이 바람직할지 생각해본다. 주관적인 감정을 노트에 기록하면 외부의 대상이 되어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다. 메모를 자기 객관화를 위한 도구로 쓰는 것이다.-p.342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언젠가 글을 썼다면 나를 객관화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글은 모호한 것을 분명하게 해주거나, 내 생각이 얼마나 모호한지 깨닫게 해준다. 어떤 것이든 내뱉어 말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거나 쓰면서 그 어떤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 중요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매일 지루하게 반복되는 타임루프 같은 일상에서 깨어 있고, 삶이 반복이나 어쩔 수 없이 살아내야 하는 것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성장욕구`의 충족은 관계의 지속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p.202

행복한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는 비결은 새로운 경험을 함께 나누고 서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p.203

반복된 일상이라는 루프에서 벗어나 새로운 루프를 만들어 보자. 메모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생각을 구체화하고, 행동으로 옮기도록 도와 준다. 삶을 성장시키는 루프를 만든다.-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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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 꿈꾸고 사랑하고 열렬히 행하고 성공하기 위하여
사이먼 사이넥 지음, 이영민 옮김 / 타임비즈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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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아하니 경영이나 마케팅과 관계가 있겠구나, 싶어 읽지 않았다. 남편이 이 책을 읽은 뒤 친구에게 선물하는 걸 보고 '뭐가 있나'해서 펼친 책. 그러고보니 경영이나 마케팅이 나랑 무슨 상관이야, 생각한 내가 '무엇'에 더 시선이 뺏겼나 싶다. 무엇을 하든 어떤 태도로, 왜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는데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신념과 태도보다 보이는 행위가 눈에 띈다. 책을 읽으면서 경영을 말하든, 깨달음을 말하든 그가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태도로 말하는가가 더 중요하는 생각이 선명해졌다. 그래도 취향이란 게 있어서 마케팅 성공 예들은 좀 빠르게 읽은 편.

 

매일 아침 당신은 무엇을 위해 달콤한 잠자기를 박차고 일어나는가? 그토록 애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p.64

 

매일 아침 내가 눈 뜨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저 습관일 뿐일까? 오래된 꿈이 꿈틀거린다. 내게 절실했던 무언가가 희미해진 것은 무엇 때문인가? 왜 가장 중요한 것을 삶에서 밀어놓고 있었던 걸까?

 

끊임없이 '왜'를 추구하면서 매일매일을 보낼 때,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성취, 즉 '무엇을' 하는 가는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지 나타내주는 이정표의 역할을 한다.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둘다가 필요하다.-p.240

 

왜 이 일을 하는가가 분명하면 실패는 모두 왜를 충족시키기 위한 과정의 일부가 된다. 방법이나 행위가 달라질 뿐 목적은 변하지 않으니까. 이 생각을 하니 남들처럼 살려고 나도 모르게 가졌던 조바심 같은 것이 가라앉는다. 어떤 일이 닥쳐도 그 일의 목적을 생각한다면 정말 의사결정이 단순하고 선명해질 수 있겠다. 스스로나 남에게 떳떳할 수 있고. 이 책을 읽고 난 후 매일매일 생각한다. 내가 하는 행위들의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마음이 차분해지고 사람들을 대하는 데도 담담해지는 느낌이 있다. 이런 마음을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은 진정성이라고 한다. 내가 믿고 있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 진정성, 신념, 명료함, 절제, 일관성, 가치...이런 단어들을 돌아본다.

 

언젠가 달라이라마에게 물었다. "삶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달라이라마는 "없다"고 대답했다. 그것은 각자가 정하고 부여하는 것이지, 정해진 의미 따위는 없다는 말이었다. 누군가 자신에게 어떤 천명이 있다고 믿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말고는 선택이다. 삶의 의미도 선택하는 것이다. 그 선택이 견고해지면 신념이 된다. 이 글을 읽으며 어떤 신념이 올바른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히틀러의 신념과 킹 목사의 신념.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한다는 신념 아래 서로 다른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 이 책에는 없는 이런 얘기가 궁금해진다. 나의 신념이, 나의 '왜'가 올바른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올바른 건 사실은 없는 것일까. 저자가 말한 신념을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 숙고해봐야 겠다.

 

 

진정성이 성공의 필요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거둔 성공을 지속시키고 싶을 때는 꼭 필요한 조건이다. 다시 한 번 ‘왜’, 즉 신념으로 돌아가야 한다. 진정성은 실제로 믿고 있는 바를 말하고 행동할 때 생겨난다.-p.109

‘왜’로 시작하면 따라야 할 옳은 조언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어떤 결정이 균형을 무너뜨리는지도 알 수 있다. 필요하다면 어떤 결정이든 충분히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결정을 하지는 마라.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무도 당신의 믿음을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p.225

자신이 ‘왜’ 달리느냐에 대한 인식이 있기에 계속 달릴 힘을 얻는다. 계속 밀어붙일 수 있다. 계속 전진한다. 다시, 또 다시, 또 다시. 달리기를 하는 매일매일, 벤이 누군가를 이기려고 작정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때 상대는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p.297

"실패 안에서도 유머를 잃지 마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라. 긴장을 늦추라. 그러면 주위의 모든 사람도 긴장을 풀 것이다."(샘 월튼)-p.236

정말 효과적인 가치나 지침을 원한다면 동사로 설정해야 한다. ‘성실’이 아니라 ‘항상 올바르게 행동하라’라고 해야 한다. ‘혁신’이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보라’로 바꾸어야 한다. 추구하는 가치를 동사로 표현하면 개념이 분명하게 선다. 책임감으로 서로를 결속시키고 평가도 할 수 있다. 의욕을 심어줄 수도 있다.-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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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_이달균


등짐이 없어도 낙타는 걷는다
고색한 성채의 늙은 병사처럼
지워진 길 위의 생애, 여정은 고단하다

생을 다 걸어가면 죽음이 시작될까
오래 걸은 사람들의 낯익은 몸내음
떠나온 것들은 모두 모래가 되어 스러진다

모래는 저 홀로 길을 내지 않는다
동방의 먼 별들이 서역에 와서 지면
바람의 여윈 입자들은 사막의 길을 만든다

낙타는 걸어서 죽음에 닿는다.
삐걱이는 관절들 삭아서 모래가 되는
머나먼 지평의 나날 낙타는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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